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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3.03.28 20:56

[리뷰]'전설의 주먹', 전설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제 2의 클레멘타인

연출력의 부재, 시대착오적인 졸작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전설의 주먹

감독 : 강우석
출연 :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이요원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학창시절, 화려한 무용담들을 남기며 학교를 평정했던 파이터들 중 진짜 최강자는 누구였을까?
한때 ‘전설’이라 불렸던, 그들이 맞붙어 승부를 가리는 TV파이트 쇼 ‘전설의 주먹’.
세월 속에 흩어진 전국 각지의 파이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쇼는 이변을 속출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화제 속에 등장한 전설의 파이터 세 사람에 전국민의 시선이 집중된다.

복싱 챔피언의 꿈이 눈 앞에서 좌절된, 지금은 혼자서 딸을 키우는 국수집 사장 임덕규(황정민)
카리스마 하나로 일대를 평정했던, 지금은 출세를 위해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대기업 부장 이상훈(유준상) 남서울고 독종 미친개로 불렸으나, 지금도 일등을 꿈꾸지만 여전히 삼류 건달인 신재석(윤제문)

 
말보다 주먹이 앞섰던 그 시절,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각자의 삶을 살던 세 친구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밝혀지면서 전국은 ‘전설의 주먹’ 열풍에 휩싸인다. 마침내 역대 최고의 파이터들이 8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상금 2억 원을 놓고 벌이는 최후의 파이트 쇼 ‘전설대전’의 막이 오르고…

흥행감독 강우석이 돌아왔다. 국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실미도]를 비롯 [투캅스], [공공의 적] 등 수많은 히트작들을 양산해 내며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강우석 감독이 이번에는 이종격투기라는 소재를 들고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강감독의 영화는 현대 상업영화와는 조금 다른 어색함과 산만함으로 이번에도 실망만을 안겨준다. 소싯적, 동네를 주름잡던 전설의 주먹들이 나이 40이 넘어 삶에 지치고 자존감을 잃어갈 때, 자신들의 장기인 주먹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 [주먹이 운다] 등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컨벤션이다.

더군다나 요즘 케이블 TV에서 방영중인 격투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등의 인기로 알 수 있듯이 이종 격투기라는 매력적인 소재로 새로운 액션과 가슴 먹먹한 휴먼 드라마를 선보이겠다는 의욕은 좋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터 지루하고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나운서를 맡은 강성진, 국장 역의 강신일, 프로듀서 역의 이요원 등의 배우들은 앙상블이라는 것이 전혀 없이 무의미한 대사만을 내뱉는데 이는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나리오 상의 문제라 보인다.

개연성 없는 캐릭터, 설득력 없는 상황들이 계산되지 않은 허술한 연출 속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런닝 타임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 되는 대로 상황과 장면을 배치하다 보니 생긴 무의미한 시간들이다.

 
주인공들의 청소년기를 맡은 배우들도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라기보다는 어설픔과 제련되지 않는 서투름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과 현재의 교차편집도 장면 간의 유기적인 연결점이라고는 전혀 없이 극의 흐름만 끊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격투기 장면 자체의 연출이 허술해 액션영화로서의 매력도 반감된다. 사실 강우석 감독의 전작들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웰메이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의 파괴력으로 승부하는 감독인데 이번에는 이마저도 실패한 느낌이다.

 
요즘 김보성 주연의 영화 [영웅; 샐러맨더의 비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물론 좋은 의미로서가 아닌 조롱의 대상으로 회자되는 것이다. 일명 성지순례라 불리는 네티즌들의 이런 유희의 출발점은 아마도 희대의 졸작 [클레멘타인]일 것이다. [전설의 주먹]을 보면서 [클레멘타인]을 떠올렸다면 너무 심한 혹평일까? 세련된 듯 포장되긴 했지만 이 영화 역시 20년 전에 만들어졌다면 분명 [클레멘타인]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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