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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4.08 10:06

남자의 자격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지막 시간과 시간이 이어지다"

지난 감동과 재미, 고마움을 간직하며 마지막 작별을 고하다

▲ 사진='남자의 자격'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마 의도했을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다시 프로그램이 시작한 원점으로 돌아간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아쉬운 장면을 다시 되돌리고자 하는 것처럼. 마무리해야 하는 때가 다가올수록 미처 완성짓지 못한 미련들이 계속 떠오른다.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면 그때의 그 장면을 지금에 옮겨놓으면 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첫회부터 리뷰를 써왔다. 초반 몇 회 분의 리뷰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지금도 당시 썼던 글들의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필자에게도 아쉬움이었다. 내용에 있어서의 아쉬움이 아닌 형식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하필 촬영 당일 일기가 좋지 못했던 탓에 채 완성짓지 못하고 미완인 채로 남겨두어야 했던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결국 당시 멤버이던 김성민이 다른 날씨좋은 날 혼자서 찾아가 다시 나머지 분량을 채워넣기는 했지만 그래도 누덕누덕 기워진 아쉬움이 남는 에피소드였을 것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날씨도 좋았다. 그동안 멤버도 여러차례 바뀌었으니 과거와 지금을 잇는다는 의미 또한 남달랐을 것이다. 지금의 새로운 멤버들로 과거 마무리짓지 못한 미션을 완성한다. 당시 날씨가 안좋았던 탓도 있지만 결국 중간에 도전을 포기하고 말았던 김국진과 김태원 역시 무려 4년만에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해묵은 숙제를 깔끔하게 털어내고 있었다. 미련은 남기지 않는다. 그토록 높은 곳을 두려워하던 두 사람이건만 마지막이라서일까 뛰어내리는 몸짓에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과감하고 시원했다. 그것은 마치 지난 4년간의 시간에 대한 마지막 방점처럼 보였다.

긴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많이 바뀌었다. 큰형 이경규만 하더라도 당시 오랜 슬럼프로 말미암아 퇴물소리까지 듣고 있었고, 김국진 역시 불운했던 개인사 이후 다시 방송에 복귀했지만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던 침체기였다. 겨우 예능에 얼굴을 비추고 사람들 사이에 그 이름이 불리기 시작하고 있었던 김태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2007년 11집을 마지막으로 그가 이끌던 밴드 부활은 소속사도 없이 길고 어두운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이윤석도 거의 방송에서 보기 힘든 얼굴이었으며, 초창기 멤버 가운데 이정진 또한 배우로서 정체기에 있었다. 그나마 윤형빈 정도가 '왕비호'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역시 초창기 멤버였던 김성민은 조연으로서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정도였다. 지금 이들의 위상이 어떻던가.

그야말로 산전벽해일 것이다. 이경규는 다시 벌떡 일어나 예능의 전설로써 예능의 역사를 하루하루 새로 써나가고 있고, 김국진 또한 여건이 달라진 만큼 과거와 같지는 못하겠지만 바뀐 방송환경에 적응하며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김태원의 부활은 이제 완벽히 부활해 있다. 오히려 예전의 부활을 기억하는 사람들보다 <남자의 자격> 이후 새롭게 부활에 대해 알게 된 이들이 더 많을 정도다. 그리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이윤석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있다. 이정진 역시 배우로서 현재 주연을 맡아 왕성은 활동을 보이는 중이다. 그저 불미스런 일들로 말미암아 오랜시간 몸을 낮추어야 했던 김성민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싶을 뿐이다. 김성민의 그 일 이후 확실히 <남자의 자격>도 활력을 잃었다. 그에 비하면 왕비호가 끝나고 윤형빈의 입지만 많이 불안해졌달까? 어느새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이 시대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 <남자의 자격>에서의 윤형빈의 모습이었다.

주상욱이야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던 배우였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최고를 노려볼만한 가능성을 지니고 그것을 실현해가던 기대되는 배우였을 것이다. 예능감 또한 출중했다. 김준호는 태생이 코미디언이다. 그가 서는 곳은 개그콘서트의 콩트무대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 그들에게 무언가를 주기에는 그들이 합류하던 그 즈음 <남자의 자격>은 이미 조금씩 가라앉으려 하고 있었다. 오히려 <남자의 자격>이 주상욱의 이름을 빌려야 하고 김준호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런 미안함이었을까? 이경규의 농담아닌 농담에서 그런 아쉬움이 묻어난다. 한두 멤버의 가세로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큰 흐름이었다.

아무튼 참으로 별 것 아닌 멤버들이었다. 과거의 영광이야 찬란하지만 지금의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작아질대로 작아진 또래의 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이먹고, 뒤쳐지고, 그래서 위축되고, 더구나 체력까지 전과 같지 않은 한심한 남자들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런 그들이 도전을 한다. 리마인드 결혼식도 올려보고, 담배도 끊어보고, 패러글라이딩도 해보고, 마라톤도 도전해보고, 전투기에도 타본다. 과거의 영광이란 또한 누구나 갖고 있는 좋았던 시절이기도 할 것이다. 가장 좋았던 시절을 어쩌면 함께했을 그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들이 시청자의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때에 비해 너무 대단해진 멤버들이 위화감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까?

그래서 좋았을 것이다. 그 평범함이. 그 아무렇지 않음이. 그 한심하고 별 것 아닌 모습들이. 굳이 잘하려 해서가 아니다. 잘하지 못하면 그것대로 솔직하게 보여줄 줄 안다.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는 모습까지 숨기지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어딘가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이경규의 말이 옳다. 필요에 의해 멤버가 들락거리는 순간에 그같은 공감은 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형제가 아닌 단지 필요에 의해 만난 인위적 관계에 불과한 것이다. 벌써 9개월이나 된 새로운 멤버들에 미안한 이야기다.

그래서 또한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남자의 자격>은 <1박 2일>과는 다르다. 동일한 형식을 반복하며 익숙한 가운데 그 내용에서 변화를 꾀하는 <1박 2일>과는 달리 형식 자체에 대해서까지 변화를 주어야 하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항상 새로워야 한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시청자 자신이 공감하는 멤버들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지리산에서 보여준 이정진의 다감함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할마에로 돌변하여 밴드를 이끄는 김태원의 모습은 30년 가까이 부활이라는 밴드를 이끌어온 리더의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김성민의 모습과 평소와는 다른 이윤석의 가부장적인 남자로서의 모습, 정경미를 생각하는 윤형빈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런데 사라졌다. '합창단'때문이었다.

주상욱과 김준호에게도 아쉬운 부분이었을 것이다. 더 일찍 더 자연스럽게 <남자의 자격>에 녹아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남자의 자격>의 새로운 활력소로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 적잖이 역할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합창단'은 기존의 멤버들에게는 자신을 드러내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다. 전현무와 양준혁도 그래서 결국 겉돌다가 하차하고 말았었다. 새로운 미션을 통해 새로운 체험과 새로운 공감과 멤버들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 보여야 하는데 늘 같은 것만을 반복하느라 쉽게 소모되고 만 것이다. 지치고 지루해진다. 이건 주상욱도 김준호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물론 지금에서야 어쩔 수 없는 지난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만에 비로소 마음이 맞은 것 같았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그때 느꼈던 당황과 실망과 분노가. 아쉬움이.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새로운 내용들이 시간속에 채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한참을 뒤지고 꺼내 겨우 찾아낸 오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야 말로 마지막을 앞둔 <남자의 자격>이 마무리를 위해 돌아가야 할 소중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HD도 아닌 열악한 화면이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다. 절박한 듯 보이는 멤버들의 모습이 한참은 더 젊어보이고 어려보이기도 한다. 필자 역시 그때는 지금보다 더 젊고 어렸을 것이다. 시간이 이어진다. 이정진과 김성민, 그리고 그들을 대신한 주상욱과 김준호가. 시작은 그들이 했고 마무리는 이들이 한다. 인사를 건넨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눈물마저 글썽인다.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물론 항상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공감할 수 있었을 때 그것은 감동이 되었고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불가능한 <남자의 자격>만의 고유한 어떠한 것이 되어 있었다. 필자가 <남자의 자격>을 사랑한 이유였다. 그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며. 작별을 고한다. 다시는 없을 것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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