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3.04 09:38

남자의 자격 "정체성을 잃어버린 예능의 말로,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남자의 '자격'도, '공감'의 '재미'도 사라진 잔해를 보다.

▲ 사진='남자의 자격'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인정해야겠다. PD가 바뀌었다. 멤버가 바뀌었다. 프로그램도 바뀌었다. 하기는 언제부터인가 <남자의 자격> 뒤에는 시즌2라고 하는 단어가 당연하게 따라붙고 있었다. 단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늦었을 뿐이다. 필자가 즐겨보던 그 <남자의 자격>은 이미 더 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련이고 다만 집착이었을 뿐이다.

당장 이번주 '남자, 서울시장 투어' 미션만 보더라도 그렇다. 고작 시장을 찾아가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장의 명물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내용의 전부였다. 물론 상품을 소재로 퀴즈대회를 여는 등 예능스러운 재미를 주기 위한 노력도 빠지지는 않았었다. 특히 국내 최대의 한약재시장인 서울 약령시장을 방문해서 보여준 한약먹기는 마치 여러해 전 이경규 자신이 케이블TV에서 진행했던 <복불복쇼>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보기에도 혐오스러운 맛 또한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은 약재들을 맛보며 곤란해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짓궂은 웃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한우 부위를 걸고 퀴즈대회를 하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바로 뒷시간대에 방송되는 <1박2일>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복불복쇼>도 있었고 <1박 2일>도 있었다. 평일저녁시간대 생활정보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의 자격>은 어디에 있는가? 매주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고 그 미션을 직접 수행해가면서 남자로서의 자격을 찾아가겠다던 애초의 취지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기왕에 서울의 시장을 투어하겠다 계획을 세웠다면 멤버들 자신이 직접 시장속으로 뛰어들어 몸으로 체험했어야 했을 것이다. 시장상인들과 함께 장사를 하던가, 아니면 구매자의 입장이 되어 시장을 돌며 상품을 구매하던가. 단지 소개하여 보여주고 있을 뿐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며 구현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남자의 자격>이었던가.

특히 최근 <남자의 자격>에 가해지는 많은 비판들의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이 사라졌다. 방송을 날로 먹는다. 웃음이 사라졌다는 말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원래부터도 <남자의 자격>이란 그렇게 크게 웃음을 주거나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대신 내 이야기를 보는 듯한 그리고 주위의 누군가의 실제 모습을 보는 듯한 그런 공감대가 강요되지 않는 자연스런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이 <남자의 자격>이 추구하는 '리얼리티'였고, 그것이 바로 <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리얼버라이어티'가 갖는 정체성이었다. 김태원이 가지고 있던 '국민시체'의 캐릭터 역시 그런 직접 뛰고 구르는 과정에서의 신체적 한계가 리얼하게 드러나면서 붙여진 것이었다. 그때도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았지만 워낙 김태원의 건강상태가 그러하기에 그조차도 프로그램의 '리얼리티'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같은 체력의 한계를 체감할 수 있는 미션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김태원의 소극적 경향만 드러나고 말 뿐이다.

기왕에 젊고 건강한 주상욱이라는 새로운 멤버를 맞아들였다. 김준호 역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체력을 갗추고 있다. 더 독하고 더 강한 미션으로 멤버들을 내몰더라도 충분히 그것을 감당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대비와 개성들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한 현장감 속에서 시청자 또한 자신의 또다른 일상을 '리얼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을 통해 간접체험하며 공감대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TV를 통해 더욱 시청자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그것이 '리얼버라이어티'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훌륭한 자원들을 새로 영입하고서도 겨울볕을 쬐는 노인들처럼 그렇게 한가한 몇 마디 이야기로만 모든 것을 대신하려 할 뿐이다. 주상욱의 캐릭터가 빛을 잃어간다. 마찬가지로 더 이상 김태원의 캐릭터는 <남자의 자격>에서 특별하지 않다.

폐지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그동안 <남자의 자격>이 중장년의 남성은 물론 젊은 여성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었는가 그 이유를 스스로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칙칙한 중년의 아저씨들이 모여 만드는 프로그램에 어째서 젊은 여성들마저 관심을 가지고 호응을 보이고 있었는가. 그보다는 눈에 보이는 '합창단'의 성공에 도취되어 그것만을 답습하려 한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그들과 공감대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제작진과 연기자 자신들만이 만족하고 마는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잠시의 반등은 있었어도 결국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자의 자격>이 사라진 자리에 제목만 같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소재가 고갈되었다? 그렇다기에는 이번 '서울시장 투어' 미션만 하더라도 훌륭한 소재가 아니겠는가. 직접 시장에 가서 상인이 되고, 혹은 물건들을 구입하는 고객의 입장이 되고, 그렇게 시장의 일상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현장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가능하다. 단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향도 정체성도 잃어버린 결과 소재의 표면만 훑고 지나간 것이 이번주 <남자의 자격>의 내용인 것이다. 재미는 있지만 <남자의 자격>은 없었다. 체험도 공감도 재미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공허한 웃음만 남았다. <남자의 자격>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그런 웃음이었다. 굳이 <남자의 자격>일 필요가 있겠는가.

아쉬움도 없다. 당연히 서운한 감정도 없다. 끝낼 때가 되어 끝나는 것 뿐이다. 어차피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공감도 재미도 주지 못하는 <남자의 자격>이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어떤 기대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었다. 멤버들에 대한 애정마저 사라지려는 시점이다. 단지 길다면 긴 지난 4년의 시간을 그저 고마워 할 뿐. 즐거웠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즐겨보고 가장 재미있어했던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최근 몇 년은 전과 같지 못했더라도.

단지 올 것이 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역시 이경규는 타고난 코미디언이다. 김준호의 웃음에 대한 욕심은 차라리 탐욕에 가깝다. 주상욱의 타고난 넉살은 다른 곳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다. 이윤석과 김국진과 최근 많이 부진했던 김태원, 그리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막내 윤형빈까지. <남자의 자격>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함께 확인한다. 웃겼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