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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8.07.31 20:55

[S리뷰] '어느 가족' 빈곤의 사각지대도 사람이 산다

산업화의 뒷편, 인간애를 부르짖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31일 국내 누적관객수 5만명을 넘어선 '어느 가족'(수입/배급: 티캐스트) 빈곤의 사각지대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영화가 15세 관람가라 가족과 함께 볼수 있다. 다만 상영관과 상영 시간대를 찾아보고 가면 편안히 볼 수 있다. 상영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그랑프리)을 수상한 '어느 가족'은 가족 드라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 웃음과 울컥함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이제 거장으로 올라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8년 영화인생의 정점이나 다름없다. 

감독은 활동 초기부터 사회병리현상과 인권과 제도가 미치지 않는 사회내 사각지대를 비추며 해체된 가족, 죽음, 상실감 등을 소재로 일관되고 분명한 논조로 인간애를 찾아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보다 더 문학적이고 서정적 서사를 영화에 담아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영화팬들에게 어필했다.

또한 판타지 '공기인형'(2009)과 '야릇한 문호괴담'(2010)을 제외하면, 픽션의 장점을 버리고 오로지 현실에 내재된 문제들을 속속들이 들춰내며 타자의 성찰을 유도한다.

한국 제목 '어느 가족', 알고보니 만비키(도둑) 가족

'도둑질'이라는 일본어 '만비키'에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붙어있는 이 영화, 국내에서는 '어느 가족'으로 상영하고 있다.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마트 매대에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소년 쇼타 시바타(죠 카이리). 그 뒤로 카트를 끌고다니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오사무 시바타(릴리 프랭키).

한겨울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슬쩍해 돌아오는 이 두 사람은 골목길 아파트 1층 베란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앳된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를 발견한다. 앞뒤 사정 안보고 데려오기로 결정한 두 사람. 뒤이어 아파트 단지 사이로 1층으로 된 낡아빠진 적산가옥으로 들어간다.

부엌과 연결된 다다미 방 두개가 전부인 이곳은 8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하츠에 시바타(키키 키린), 노부요 시바타(안도 사쿠라), 아키 시바타(마츠오카 마유)가 한데 모여산다. 아울러 시바타 성을 가진 6명은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다.

먼저 오래전 본처로 살다 후처로부터 쫓겨난 하츠에 할머니는 집안의 구심점. 적산가옥은 할머니의 집이다. 또한 시바타 가족 6명 중 가장 안정적인 수입을 올린다. 할머니는 연금수급자다. 

나머지는 도둑질과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때되면 동네 마트와 소매점을 돌며 물건을 훔치는 올드보이 오사무와 어린소년 쇼타, 오사무의 연인 노부요는 소규모 세탁공장 노동자. 그리고 밤마다 업소로 나가는 20대 여성 아키. 여기에 남의 집 베란다에서 줏어온 어린소녀 유리가 막내다.

이 가족은 구청 사회복지사와 경찰로부터 단속만 안걸리면 당분간 무난한 삶이다. 배고프고 추워도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러닝타임 121분의 '어느 가족'은 가난하지만 나름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시바타 가족에게 결코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것이 영화의 터닝포인트.

거실 탁자 위에 올려진 두꺼운 유리처럼 한순간의 실수로 깨지면 돌이킬 여력조차 없이 무너지는 가족. 이것이 '어느 가족'의 비극이자 전환점이다.

영화 스토리, 갈수록 누가 진짜 도둑인지 구분할 수 없어 

작년과 올해 국내에서 개봉해 영화 마니아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던 '아메리칸 허니',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이제는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성장(청소년) 영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아울러 로리의 'God's Whisper', 쿨앤더갱의 'Celebrate'가 위에 나열된 두 작품의 사운드 디자인을 채웠다면, '어느 가족'은 인상깊은 사운드가 없다. 대신 집중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영상이 영화의 전반을 이룬다.

자본만능주의와 산업화로 체계화된 사회는 법과 자본을 앞세워 일반인들의 삶을 멋대로 요리할 수 있지만, 정작 가진 것이라곤 몸 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혹한과 무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적화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한편 코믹하면서도 진실된 사람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 영화 '어느 가족'은 결코 일본에 국한된 스토리가 아니다. 양극화와 기득권의 무관심으로 점철된 일본 한구석의 가난이란, 이제 지구촌 어디나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개최된 프랑스 칸영화제가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어느 가족' 메인포스터(티캐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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