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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영화
  • 입력 2013.03.02 12:07

[리뷰] 알렉스 크로스, '액션도 스릴러도 아닌 애매한 영화'

프로파일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프로파일러는 보이지 않는다.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알렉스 크로스(Alex Cross)

감독: 롭 코헨
출연: 매튜 폭스, 타일러 페리, 에드워드 번즈, 레이첼 니콜스

 

▲ 사진제공=인벤트 디
스릴러로서도 액션으로서도 그다지 만족을 주지 못한 영화.

도시를 파괴하는 연쇄살인범을 막아라! 도시 개발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의 임원진들이 연쇄살인으로 인해 죽어간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유일한 단서는 피카소 풍의 그림뿐! 디트로이트 최고의 프로파일러 형사팀은 의문의 연쇄살인범을 쫓기 시작한다. 그 와중, 리더 알렉스 크로스 박사의 아내 역시 연쇄살인범의 희생양으로 지목되고, 팀원 모니카마저 납치당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시놉시스만 본다면 연쇄살인 범을 쫓는 FBI 혹은 강력계 형사들의 범죄 스릴러 물이 연상된다. 그러나 실은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라 액션 영화이다.

이 영화는 ‘범인은 누구인가, 주인공은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범인은 과연 잡힐 것인가’ 라는 형사 스릴러물의 공식 중 세번째, 범인은 과연 잡힐 것이고 누가 이길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며, 이들에게 범인의 정체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범인의 타겟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급기야 자신들의 신변마저 위협하는 범인을 빨리 검거, 혹은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냐 프로파일러냐

프로파일러란...
범죄심리분석관 또는 범죄심리(행동)분석요원으로서 범죄사건의 정황이나 단서를 분석,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유형을 추론하여 수사방향을 설정하고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는 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인 수사기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연쇄살인이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투입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오류 두 가지는 강력계 형사와 프로파일러라는 조합의 실수와 범인의 정체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연쇄살인마냐 테러리스트냐를 확실히 하지 못한 것이다.

일단 주인공 알렉스(타일러 페리 분)는 공식적으로는 디트로이트 서의 강력계 형사다. 물론 자신의 아내가 카페 라테를 마셨는지, 어떤 립스틱을 발랐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해 그녀의 하루 일과를 분석해 내기도 하는 훌륭한(?) 프로파일러다. 물론 그러면서도 아내의 임신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영화적으로 흥미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굳이 리얼리티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강력계 형사가 프로파일러라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는 FBI 소속이기 때문이다. 우직하거나 민완인 형사와 냉철하거나 지적인 프로파일러가 엎치락뒤치락 갈등을 겪으면서도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게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 영화의 컨벤션이다.

 

 

이 영화는 나름의 재미를 주고자 강력계 형사를 프로파일러로 설정했다. 독특한 시도는 좋았으나 어울리지 않는 옷만 입은 셈이다. 애초에 사건 자체가 프로파일러가 필요없는 사건이며 알렉스는 프로파일러로서 범인의 정체나 행동을 추리해내지도 못하고 실제로 그럴 필요도 없다. 총과 폭탄 들고 덤비는 범인을 잡는 데 무슨 프로파일러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범인의 목표물 자체가 명확한 상황에서 다음 희생자를 예상할 필요조차 없어진다. 단순히 SWAT팀이나 강력계 형사 듀오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 설정한 프로파일러라는 캐릭터가 내러티브에 아무 역할도 못하면서 겉돌기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마지막에 알렉스가 아내를 잃고 스스로 피카소를 잡겠다고 산탄총을 개조하고 중화기로 무장한 채 집을 나서는 장면은 감독 스스로가 이 영화의 실수를 자인한 꼴이다. 결국엔 프로파일러고 나발이고 간에 힘으로 제압하게다는 것이다.

 

 

연쇄살인마냐 테러리스트냐

스스로 고통에 매료되어 고문을 즐기는 냉혹한 변태 살인마, 피카소(매튜 폭스 분)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방식으로 목표를 제거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이 피카소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쇄살인마(serial killer)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피카소 같은 경우는 대량살인마(massive killer)가 맞으며, 실상은 테러리스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의 살인은 자신만의 쾌락을 위해, 혹은 어렸을 적의 학대 등의 정신적 상처로 인해 왜곡된 가치관을 갖게 된 살인자가 망상에 빠져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며, 돈과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전형적인 테러리스트 피카소는 애초에 캐릭터 설정이 명확하지 못했다. 처음 등장 장면부터 격투기장에서 무지막지한 힘과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며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의 뇌리 속엔 줄곧 피카소가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보는 킬러(연쇄살인범이 아닌 프로페셔널 살인자)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신발 속에 총을 숨겨 들어와 보디가드들을 깔끔하게 제압하는 남자가 목탄으로 범죄 현장에 그림을 그려 범죄현장에 단서를 남겨놓는다고 해서 우리는 그를 조디악이나 한니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객들은 애초에 알렉스가 프로파일러인지 강력계 형사인지를 헷갈려하며 영화가 관객들에게 피카소를 연쇄살인범으로 봐야할지 테러리스트로 봐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바람에 두 가지 재미를 의도했던 영화는 오히려 하나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고 실망감만 안겨준다.

 

[트리플X], [분노의 질주], [미이라3] 등의 걸출한 액션 영화를 연출해 왔던 롭 코헨 감독답게 액션장면에서는 나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지만, 액션 영화라고 하기엔 액션 장면이 조금 적고, 스릴러라고 하기엔 긴장감을 자아내는 단서가 없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장면은 마약조직의 보스로 나오는 이가 바로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서 마약왕 구스타보로 열연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라는 점이다. 물론 브레이킹 배드를 본 관객들만 웃을 수 있는 장면이긴 하지만.

다국적 기업의 CEO 메르시에 역을 맡은 장 르노는 불어난 몸과 늘어난 주름살만 보이며 액션과는 거리가 먼 역할을 맡았다. 이제는 어디서도 레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장 르노를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이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이 이 영화에 대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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