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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3.14 10:39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넌 날 보려고도 안하지! 오수가 화내는 까닭"

오수에게 보여주려 오영이 결혼을 서두르려는 이유

▲ 사진제공=바람이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근데 넌 날 볼 수 없어. 아니, 보려고도 안하지!"
"내가 보고 싶단 말은 다 거짓말이야, 그지?"

다시 게임은 시작된다. 오영(송혜교 분)은 여전히 오수(조인성 분)을 자기의 오빠라 믿고 그런 오수에 의지하며 오수를 위해 이명호(김영훈 분)와의 결혼까지 서두르려 한다. 오빠가 떠나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알까? 너무 서두른다. 조급하다. 마치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마냥 불안하게 들떠있다. 종양이 재발한 탓도 있을 것이다. 뇌종양이 다시 재발한데다 상태도 심각하다. 수술로도 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아니 무척 힘들다. 이제 떠나보내고 나면 어쩌면 그 사이 자기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오영은 자기의 입으로 그렇게 말한 바 있었다. 이미 여섯살때부터 준비해 왔노라고. 이 순간을 위해. 다시 병이 재발했을 때를 대비해. 아무때든 그런 순간이 찾아오게 되면 의연히 당당하게 맞아주겠다. 그렇다면 겨우 어려서 헤어졌던 오빠와 다시 만나게 된 그 순간에도 그녀는 준비하고 있었어야 했다. 새삼 오빠를 위해 결혼식을 서두르며 부산을 떨 이유가 없다. 그래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새로 생겼다.

오빠여야 했다. 오빠가 아니면 안되었다. 건달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을 때 마침 오수가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불안하고 두려울 때 오수는 나타나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오빠가 필요했다. 설사 그가 친오빠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녀에게 간절히 필요했던 것은 오빠의 역할을 해 줄 누군가였을 것이다. 더구나 병까지 재발하고 나니 그녀는 더욱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찾게 된다. 역시나 이때도 가장 필요한 때 그녀의 곁을 지켜준 것이 오수였고 그래서 그녀는 오수를 오빠로 인정하기로 한다.

미묘했다. 그 순간 어쩌면 그들은 남매가 아닌 남이었다. 전혀 남인 사이가 되어 그동안의 일들을 따져묻고 변명하려는 듯 보이고 있었다. 그런 한 편으로 여전히 그들은 오빠와 여동생이었고 그런 여동생을 달래고 다시 그런 오빠에게 따지고 대들며 응석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거나!"

그것은 남자 오수로서의 여자 오영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떠나면 끝나? 넌... 떠나면 끝나는 거니? 난 남고 넌 가면 끝나는 거야?"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동생 오영의 오빠 오수에 대한 원망이고 비난이었을까?

그러나 하필 두 사람이 미처 헤어지기도 전에 오영은 쓰러지고 말았고 바로 실려간 병원에서 종양이 -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재발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영에게는 아직 낯설기만 한 남자 오수보다는 오빠 오수가 더 필요했고, 오수 역시 오영의 곁을 지키기 위해 조금만 더 오영의 오빠로 남아있기로 한다. 오영을 위해 떠날 것을 말했지만 여전히 오수는 오빠로써 오영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키려 한다.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정작 이명호와 결혼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오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여자로서 가장 아름답다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대상도 다른 사람이 아닌 오수 자신이었다. 이명호와의 결혼을 위해 그의 부모를 만나러 가는 자리에도 그녀는 굳이 오수와 함께 할 것을 고집한다. 전형적인 사이좋은 오빠와 여동생을 보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오영이 그렇게 과장되게 드러내려 한다. 마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그것을 말하는 것일 게다. 오수가 오영에게 자기를 보려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마는 것은. 자기를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 거짓말이었느냐며 비난을 퍼붓고 마는 것은. 오영은 여전히 오수를 바로 보려 하지 않는다. 오수가 누구인지. 오수가 과연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가 과연 진짜 자신의 오빠 오수인지, 아니라면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보다 오영 자신에게 있어 오수란 어떤 의미인지. 차라리 오수의 정체를 알고 그를 비난하려 했다면 오수 또한 그녀에게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어차피 이명호와의 결혼생활은 짧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명호에게나 오영 자신에게나 그것을 슬퍼할만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없다. 염치없고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대신 그에게는 피엘그룹이라는 대기업의 후계자 자리가 주어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대할 것도 따로 미련을 둘 것도 없는 그것으로 충분한 결혼이며 그들 사이의 관계다. 과연 이제 와서 오영이 오수의 정체를 알고, 자신에게 오수란 어떤 의미이며 존재인가를 안다 해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쉬움과 두려움만 더 커질 뿐이다. 차라리 자신은 이대로 이명호와 결혼하고 그런 자신을 축하해주며 오빠로써 오수가 떠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래서 더 화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고 싶다 말하라. 살고 싶다 말하라. 욕망하라. 갈구하라.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채로는 싫다. 아무것도 아닌 거짓된 대상인 채로는 싫다. 진소라(서효림 분)가 왕비서(배종옥 분)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겠다 협박했을 때 오수는 차라리 그러라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오영을 사랑하는 것은 남자 오수 자신이니까. 오영을 위해 그녀의 오빠가 되고자 한 것도 남자 오수로서의 판단이고 선택이었다. 싫다면 싫다고, 미우면 밉다고, 떠나야 한다면 떠나라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는 편이 자기로서도 좋다. 그녀는 왜 그런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일들에 대해 이토록 무기력하고 무심한가.

뇌종양이라고 하는 치명적인 병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깊게 더 복잡하게 꼬아간다. 뇌종양의 재발로 인해 더욱 간절히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서로의 곁에 있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의 거짓에서 비롯된 단지 기만에 불과하다. 어떤 진실도 자신의 진심조차 바로보지 못할 정도로 현실은 무섭고 버겁기만 하다. 애써 아니라 말하지만 그것은 단지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외면하고 도망치려는 나약함이고 비겁함일 뿐. 그래서 서로가 더 애처롭고 더 원망스럽다. 오수는 마침내 조무철(김태우 분)을 형이라 부른다.

화가 났을 것이다. 아직도 이토록 뜨거운 오수에게. 자기에게는 없는 삶에 대한 희망이 이토록 눈부시기만 한 오수에 대해서. 여전히 그는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존심까지 내던져가며, 그토록 자기에게 원망과 비난을 퍼붓던 조무철 자신에게까지 찾아와 서슴없이 무릎꿇고 사정까지 한다. 그렇게 엉망이 되도록 얻어맞아가며 오로지 자기가 사랑하는 한 여자의 이름만을 주문처럼 되뇌이고 싶다. 이래서 죽은 문희주도 자신이 아닌 그를 사랑했던 것이었는가. 그를 사랑하여 그를 위해 그의 아이를 가지고자 했던 것이었는가. 무엇보다 그에게도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그것은 질투이고 분노이며 좌절이고 절망이다. 그가 정작 때리고 싶은 것은 오수가 아닌 조무철 자신이었을 것이다.

오수는 말한다. 사랑이란 계약이 아니라고. 상대가 거부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보답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단지 집착에 불과하다. 바로 같은 시간 왕비서 왕혜지는 오영에게 자기가 얼마나 오영 자신을 위해왔는가를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대사 한 마디를 써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진소라라고 하는 캐릭터의 역할일 것이다. 오수를 길들이려 그를 함정에 빠뜨리고 마는 진소라의 사랑과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오영에 대한 왕혜지의 집착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죽을 수 없어 살고자 하는 오수와 살 수 없어 죽고자 하는 오영의 운명적인 만남처럼 말이다. 왕혜지의 오영에 대한 마음만은 어쩌면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심이 만들어내는 비극을 진소라가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가 가쁘게 흘러간다. 오수의 정체는 이미 드러났다. 장성(김규철 분) 변호사에 의해서, 그리고 이제는 왕혜지 왕비서에 의해서. 하기는 이제 그다지 상관이 없다. 더 이상 오수는 오영의 돈을 바라보고 그녀의 오빠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설사 모든 사실이 들통나더라도 어차피 지금까지 아무일없이 살아온 것 앞으로도 여전히 아무일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그를 걱정케 하는 것은 여전히 죽고자 하는 여자 오영이다. 오영을 위해 오수는 조무철에게 무릎을 꿇고 조무철은 오수를 위해 다시 한 가지를 준비하려는 듯하다. 오수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박진성(김범 분) 자신도 점차 궁지로 내몰리기 시작한다. 그의 곁에는 그가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문희선(정은지 분)이 있다.

오수가 오영에게 진심으로 화를 낸다. 두번째로 그녀로부터 떠날 것을 협박처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살고자 하지 않는 그녀가 화가 난다. 자꾸 죽으려고만 하는 그녀가 참을 수 없이 화가 나려 한다. 살아야 하는데. 살지 않으면 안되는데. 욕을 하고 저주를 퍼부을지언정 그녀는 살아야만 하는데. 헤어짐이 죽음보다 두렵지는 않다. 죽음조차 그녀보다 두렵지는 않다. 오영이 울고 만다. 죽음보다 차라리 그와의 헤어짐이 무섭다. 오수가 차라리 죽음보다 더 무섭다. 오수 또한 차라리 오영이 죽음보다도 더 무섭다.

깎아지른 벼랑 위에서 두 남녀가 만난다. 서로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해. 살고자 해서. 혹은 살 수 없어서. 그래서 진심을 뒤로 한 채 그들은 두려움과 먼저 맞서야 한다. 불안해하면서도 그들은 분명히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다. 솔직해질 수 있을까? 솔직하지 못한 등장인물들에 비해 작가의 대사나 배우의 표정은 너무 솔직하기만 하다. 보는 재미가 있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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