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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6.04 07:55

위대한 탄생 "대미를 맞으며 위대한 탄생에게 주어진 과제"

오디션이란 서사다. 드라마가 아쉬웠다.

 
미술관에 가면 도슨트라고 관람객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사람들이 있다. 연주회 등을 찾아가도 공연할 작품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가 담긴 팜플렛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어떤 음악인가? 아니면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은?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상태에서 단지 경험과 영감만으로 쓰고 초연에서 지휘까지 맡았던 음악이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바쳐졌다가 그가 황제로 즉위했다는 소식을 듣고 악보를 찢어버렸다는 일화일 것이다.

고흐는 후기인상파에 속하는 작가로써 그의 일생은 이렇게 불우했고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이런 부분들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며, 이 그림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주목해 봐야 한다.

아마 그런 설명이 빠진다면 음악이나 미술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난감해지지 않을까. 아니 자신이 느낀 바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서라도 언어적인 수단은 필수적이다. 비언어적인 음악과 미술이라는 예술을 언어로써 헤아려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순수예술에서도 이해를 돕기 위한 서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베토벤이라는 사람을 이해하면 그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말한다. 어째서 가수를 뽑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실력보다는 드라마에 더 신경을 쓰는가? 어째서 노래실력이 아닌 드라마에 더 결과가 좌지우지되는가? 하지만 프로가수들이 출연하는 같은 회사의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도 임재범이 신드롬이라 불리울 정도로 크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음악에 담긴 그의 삶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너를 위해"를 들을 때는 암으로 투병중인 임재범의 아내가 생각나고, "빈잔"을 들을 때는 그의 치열하고 고독했던 삶이 떠오르고, "여러분"의 쓸쓸한 격정은 임재범 자신을 말해주는 듯했다. 과연 임재범이라는 가수에 대해 알지 못했어도 그만한 감동이 있었겠는가? 그래도 임재범이니 감동이야 있었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음악인들이 새로운 음반을 내고 대중들에 그것을 홍보할 때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는 것이다. 사실이거나 아니면 진실이거나. 그도 아니면 홍보용이거나. 어떤 의도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그리고 어떤 뜻을 담아서. 음반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만들거나, 예능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하거나, <위대한 탄생> 역시 그 시작은 그러한 서사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떤 의도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려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대중은 보다 쉽게 작품에 접근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하물며 오디션이다. 오디션이기 때문이다. 노래실력을 듣자고 하는데 아무리 아이돌의 노래실력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이제 겨우 오디션에 출연하는 아마추어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무대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은 오로지 무대 위에서만 길러지는 부분이다. 이제 겨우 무대에 서고 방송에 얼굴을 비추게 된 아마추어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을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을까.

지망생인 때문이다. 아마추어다. 그러나 꿈을 가지고 있다. 프로가 되고자 하는 꿈과 열정을 가지고 오디션이라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 자신을 내던지려 하고 있다. 합격하고 기뻐하는 환호성과 탈락하고 눈물을 흘리는 탄식, 희비가 교차하는 그 자리에서 어느새 공감하고 자기를 이입하며 시청자는 어떤 꾸며진 이야기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한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은 만들어지고 시청자 역시 바로 그것들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구한다.

음악이란 단지 그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아나운서여도 좋고, 오페라 배우여도 좋다. 밴드이거나 배우이거나 개그맨이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불살라지는 꿈과 열정일 것이다. 기뻐하고 좌절하는 그 순간의 모습들일 것이다. 아니라면 <나는 가수다>도 있고, <위대한 탄생>이 끝나고 나면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기다리는데 프로의 완성된 무대를 보지 아마추어의 미숙한 무대를 일부러 찾아보고 있을까.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고 음악에 대한 만족을 얻고자 한다면 이들 프로의 무대를 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미숙하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비판하면서도 결국 사람들은 <위대한 탄생>을 본다. <슈퍼스타K>와도 비교되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20%의 시청율이란 결코 그리 낮은 것이 아니다. 어째서? 어째서 사람들은 그 미숙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무대를 굳이 기다려 보고, 심지어 문자투표에까지 참여하는가? 그것은 <스케치북>에서도 <나는 가수다>에서 볼 수 없는 무엇이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아니 그것은 <나는 가수다>가 특별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절실함. 간절함. 아마추어는 아마추어대로, 프로는 또 프로이니까 더욱.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가수다>의 경우는 그래서 경연 이외에도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새로운 멤버가 도착하고,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를 결정하고, 연습하고, 무대 뒤에서의 매니저들과의 일상의 이야기들이나, 그리고 자신의 배경이야기같은 것들이 방송을 통해 보다 이해가 쉽도록 전달된다. 하물며 오디션이라면? <슈퍼스타K> 가 어떻게 그렇게 케이블TV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설적인 시청율을 기록할 수 있었는가?

당장 <위대한 탄생>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가만 살펴도 답은 쉽게 구해질 것이다. 백청강이 우승했다. 준우승자는 이태권. 그리고 4위에 오른 것이 손진영이었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멘토 김태원의 멘티들로 김태원과 외인구단에 속해 있다는 것. 외인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컸었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한 것은 지난 3월 온통 인터넷과 시청자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김태원 멘토스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김태원 멘토스쿨이 첫방송이 아닌 마지막 방송으로 나왔다면 3위는 셰인이 아니라 손진영이었을 것이다.

서사의 힘이었다. 이야기의 힘이었다. 과연 저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 오디션에 도전하고 있는가? 어떤 간절함과 치열함을 가지고 지금 오디션 무대에 오르고 있는가? 더욱 이입하며 그들의 목적헤 공감하게 된다. 합격의 기쁨도 탈락의 안타까움도 더욱 깊이 이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솔직히 거의 텔링이 이루어지지 않은 권리세나 조형우 등의 경우 탈락하고 나서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냥 떨어졌구나.

<슈퍼스타K>가 <위대한 탄생>과는 달리 오히려 생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뒷심을 발휘하며 시청율과 화제성 모두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케이블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방송시간을 마음대로 늘려 사용하면서 철저히 출연자들의 스토리와 텔링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누가 떨어지고 누가 남아 붙는가에 대한 관심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노래인가보다 누가 부르는 노래인가. 어떤 무대인가보다 어떤 의미가 있는 무대인가. 어떤 그림인가보다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떤 음악인가보다 어떤 이야기가 그 안에 있다. 그렇다면 프로에 비해 한참 부족한 <위대한 탄생>이 시청자들에 줄 수 있는 최대의 재미와 감동이란 무엇인가.

방송시간을 지금보다 늘릴 수 없다면 생방송에 참여하는 출연자의 수가 너무 많다. 차라리 멘토의 수를 줄이던가. 아니면 멘토당 할당된 멘티의 수를 줄이던가. 멘토스쿨의 경우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더욱 상세하게 출연자들을 알릴 수 있게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최소한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지고에 시청자도 이입할 수 있도록.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김태원과 외인구단을 제외하고 그다지 이입이 되는 캐릭터가 없다.

김태원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나머지가 못한 것이다. 나머지가 못한 것이라기보다는 방송국쪽에서 제대로 연출하고 편집하지 못한 것이다. 김태원이 정상이었고 나머지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른 오디션에는 없는 <위대한 탄생>만의 멘토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여 보여줄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모든 멘토가 김태원 같아져야 한다. 모든 멘토스쿨이 김태원과 외인구단처럼 자기 이름을 가져야 한다. 앙까라는 별명이 붙고, 골렘에서 태권브이까지, 어느 한 사람이 계속 살아남고 떨어지는 것 가지고도 그렇게 논란이 불붙어야 한다. 역시 연출의 영역이다.

아예 멘토시스템을 포기하던가. 멘토시스템을 살릴 것이면 그것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긴 그래도 시청율은 그다지 나쁘게 나오지 않았다. 안주할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인가. 담당PD도 종편으로 넘어간다고 하니 심기일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오디션프로그램으로서 장래성을 보자면 개인적으로 <슈퍼스타K>보다는 <위대한 탄생>에 점수를 주고 싶다. 가장 좋은 것은 이미 프로인 멘토들로부터 전문적으로 배우고 훈련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각자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학원에 다녀도 현장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하나같이 대가들이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얻는 것이 있다.

더구나 형님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 대단한 신승훈을 형님이라 부르고 김태원을 형이라 부른다. 이은미나 김윤아도 선생님이라 부른다. 오디션은 끝이 아니다. 오디션이 끝나고 나서가 비로소 시작이다.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대중음악계에 지분도 작지 않은 멘토와의 인간적인 관계. 백청강과 이태권은 김태원으로부터 신곡까지 하나씩 받았다. 오디션이 끝나고 음악인으로 계속 살아가려 할 때 그것은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당장 비빌 언덕이 생긴다.

<슈퍼스타K> 시즌2에서도 강승윤과 윤종신의 인간적인 관계가 "본능적으로"라는 최고의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승윤은 스타가 되었고 윤종신 역시 작곡가로서 살아났다. 당장은 조용해도 강승윤 역시 그것이 앞으로의 활동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탄생>은 그것을 아주 처음부터 작정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그것을 서사로써 이어가지 못하면. 드라마로써 녹여내지 못한다면. 그래도 지금의 시청율보다는 더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실제 성공한 프로음악인도 배출해야 할 테고.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아니 고민해야 한다.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랜드 파이널마저 끝나고 마지막 공연을 하는데 이런 시들한 반응들이라니. 그들에게는 시작일 터인데. <위대한 탄생>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안요인이며 그복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재미있었다. 역시 한때 꿈을 꾸어 본 입장에서 꿈을 위해 도전해나가는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좌절하는 그 눈물마저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도 김태원의 말투에 전염된 것일까?

일신한 <위대한 탄생> 시즌2를 기대하며. 멘토시스템이 음악인을 꿈꾸는 더 많은 지망생들에게 또 하나의 꿈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미흡함을 살리며. 장점을 살리며. 꿈과 열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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