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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3.25 08:43

남자의 자격 "성급한 작별, 떠나보내는 4년의 시간이 어설프다"

마지막까지 바뀐 남자의 자격의 아쉬운 한계를 드러내 보이다

▲ 사진='남자의 자격'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무언가 아쉽다. 그러고 보면 <남자의 자격>만의 전통과 같은 것이었다. 전통이라고 해봐야 고작 두 번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그러나 연말이면 한 해를 같이했던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기억도 희미한 일반인 출연자들까지 모두 불러모아 지난 한 해를 되새기며 그 감동과 웃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있었다.

하기는 갑작스런 폐지결정이었을 것이다. 멤버들조차 언론을 통해 먼저 알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나마 멤버들 자신은 물론 그동안 <남자의 자격>을 애청해온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정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배려인가. 하루아침에 아무런 예고조차 없이 사라져 버리는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벌써 8년 넘게 9년 가까이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조차 그렇게 한순간에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린다.

몇 주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서 그동안 고마웠던 이들에게 먼저 연락을 보낸다. 그동안 <남자의 자격>과 함께했던 많은 출연자들과 그리고 <남자의 자격>을 함께했던 시청자 가운데 신청을 받아 마지막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뒷얘기라든가, 당시의 방송이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에 대한 소소한 회고까지. 그러고 보면 이경규와 김태원이 박칼린을 찾아간 자리에서 남격합창단이 불렀던 '넬라 판타지아'가 어떻게 선곡되었는가를 들을 수 있었다. 사소하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이야기들이다.

더 컸더라면. 더 많았더라면. 더 다양했더라면. 조금 더 정리되지 않은 중구난방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정희섭PD가 원래는 토크버라이어티인 <해피투게더>의 PD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토크버라이어티는 어느 정도 정리와 정돈이 필요하다. 그래야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시청자에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라면 조금은 거칠고 산만한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도 필요하지 않을까? <남자의 자격>이 가장 재미있을 때도 아마 다른 남자들도 다들 이럴 것이다 싶은 지나칠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면서였다. 시청자 자신, 혹은 주위의 누군가와 멤버들이 너무 닮아 있다.

그래서 리얼버라이어티라기보다 최근의 <남자의 자격>은 토크쇼같고, 아침시간대의 교양프로그램같고, 평일저녁시간대의 정보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았다. 리얼버라이어티 특유의 서로 치고받는 계산되지 않은 소동이나 혼란 등이 최근의 <남자의 자격>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두가 모여서 나오는대로, 보고 듣고 느끼는 그대로를 나누는 그런 자리보다는 이렇게 멤버들이 MC가 되어 대답하듯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시간도 촉박하고 PD 개인의 성향이 어쩌면 계산을 벗어난 산만함을 싫어한다. 차라리 아침시간대의 교양프로그램처럼 멤버들 자신이 MC가 되어 몇몇 출연자들을 인터뷰한다. 그래도 기억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너무나 아쉬웠다.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그 에피소드들과 함께 떠오르는 수많은 정겨운 사람들이, 그리고 어쩌면 그들이 들려줄 왁자하고 어수선한 즐거운 이야기들이. 그래도 주상욱의 넉살이 있었기에, 그리고 김준호의 어수룩한 망가짐이 있었기에, 이경규와 김태원, 김국진의 관록이 프로그램을 살린다. <남자의 자격>의 주인공은 PD도 멤버들 자신도 아닌 <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모두이며 그에 공감하던 또한 모두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위로는 된다. 그래서 더 아까웠다. 이들은 여전히 재미있고 즐겁다.

어차피 폐지가 결정된 프로그램이고,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이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어수선한 와중이다. 그런 와중에 이런 정도라면 선방한 것이 아닐까. 욕심이 컸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라 여기고 <남자의 자격>을 즐겨본지 벌써 4년이다. 이대로 떠나보내기에는 4년이라는 시간의 기억들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주절거리며 넋두리도 해본다. 한 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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