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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3.04.15 07:48

[리뷰]오블리비언,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사진제공=UPI

오블리비언(Oblivion)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외계인의 침공이 있었던 지구 최후의 날 이후,

모두가 떠나버린 지구의 마지막 정찰병인 '잭 하퍼'(톰 크루즈 분)는 아내이자 파트터인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분)’와 함께 ‘완벽한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는 한 여인(올가 쿠릴렌코 분)을 만나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에 어떤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 잭. 그는 적인지 동료인지 알 수 없는 지하조직의 리더(모건 프리먼 분)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지구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쟁을 시작하는데…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근대 철학자이자 회의론자인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나’라는 존재가 1년 전, 혹은 10분 전에 존재했던 ‘나’와 정말 동일한 존재인가? 끊임없이 회의하고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가 항상 같은 ‘나’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하는 ‘나’가 10분 전에 존재하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하므로 지금 존재하는 ‘나’가 10분 전에 생각하며 존재했던 ‘나’와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 완벽한 의미의 회의론이다.

더 나아가서 -굳이 장자의 호접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필립 K. 딕의 소설이나 그것을 원작으로 한 여타 수많은 SF영화에서 다뤄왔듯이 지금까지 내가 겪어 왔던 모든 기억을 전부 복제인간에게 저장시킨 후 그것을 살려낸다면 그는 나와 다른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나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동일한 인물인가?

영화 [오블리비언]은 이 오래된 철학적 물음 하나에 대한 탐구로 12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진행시킨다. 그리고 화면을 채우는 것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설정과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미장센이다.

 

잭 하퍼는 에너지원을 관리하며, 침입자들을 처단하는 로봇인 드론을 수리하는 정비공이다. 고장난 로봇을 고치며 지나간 추억에 빠져 자신만의 일상을 즐기는 감상주의자다. 아름다운 아내이자 완벽한 팀을 이룬 파트너인 빅토리아와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단조로운 플롯에도 불구하고 초반 4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연출의 힘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그 이후 중,후반부부터 반복되는 상황과 뻔히 예측이 가능한 설정들로 인해 영화적 흥미는 반감된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전작 [트론]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화려한 비쥬얼과 촘촘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으나 역시 플롯의 단조로움과 평면적이고 작위적인 캐릭터들로 아쉬움을 남겼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혹성탈출], [토탈리콜], [6번째 날]. [터미네이터], [프레데터], [스타워즈], [매트릭스], [아일랜드], [임포스터], [우주전쟁], [인셉션] 등(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많기도 많다) 이 영화가 플롯이나 특정 장면을 차용한 영화는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위의 영화들 중 한두 개 정도는 쉽게 떠올랐을 것이다.

 

침입자라는 것이 사실은 인간이었구나.(스포일러 아님. 예고편에도 등장할 정도로 영화 초반 이미 충분히 예상 가능함) 본부라는 것은 결국 컴퓨터가 아닐까? 여기가 정말 지구는 맞는 것일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과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매력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세련된 연출과 배우들의 매력 때문이다. 톰 크루즈와 모건 프리먼은 늘 그렇듯이, 이제는 익숨함으로 바뀌어 버린 기대감으로 관객들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주며, [섀도우 댄서]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충만한 매력을 뽐내며 차세대 헐리우드 히로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톰 크루즈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뉴욕 양키스 야구 모자를 쓰고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그 톰 크루즈(우주전쟁에서의)는 이 톰 크루즈(오블리비언)와 같은 인물인가? 또한 다코타 패닝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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