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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19 09:37

위대한 탄생 - 김태원과 공포의 외인구단 탄생하나 ?

위대한 탄생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이유 !

▲ 사진 = imbc
벌써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김태원파. 보스는 양정모, 행동대장에 손진영, 킬러 백청강, 막내 이태권. 김태원의 말마따나 보디가드로 써도 될만한 덩치와 인상을 갖는 멤버들이다. 그래서 달리는 네크로멘서 김태원 아래 나머지는 스켈톤, 골렘, 좀비라고. 정말 어울리는 이미지들이다.

김태원에게 선택되었을 때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이 흘린 눈물이 짠하다. 위대한 탄생 참가자 가운데 어디 사연 하나 없는 참가자가 있겠느냐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사연이 있어 보이는 참가자들이 이들 셋이었다. 김태원에 의해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손진영과 신체적인 약점으로 인해 오디션조차 한 번 보지 못해고 서른이 다 된 나이에 꿈을 불사르는 양정모, 멀리 연변에서 한국까지 외로운 객지생활을 견디며 가수의 꿈에 도전하고 있는 백청강,

하지만 누구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꿈이 있고 열정도 있고 실력도 있지만 그러나 탈락한 다른 출연자들처럼 누구의 선택도 받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손진영은 원래 김태원이 끌어올려준 것이었다. 그러나 양정모와 백청강은 자신들이 바라던 멘토 김태원으로부터도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김태원이 마지막 순간 손을 들어 그들을 선택해주었다.

물론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실력이 있는 참가자들이었고, 그동안도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으며 팬카페까지 만들어진 출연자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주 예고에서 4명의 멘티가 다 차고서도 또 한 명의 멘티에게 도전하는 것으로 보아 원래 따로 생각하고 있었던 멘티가 있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을 마지막 순간에 선택해주었던 것은 음악을 사랑하고 열정을 다하는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아니었을까.

김태원의 멘토들에 대해서 벌써부터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인상들도 한 인상 한다. 빈말로라도 인상이 좋다는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 양정모, 손진영, 이태권 모두 한 덩치에 한 인상 하는 출연자들이고 이청강 역시 무척 매서운 인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 사이에 오가는 끈끈한 정이었을 것이다. 김태원의 선택을 받고 바로 눈물을 흘리던 모습처럼.

"점점 공포의 외인구단이 되어가고 있어요."

실제 공포의 외인구단의 그것처럼 어쩐지 비주류스런 이미지가 그들에게 있다. 강한 인상의 외모와 그리고 외모와는 다른 탁월한 실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선택되지 못한 낙오자의 이미지가. 그런데 그런 것들의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이 끌리고 관심이 가고 그러면서 어느새 그들에게 캐릭터가 부여된다. 애정의 표현이다. 대중은 그들의 이런 모습을 사랑한다.

비단 김태원의 멘티들만의 경우는 아니었다. 평소 존경하는 가수였다고 이은미의 멘토를 바라던 이진선 역시 이은미가 멘토를 하겠다 했을 때 마찬가지로 눈물을 그렁이고 있었다. 감격이었을 것이다. 이진선에 이은 김혜리까지 이은미와 이은미의 멘티들 사이에서도 어떤 유대와 이끌림이 있다. 과연 나머지 두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그것은 단지 시청자의 입장을 넘어선 유대와 이끌림이기도 하다.

위대한 탄생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일 것이다. 단순히 참가자와 심사위원의 관계가 아니다. 양정모가 무대에 올랐을 때 턱선이 ㄴ자를 그리느냐 한 번 보자 했던 신승훈이나, 백청강이 마른 것이 안쓰러워 끝나면 고기를 사주고 싶다던 이은미나, 그동안의 성장하고 변화해오는 과정을 출연자는 물론 심사위원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 매번 심사를 할 때마다 지적하고 조언하고, 그리고 그들이 성장하고 바뀌는 모습에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다. 행복한 표정이 되어 칭찬해준다. 부쩍 성장한 모습을 무대를 통해 확인하며 진심으로 그 무대를 감탄하며 즐기고 있다.

비록 멘토들의 선택을 받는데는 실패했지만 한승구는 그래서 자신의 이제까지 가운데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칭찬을 들었다. 항상 위태위태하던 권리세 역시 타이에서 온 린다다와 더불어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훌륭한 무대로써 심사위원들에게 보답하고 있었다. 황지환과 노지훈은 그들에 부정적이던 방시혁으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놓게 만든 멤버들이었다. 이제까지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들로부터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손진영 역시 그 까다로운 이은미로부터 칭찬을 듣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도움과 지적과 질타, 그리고 한승구가 말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 가르침이 그들 자신을 여기에까지 끌어올린 것이었다. 이미 멘티들이 멘토의 선택을 받고 멘토를 선택할 수 있는 자리에 섰을 때 그들은 단순한 도전자와 심사위원의 관계가 아닌 어떤 끈끈한 인간적인 유대까지 가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위대한 탄생만의 멘토 시스템이 갖는 힘일 것이었다. 물론 덕분에 비판도 많이 들었다. 대중이 보기에는 이건 영 아닌데 어떻게 위로 올리는가? 대중이 보기에 이 사람은 정말 대단해 보이는데 어째서 거기서 떨어뜨리는가? 하지만 원래 심사위원이란 대중의 대표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의 양심과 이제까지의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자기 이름을 걸고서 자기 자신에 솔직하게 선택을 하고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멘토 시스템은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닌 자기가 가르쳐 키우고 싶은 상대를 고르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의 선택만으로도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손진영이 그랬다. 그의 기적은 오로지 김태원이 만들어준 기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도 그 기적은 유효했다. 인생의 스승이자 기적이라 했던 자막 그대로 김태원과 손진영의 관계는 참가자와 심사위원 - 아니 멘티와 멘토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1급수 김혜리를 이은미가 선택했을 때 다른 멘토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이미 이은미가 1급수로 찍었기 때문에 감히 그 선택에 끼어들 수 없었다. 신승훈이 한 말이다. 자신도 김혜리에게 감동했다. 그러나 이은미의 김혜리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보았기 때문에 이미 그들 사이에는 다른 멘토가 끼어들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소외감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멘티와 멘토 사이에 흐르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경이 단순히 실력을 보이고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차별성을 갖게 한다. 마치 저들 사이에 흐르는 이끌림과 유대 가운데 마치 시청자인 나 또한 함께 하는 것처럼.

이미 떨어진 참가자들이다. 멘토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좌절해 있는 그들 앞에 굳이 쉬는 시간에 이은미가 찾아가 발성에 대해 조언해준다. 소리를 어떻게 내면 더 잘 할 수 있다. 떨어뜨린 참가자들인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이 안타까우니까.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에 꿈을 두고 있는 그 열정들이 선배된 입장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 동안에도 심사를 하며 많이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고 슬퍼했다. 야단도 치고 화도 내면서 그러나 그 꿈과 열정에 대해서만큼은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방시혁으로 하여금 노지훈을, 김태원으로 하여금 손진영과 양정모, 백청강을 선택케 한 이유일 테지만 말이다.

왈칵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손진영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릴 때. 그렁이던 눈물이 끝내 양정모의 눈가로 흘러내릴 때. 양정모의 뒤에 쪼그리고 앉아 보이지도 않게 작은 몸으로 눈물을 훔치는 백청강을 보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아는 까닭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가. 그들에게 김태원의 뒤에 앉는 그 자리가 어떤 의미인가. 나 역시 그동안 그들과 함께 했었다. 어느새 나 역시 그들에 동화되어 그들이 앉은 자리에서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슈퍼스타K가 버라이어티적인 재미와 긴장으로 사람을 끌어들였다면 위대한 탄생은 오디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쌓여가는 서로의 관계와 정이 사람들을 떨어지지 못하도록 한달까? 이제는 이들이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가를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무감 때문에라도 위대한 탄생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저 눈물이 기쁨의 눈물이 되는 것을 보고 싶고 마침내 환호가 되는 것을 보고 싶다. 번데기가 나비로 탈바꿈하듯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비상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싶다. 그 뒤에는 분명 멘토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참가자가 아닌 멘토가 스타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멘토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은미에게 김혜리가 있고, 김태원에게 김태원과 공포의 외인구단이 있듯 멘토의 캐릭터는 멘티의 캐릭터로 이어진다.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끈끈함이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 지켜보고 싶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팀이 캐릭터를 부여받게 된 것이었다.

과연 다음에 멘티를 모두 채우는 멘토는 누구일까? 누가 어느 멘토의 뒤에 앉게 될까? 그들은 김태원의 멘티들과는 다른 어떤 개성을 가지고 어떤 캐릭터를 갖게 될까? 마지막에 나온 김정인 어린이와 아직 나오지 않은 데이비드 오, 정희주, 주목받던 참가자들에게. 아직 보여지지 않은 가능성들이 여전히 많다.

그나저나 참 고약스런 프로그램이다. 슈퍼스타K의 "60초 후"도 상당히 사람을 괴롭히는 사디스틱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은 60초도 아니고 일주일이다. 지난주의 예고서부터 기다려왔던 김정인 어린이의 "댄싱퀸"이었는데. 시청자를 적으로 돌리려는 것일까? TV를 보며 진심으로 화가 나려 하고 있었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맞춤형 오디션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유독 사람 사이의 정을 강조하는 한국인들에 맞게 오디션의 치열함 가운데 정이 흐른다. 정이 흐르는 가운데 꿈이 있고 열정이 있고 성장이 있다. 위대한 탄생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것을 기대하는 이유다. 따뜻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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