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3.08 08:46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오수의 거짓말이 탄로난 순간, 오영 다시 울다"

너무나 허술한 사기극, 예정된 진실이 드러나며 전환점을 이루다

▲ 사진제공=바람이분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먹으면 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약이라 했었다. 그래서 죽기 위해 억지로 졸라 오수(조인성 분)로부터 그 약에 대한 권리를 양보받았다. 그리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그녀는 그 약을 먹고 죽고자 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약의 내용물을 쏟아버린 행동에 의심을 품고, 그 약의 내용물이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약물이라 하니 의심은 확신이 된다. 도대체 오영(송혜교 분)이 진정 바라고 목적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바로 죽고자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울 때 죽고 싶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음을 맞고 싶다. 더 추해지기 전에. 더 비참해지기 전에. 더 고통스럽기 전에. 자신이 목적한 삶이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의 형태가 있다. 그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자신과 함께 영원 속에 남겨두고 싶은 것이다. 더 추해지고 비참해지기 전에 그나마 보다 나은 형태로 자신을 사람들 기억속에 남겨두고 싶은 것이다. 최소한 스스로를 스스로의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희망을 가져본 사람만이 절망도 안다.

죽고 싶다. 하지만 한 편으로 살고 싶다. 살고 싶기 때문에 죽고 싶다. 죽고 싶은 것은 바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력한 자신으로는 더 이상 한 순간도 살고 싶지 않다. 여전히 왕비서(배종옥 분)의 손아귀에서 그녀의 의도에 따라 꼭두각시 인형마냥 이리저리 휩쓸리고, 일방적으로 선택되고 결정된 약혼자인 이명호(김영훈 분)는 단지 자신을 도구로 수단으로써만 여길 뿐이다. 이대로 산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2년 전 직접 오빠를 찾아 나섰던 것이었다. 그 긴 시간을 한결같이 오빠를 기다리고, 겨우 만나게 된 오빠에게 무작정 기대려 했었던 것이었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오빠가 떠난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죽으려 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죽음을 막으려는 아니 막는 것은 상관없다. 그것이 오빠일 테니까. 그러나 오빠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왕혜지나 이명호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기만하려 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오빠 오수로부터 받은 약의 성분이 오빠 오수가 말한 그대로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독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제서야 그런 약을 동생인 자신에게 건넨 오수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친오빠라면 자신의 친동생에게 그런 약을 함부로 주거나 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약을 주고 나서 속이기보다 처음부터 차라리 약을 주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오빠인가?

그제야 미뤄두었던 오수에 대한 의혹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단지 계기가 필요했을 뿐 너무나 당연한 의심들이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허점투성이의 부실공사와도 같은 사기극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의도하고 사기를 친 것이 아니었다. 미리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여 사기를 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우연찮게 돈이 간절히 필요한 그때 장성(김규철 분) 변호사가 찾아와 자신을 죽은 오수와 착각하면서 순간의 우연과 충동에 의해 우발적으로 시작된 허술하기 이를 데 없는 엉터리 사기극이었다.

이름난 도박꾼답게 놀라운 배짱과 임기응변으로 그때그때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결국 그런 배짱으로 인해 원래의 오수와 어렸을 적 깊은 인연이 있던 심중태(최승경 분)로 하여금 실제 오수의 어렸을 적 사진을 찾아내도록 만든다. 아니 그 이전에 진소라(서효림 분)의 집착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사기극에 휘말려 전과자가 되는 순간 그의 존재 역시 여기저기 그 흔적을 남기고 말았을 것이다. 장성 변호사가 그에 대해 의혹은 가지고 잠시 주변을 조사해 보는 것 만으로도 그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말 정도로 그는 전혀 '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신이 벌이게 될 사기극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감정상태나 거짓말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오영이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단지 오빠에 대한 오영의 간절함이 그녀의 귀를, 판단을 가리고 있었을 뿐.

하지만 결국 오영으로 하여금 오수에 대한 모든 것들에 대해 귀를 닫고 판단을 미루도록 만든 것은 오빠 오수에 대한 그녀 자신의 간절함이고 절실함이었다는 것이다. 의혹이 배신감으로 바뀌고, 의심이 확신이 되어버린 뒤임에도 그녀가 끝내 오수 앞에서 무너지고 만 이유였다. 그럼에도 오수는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었고,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몸을 던져 구해주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두렵고 막막하기만 한 순간 마치 바라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존재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다. 오빠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던 오빠 그 자체였다. 그녀가 간절하게 그리고 바라던 바로 그 오빠였다. 차라리 죽여주었으면. 아니 살려주기를. 그래서 그녀는 오수 앞에서 다시 한 번 오열하고 만다. 막연하기만 하던 오빠 오수가 아닌 진짜 오빠'같은' 오수를 향해서. 비로소 남자 오수와 여자 오영은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수의 지시를 받은 박진성(김범 분)이 문희선(정은지 분)과 함께 이명호와 왕혜지의 뒤를 캔다. 그리고 그런 박진성과 문희선의 움직임을 눈치챈 왕혜지는 진소라와 연락하며 오영에게 오수의 실체에 대해 털어놓음으로써 반격을 꾀한다. 박진성과 문희선이 이명호의 뒤를 쫓는 그 순간에도 이명호 역시 왕혜지와 함께 오수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장성 변호사마저 더해지며 오수의 어설픈 사기극이 파국을 맞는 가운데 이명호와 왕혜지 역시 감춰져 있던 실체가 드러나려 한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며 오영과 오수는 가짜 오빠와 동생이 아닌 한 남자와 여자로 만나고, 가려져 있던 진실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는 바뀌고 드라마의 긴장도 고조된다.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다.

조무철(김태우 분)이 처음 오수에게 제시했던 3개월의 기한이란 어쩌면 조무철 자신의 병과 깊은 관계가 있는지 모른다. 죽음을 앞에 두고 죽기전 가장 크게 미련이 남는 일 하나를 정리하려 한다. 오수의 마지막을 보고 싶다. 오수의 그 끝을 보고 싶다. 죽음이든 아니면 자기가 미처 생각지 못한 어떤 반전의 모습이든. 죽으면 죽는 것으로 죽은 문희주에 대한 복수를 마칠 수 있을 테고, 다른 어떤 반전을 보게 된다면 비로소 오수를 용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도 안다. 모든 것이 변명이고 단지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을. 동생들을 위해서, 혹은 문희주의 죽음 때문에, 그러나 결국 자신의 삶을 결정한 것은 바로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의 묘하게 오수를 몰아세우면서도 살 길을 만들어주는 배려가 그렇게 이해된다. 결국 조무철의 오수에 대한 마지막 결정은 그 자신에 대한 위로이며 용서일 것이다.

위기가 다가온다. 처음의 허술한 계획처럼 어설픈 계획은 아주 짧은 노력만으로도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허물어져 버리고 사방에서 모든 것이 오수를 궁지로 내몰려 한다. 그 전에 오영이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의 처지를 이용해 건달들이 그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오수가 그런 그녀를 구해준다. 오영의 위기는 누가 구해주게 될까. 진소라가 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유일 것이다. 오영을 자신이 구해주고 싶다. 인연이란 구원일 것이다. 박진성에게 오수가 그러했듯. 또한 문희선이 그러하듯. 왕혜지의 진심이 궁금해진다. 그녀에게 오영이란 그녀의 말처럼 구원이고 전부였을까? 아직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감정들이 복잡하다. 어느 하나 단순한 것이 없다. 켜켜이 쌓이고 올올이 엮여 있다. 단지 믿고 있을 뿐이다. 단지 필요에 의해 선택했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의 진심이라 여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조무철의 증오도, 진소라의 집착도, 왕혜지의 오영에 대한 마음도. 무엇보다 오수와 오영의 서로에 대한 감정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거칠게 흐른다. 영상이 아름답다. 영상 만큼이내 배우들도 또한 아름답다. 눈물이 아름답다. 피와 같다. 처절하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