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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4.11 09:04

내 연애의 모든 것 "유쾌한 사랑과 우스꽝스러운 현실, 코미디라는 것"

실제의 정치현실을 옮겨놓은 배경과 두 주인공의 연기와 매력을 즐기다

▲ 사진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실제 현실에서 어느 정치인이 기성정치인의 야합에 분노하여 술잔을 던져 노래방기기를 부순다. 그같은 사실이 뉴스로 보도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아무리 그래도 술잔을 던져 노래방기기를 부순 것은 잘못했다."

태도가 나오고 예의가 나오고 인성이 나온다. 이유에 대해서는 그다지 따져묻지 않는다. 바로 드라마에서 분명 여당의 법안 날치기통과로 인해 촉발된 국회파행에 대해서조차 단지 서로 싸운다는 이유만으로 정상화의 압력이 여당과 야당을 가리지 않고 가해진다.

"또 싸운다."
"싸움 좀 그만해라."

하기는 아이들이 조금 다투거나 해도 어른들은 쉽게 말하곤 한다. 싸우지 마라. 누가 먼저 잘못했든 싸우는 쪽이 잘못한 거다. 분명 누군가는 더 잘못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터임에도 그런 모든 것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흔한 덕담에 묻히고 만다. 잘못한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고, 그것을 따져묻던 아이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잠시 싸우고 말 일이 때로 서로 영영 불편한 관계가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국정치가 때로 아니 너무나 자주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마는 한 이유일 것이다. 들어주어야 할 국민이 들어주지 않는다. 듣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단지 싸우고 있는 그 현상에만 집중한다. 싸우지 마라. 화해하고 사이좋게 국정에만 전념하라. 그래서 나오는 말이 민생이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매일 싸움질만 해서야 어떻게 국민의 시급하고 절실한 바람과 요구를 들어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서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념이다. 그것이 바로 정당정치라 하는 것이다. 과연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최소한 자신들을 지지하여 표로써 힘을 실어주는 유권자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바르고 이익이 되는 길인가. 서로의 이해가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 전제가 다르니 서로의 대안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토론과 협상이, 그것으로 부족할 때에는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때 심판을 내려야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인 것이다. 싸우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째서 싸우는가를 묻고 듣고 판단해야 한다.

어째서 국회의원이라고는 달랑 두 명 뿐인 극소야당 녹색정의당의 대표 노민영(이민정 분)은 그렇게 난폭하게 국회로 쳐들어가 대한국당의 국회의원 김수영(신하균 분)의 머리를 소화기로 내리찍어야 했는가? 여당인 대한국당이 쟁점법안을 날치기통과했다는 사실은 이미 여론의 뇌리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남은 것은 오로지 진보정당의 여성국회의원이 여당의 남성국회의원을 소화기로 내리쳤다고 하는 사실 하나다. 아무리 출석하지 않은 다른 국회의원을 대신해 대리투표가 이루어졌다고 정상적이지 못한 표결이었음을 주장해도 여론이 기억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그럼에도 야당과 여당이 싸우다 못해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다. 오죽하면 대리투표 사실이 노민영에 의해 밝혀지자 여당의 지도부라는 인사들이 그것을 덮을 수 있는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찾고 있겠는가.

국민이 들어주지 않으니까. 국민이 판단해주지 않으니까. 부모가 들어주지 않고 선생님이 판단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라도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더 극한으로 부딪히고 갈등하게 된다. 사소한 다툼을 영영 서로를 불편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결정적 갈등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인 것이다. 그래서 싸운다. 어떻게든 나름대로 서툰방식으로나마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서. 선진정치란 그렇게 정치인들이 서로의 정책과 견해로 다투고 부딪힐 때 지혜롭게 판단하여 표로써 심판하는 것이다. 그래야 극단을 치닫지 않고서도 충분히 말로써 서로를 설득하고 동의를 구할 수 있다.

국민이 없다. 국민따위 전혀 안중에도 없다. 어차피 국민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전혀 관심도 없다. 무어라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국민이 원하는 것만을 들려주고 보여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칠 것이다. 그래서 절실하게 필요한 당지도부를 본다. 서로 적대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경쟁자를 보게 된다. 야합한다. 노민영은 야합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하지만 과연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어디 있지도 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 아니다. 바로 몇 해 전이다. 언론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이 극한으로 부딪혔던 것이. 표결이 이루어질 국회본회의장을 점거하여 농성하고, 그를 뚫기 위해 몸으로 부딪히며 물리적 충돌이 야기되고, 끝내 날치기로 통과되고 난 다음에는 그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수단들이 헌법재판소에 그 결과에 대한 적합성을 묻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결론은 드라마에서와 같다. 입법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분명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이미 의결된 법안을 무효화시킬 정도는 아니다. 그때도 여론은 국회가 또 싸움이나 한다는 냉소와 양비론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정치와 정치인들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서로 사안에 대해 일부러 찾아보고 공부하며 토론을 일상에까지 확장해가던 유권자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노민영의 말에 답이 있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정부예산이 쓰이게 된다. 각종 자원봉사자와 기부자와, 혹은 급여를 받고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고용인들과, 무엇보다 그들을 자신의 대표자로 국회로 보내기 위해 굳이 귀한 시간을 할애해가며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같은 유권자들의 바람과 기대가 그들이 받은 표 만큼이나 빚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사퇴한다는 말조차 그같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며 기망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이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하지만 여전히 드라마는 정치인 자신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어린 때문이다. 아직 젊다. 풋풋하다. 순수한 열정에 불타고 있고, 그보다 더 강한 오만이라는 자신감이 자신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다르면서도 닮아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할 수 있는 노민영의 단호한 용기와 차라리 그것을 비웃으며 경멸할 수 있는 김수영의 오만이. 어차피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다. 알지도 못하는 국민들따위 드라마에서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란 단지 숫자로 계량된 여론이라는 수단을 통해 일종의 오브제로서나 쓰일 뿐이다. 배경이 되고 소도구가 된다. 중요한 것은 김수영과 노민영이라고 하는 두 남녀이며 그들 개인이다. 드라마는 철저히 이 두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제반환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어찌되었거나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의 장르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접근이 상당히 신선하기도 하다. 서로 정치인으로서 얽히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성격 만큼이나 서로가 속해 있는 정당과 진영이 그들을 필연처럼 우연히 부딪히고 엇갈리게 할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 공중파 드라마로서는 노골적일 정도로 본능의 욕망에 의지하고 있다. 여성이기때문에 오히려 갖게 되는 본능적 욕망이 서로가 놓인 정치적 현실과 만난다. 고매한 고차원적인 사랑이 아닌 그렇기 때문에 더 순수한 열정이고 집착이 되는 것이다. 사랑보다 먼저 서로에 대한 갈구를 욕망을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배경이 되고 있는 정치현실 역시 현실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자신의 주장과 의견에 의문을 품거나 반론을 제기하면 좌파다. 물론 그 반대도 존재한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쓰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을 그대로 쫓고 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두 사람이 있다. 어쩌면 아직 풋내나는 순수와 닳고 닳은 특권적 오만으로서. 공통점은 아직 정치에 물들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러한 정치현실로 뛰어들려 한다.

정치와 로맨틱코미디, 현실정치에 대한 블랙코미디적인 풍자와 그런 가운데서도 귀엽기까지 한 이제 서른이 넘어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 상당히 부조화스러운 만남이지만 썩 어울리게 자연스럽게 마감하고 있다. 현실은 우습고 그래서 사랑 또한 진지한데 우습다. 현실이 코미디인가? 코미디가 현실인가? 이민정과 신하균 두 주연배의 매력과 존재감 또한 차고 넘친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현실정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즐기게 되는 것은 두 주인공의 연기와 매력이, 그 이전에 작가의 이야기와 감독이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드라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리얼하다. 그러나 그 리얼함에 빠져들지만은 않는다.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사랑만 하고 있지는 않다. 그 절묘한 균형이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좋다. 감탄은 이 한 마디로 족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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