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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인터뷰②] ‘명당’ 지성, “이보영, 연기의 원동력... 가정의 행복 가장 중요해”

▲ 지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S인터뷰①] ‘명당’ 지성, “내가 아닌 조승우가 손흥민, 유재명은 박지성”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명당’의 배우 지성이 연기의 원동력으로 어린 시절의 아픔과 아내 이보영을 꼽았다. 이후 이어진 질문에도 아내 이보영과 딸 지유 양을 자연스레 언급하는 그에게선 몽글몽글 솟아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뿍 느껴졌다.

배우 지성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명당’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명당’은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영화다. 지성은 ‘명당’에서 땅을 이용해 왕을 만들려는 몰락한 왕족 흥선으로 분해 극명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를 감탄하게 한다.

▲ 지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Q. 지성을 보면 ‘참 연기 잘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성: ‘연기를 잘한다’, ‘연기를 못한다’는 없는 것 같다. 연기하는 정성이 중요하고, 그 정성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면 그게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앞으로는 연기를 즐기고 싶다. 다음 작품부터는 내가 즐길 수 있는 담백한 표현을 찾아보고 시도해보고 싶은데, 그것마저 공부가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싶다(웃음).

Q. 연기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는 것인가?

지성: 개인적으로 ‘명당’의 내 연기를 높이 평가하지는 않아 갖게 된 생각 같다. 물론 만족은 한다. 예상한 만큼 좋은 모습도 있고, 부족한 모습도 있더라. 관객의 입장에서는 한 편의 작품이 재미있으면 되는 것이니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부합하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Q. 지성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연기에 엄청난 열정이 느껴진다. 열정이 넘치는 연기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성: 어린 시절의 아픔이다. 개인사가 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덕분에 이를 악물었다. 그다음은 이보영 씨다. 함께 연애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갔고, 점차 믿음과 신뢰가 커져 결혼했다. 이후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되는 과정에서 성숙된 것 같다. 이게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지금은 배우로서 꿈을 이루는 것보다 가정의 행복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반대로 연기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아 이런 거구나’하고 느낀다(웃음).

Q. 가족이 지성의 연기에 있어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정을 이룬 이후 작품 선정할 때 기준이 바뀌기도 했나?

지성: 아이가 태어난 후 더욱 눈에 띄는 작품은 있는 것 같다. 지금 나의 정서는 월트 디즈니다. 영화 ‘겨울왕국’의 올라프가 내 친구인 것 같다(웃음).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월트 디즈니 같은 동화적이고 순수한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 그러면서 나의 순수한 감성을 많이 표현하고 싶고. 자신도 있다(웃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뀐 거 같지는 않다.

Q. ‘사랑꾼’, ‘아내 바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지성: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이런 수식어가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대한민국 사회가 안타깝다. ‘당연한 게 없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나?’ 싶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웃음). 세대가 바뀌어서 이런 수식어가 대수롭지 않아졌으면 좋겠다.

▲ 영화 '명당' 스틸컷 속 지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Q. 어떠한 일을 오래도록 지속하는 데에는 자신만이 느끼는 매력 혹은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지성이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지성: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은 관심이다. 내 인생은 외로웠고, 외로웠던 나를 지켜주던 건 배우라는 꿈이었다. 어려움이 가득한 생활이어도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큰 힘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시간도 즐겁다. 홍보가 힘들다고 느끼다가도 ‘정말 행복한 시간인데 모른 채 지나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한다. 

Q. 연기를 정말 사랑한다는 게 느껴진다. 연기가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성: 모르겠다. 당연하게 느껴진다.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차주혁이 아내에게 사죄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내를 바꾸려고 한 뒤 잘못을 깨닫고 자아 성찰을 했는데 고작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될 문제인가 싶더라. 그래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내가 힘든데,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 때도 책임감을 상기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사서 고생하는 편이다(웃음).

Q. 연기를 이렇게나 사랑하며, 책임감을 지니고 있음에도 과거 아내 이보영이 연예인과의 결혼을 꺼리자 배우를 관두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들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지성: 그땐 진심이었다. 그렇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안 할게” 같은 가정법이었다. 근데 괜찮다고 하라고 하더라(웃음). 지금 아내는 “어이구,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대”라고 한다(웃음).

▲ 지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Q.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소하는 편인가?

지성: 가족과 여행을 가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다. 내 일상에는 별다른 게 없다. 그리고 사실 육아를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가족과 쌓아가는 행복에 살아가는 것 같다. ‘아는 와이프’나 ‘명당’의 촬영을 마친 뒤 작품을 떠나보내기 위해서 나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곧바로 육아를 위해서 투입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웃음). 그 안에서 빨리 해결했다. 오히려 예전에는 끙끙 앓았던 거 같은데 금방 헤어나와 지더라.

Q. 최근 게릴라 데이트를 했는데 어땠나?

지성: 연세가 지긋하신 분부터 아이들까지 나를 지켜봐 주시는데 신기했다. ‘내가 40대인데 저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나를 어떻게 알지?’ 싶었다. 연령대로 봤을 때 거의 전 국민이 나라는 존재를 알아봐 주는 것이지 않나. 막 데뷔하고 방송국에 들어갈 때는 내 이름을 얘기해도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 ‘내 이름 석 자를 얘기하면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이게 당연하게 느껴지면 안 되는데, 정말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고 늘 새롭고 감사하다. 앞으로도 달라질 것도 없지만, 지금처럼 살아가고 싶다. 

Q. 작년에 드라마 ‘피고인’으로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상대 배우 엄기준에게 “이 상 네 거야”라고 말했던 수상 소감이 기억에 남는다. 동료애가 여실히 느껴져 뭉클하기까지 했다.

지성: 나도 뭉클했다. 기준이에게 고마웠다. 연기를 잘하는 친구인데, 서로 배려하고 연습하며 조화를 이뤘다. 그런 조화가 있었기에 ‘피고인’이 탄생한 것인데, 내가 대상이라니. 당연히 나눠야 했다. 내가 갖기에는 너무 송구스러웠다. 그리고 그 멘트는 정말 진심이기에 ‘이 말은 올라가서 꼭 해야지’라고 미리 준비했다. 그전에 ‘킬미,힐미’로 받은 대상 또한 왜 내 것인지 모르겠다. ‘킬미,힐미’는 살면서 아픈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본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상은 아픈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연기를 잘한 게 아니라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대상 모두 내가 받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닌 이유는 나도 밑에서 대상을 부러워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받을 때는 행복하지만은 않더라.

▲ 지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Q. 연기를 20년 가까이 해왔다. 짧지 않은 그 세월을 실감하나?

지성: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너무 열심히만 살아왔나 싶어 가끔은 억울하다. 시간을 즐겨보질 못해서 즐겨보고 싶다. 물론 그 세월 안에서 이룬 것도, 잃은 것도 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서글플 때도 잦다.

Q. 오랫동안 연기해온 본인을 되돌아본다면?

지성: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연기를 하고 있던 간에 하나하나 쌓아온 것이지 않나. 20년 동안 고생이 고스란히 묻어나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 연기를 못한다고 평가할지언정 나는 만족한다. 

Q.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생각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지성: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보통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 혹은 대중과 함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등 비슷한 표현이 많지만, 이는 정말 어렵다. 대중에게 지속해서 기억된다는 건 내가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연기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데, 그 감사함은 표현이 안 되는 것 같다.

Q. 지성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무엇인가?

지성: 흔한 말이지만, 진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가 어떻게 보면 속이는 것일 수 있다. 거짓일 수 있고, 단순히 봤을 때는 흉내일 수도 있다. 그래도 배우가 할 몫은 나름대로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마음의 대변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으면 한다.

한편 영화 ‘명당’은 9월 19일에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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