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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07 17:26

나는 가수다 vs 불후의 명곡2 - 형식은 같으나 내용은 다르다!

원곡자와 출연가수들에 대한 입장의 차이에 대해서...

 
지난 6월 4일 토요일 KBS의 새 예능프로그램 <자유선언 토요일 - 불후의 명곡2>에서는 아이돌들이 도전할 미션곡의 원곡자로써 원로인 심수봉씨를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인 6월 5일에는 MBC의 인기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 -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역시 미션곡의 원곡자인 이적과 남진을 각각 박정현과 김법수가 찾아가고 있었다.

확실히 닮아 있었다. 미션곡을 고르고, 그 노래를 편곡자를 통해 새로운 스타일로 편곡해 부른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멤버들이 모여 있다가 제작진으로부터 미션을 부여받는 포맷은 <무한도전>과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폐지되었지만 <뜨거운 형제들> 역시 같은 포맷을 채택하고 있었다. 노래로써 경연을 한다면 선곡과 편곡 그리고 연습과 무대에 오르는 과정이라는 것은 아이폰과 갤럭시, 넥서스가 닮은 것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보다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온 것은 과연 원곡자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가?

<불후의 명곡2>는 확실히 <불후의 명곡>의 두 번째 시리즈였다. <불후의 명곡>의 컨셉이 그랬다. 제목 그대로였다. 불후의 명곡을 남긴 한국대중음악의 불후의 가수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히트곡을 MC와 패널들이 함께 부르고 따라부른다. 어느새 대중들로부터 멀어지면서 방송출연도 뜸하던 가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그들의 이제는 잊혀질 뻔한 노래들이 다시금 현역 연예인들에 의해 불려지며 사람들에 알려질 수 있었다. 향수와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의 보물인 명곡들과, 정말 의미깊은 프로그램이라 필자 역시 무척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말해 <불후의 명곡>이란 제목 그대로 <불후의 명곡>을 남긴 가수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의 노래를 배우고 따라부르는 MC나 패널들은 바로 그 가수들을 돋보이기 위해 출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인기아이돌이고 현역 유명연예인이더라도 그 자리에서만큼은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 얼마 없을 가수들이 주인공이어야 했었다. 그것은 이번에 새로 시작한 <불후의 명곡>의 시즌2, 더구나 인기아이돌이 출연하고 있음에도 본질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가 결정적으로 차이나는 부분이다. <나는 가수다>에서는 같은 과제곡이고 그 원곡자를 만났어도 그 노래를 부르게 된 가수가 어떻게 소화해 부르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 역시 프로인 때문이다. 이미 프로가 되고 나면 판단을 하지 않는다. 서로 프로로써 존중할 뿐이다. 원곡자라고 이적이 박정현의 위에 있지도 않고, 남진 역시 단지 일찍 데뷔한 선배에 불과할 뿐이다. 무대에 서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수"들이다.

반면 <불후의 명곡2>에서는 어디까지나 원곡자에 초점이 맞춰진다. 물론 현재 대중음악의 대세인 아이돌이 출연하는 만큼 아이돌에 대한 관심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돌이 심수봉의 노래를 자기 색깔대로 재해석해서 부른다. 다만 이때 방점이 아이돌에 찍히는가? 심수봉이라는 이름에 찍히는가? 하지만 과제곡 자체가 심수봉의 노래였고, 당장 아이돌이 노래를 부르는 무대에 심수봉이 함께 출연해서 그들의 노래를 듣고 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뻐하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벌써 발표된지도 수십년이 지난 노래들이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출연한 아이돌보다 나이가 더 많다. 그런데 막내뻘이고 일찍 본 손주 뻘인 한참 후배들이 그 노래를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자기식대로 해석해서 전혀 새롭게 들려주고 있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직도 자신이 잊혀지지 않았고 그 노래가 후배들에 의해 여전히 불려지고 있다는 것은 원곡자로써 더 할 나위 없는 희열일 것이다. 더구나 심수봉 자신의 자작곡이기도 했고 노래마다 사연이 있었다. 평가단으로 찾은 관객들도 그것을 보았을 것이다.

대중음악의 원로가수와 현재 대세인 아이돌의 만남. 한국 대중음악의 과거와 현재가 그 무대에서 만나고 있었다.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과 그 전설이 그토록 꿈꾸던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의 중심인 아이돌이 그렇게 음악을 통해 한 무대에서 만나고 있던 것이었다. 바로 그들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 한류아이돌인 그들이 있다. 역사를 확인하고 미래를 꿈꾼다. 원곡자에게도 그것은 영광이고 희열일 것이고 아이돌에게도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

역시나 아이돌인 때문일 것이다. 2AM의 창민도 그다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이돌이라는 것이 마치 아직 한 사람의 프로음악인으로 홀로서지 못한 과도기라는 느낌을 준다. 막 인큐베이터에서 세상을 향해 포효하기 직전의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미숙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은 말 그대로 "가수"다. 그들은 자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다. 원곡을 리메이크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프로가수로써 자기 노래로 여겨진다.

하긴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고 있는 아이돌 가운데 아이유 정도만이 무대에서 자기 노래를 끝까지 소화하며 관객과 마주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아이돌들에게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기회란 그리 흔하지 않다. 과거 일밤의 코너였던 <오늘을 즐겨라>에서도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이 출연해서 처음으로 노래 하나를 끝까지 불러보았다며 감격해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런 부분들이 무대에서도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가수는 무대에서 완성된다. 예전 신인들은 먼저 무대에서 관객과 마주하고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되고서야 데뷔하고 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신인들은 데뷔가 곧 관객과 만나는 첫무대다.

<불후의 명곡2>에 대해 쏟아지는 과도한 비난도 바로 이와 관계된 것일 게다. 아직 어리다. 아직 미숙하다. 그런데 어딜 감히.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중견이고 원로들도 데뷔 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음정불안으로 밴드내에서도 구멍이라는 소리를 들었었고, 안정감이 부족해서 라이브에서 곧잘 음이탈을 보이기도 했었다. 오히려 현역 가수 가운데 아이돌에 관대한 이들이 많은 것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때는 더 했다!"

아직 거의가 20대 초반, 그리고 자기 노래도 아닌 대선배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무대다. 아이돌의 노래실력에 대한 관심도 좋지만, 어차피 그들의 노래가 한참 선배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아이유가 어떻게 해도 심수봉처럼은 부를 수 없다. 심수봉은 한국대중음악에서도 역대급에 속하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런 아이돌들이 선배에 대한 경의로써 선배의 노래를 무대 위에서 직접 부르고 있다는 것은 평가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의 원곡자인 심수봉에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마 편집의 문제일 것이다. 아니 방송은 충분히 심수봉에게 초점을 맞춰 편집하고 연출해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시청자들이 예성, 요섭, 창민, 종현, 아이유, 효린 등의 아이유에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평가하고 있을 뿐. 역시 <나는 가수다>의 그늘일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서는 원곡자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니까.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이렇게 다르다.

포맷 자체가 비슷하다고 해도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은 전혀 다른 예능프로그램이다. 비슷한 포맷인 것처럼 보여도 두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대하고 누릴 수 있는 재미라는 것이 전혀 다르다. 비교하며 보려 하면 어느 것도 만족할 수 없다. 결코 서로가 될 수 없는데 서로만 의식하며 이야기한다면 어느 것도 만족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가수다>와 포맷을 비슷하게 가져간다고 무리하게 <나는 가수다>에만 맞춰 평가할 필요가 있겠는가? 분명 <불후의 명곡2>는 <나는 가수다>와는 성격을 달리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장 승자승방식의 변형된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경연부터도 그렇다. 사실 맞지 않는다. 심수봉씨도 지적했지만 그렇게 나란히 세워놓고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는 게 지나치게 가혹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만큼 재미있다. 아티스트로써의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포맷이지만 그들은 아이돌이니까. 그리고 프로그램은 예능이다. 어쩔 수 없는 아이돌의 한계인 것이다. 하긴 아티스트라 할지라도 점수가 매겨지고 서열이 매겨지는 것은 <나는 가수다> 역시 다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예능으로써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연자인 아이돌을 적극 활용한다. 접근방식에서도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는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무척 재미있게 보았었다. <나는 가수다>와는 달랐다. 오랜만에 공중파에서 보는 심수봉씨의 무대도 좋았고, 필자 또한 노래방에서 곧잘 따라 부르는 심수봉씨의 히트곡을 아이돌들을 통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한참 미숙한 솜씨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으니까. 그보다는 그런 아이돌의 무대를 보며 기꺼워하는 심수봉의 웃음이 정말 고마웠다.

다른 프로그램이라 여기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영향을 받았다. 베꼈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어차피 방송이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맷은 비슷하게 닮았지만 추구하는 성격은 전혀 다르다. 조금 더 두 프로그램에서 원곡자와 리메이크하여 무대에 설 가수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하는가만 보아도 알 수 있으련만. 그렇게 많이 다르다.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나는 가수다>는 보컬리스트로써의 가수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 <불후의 명곡>은 바로 그 전설이 되어 버린 가수들의 노래를 현역아이돌을 통해 재해석해 들려준다. 한국대중음악에 누가 있었고, 어떤 노래가 있었는가.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을 것이다. 비교하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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