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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8.06.28 00:00

[S리뷰] ‘변산’, 서툴기에 더욱 장엄하게 타오르는 우리네 청춘의 아름다움

▲ '변산' 포스터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장엄하게 타오르는 노을 같은 우리네 청춘을 떠오르게 해 오래도록 여운에 젖게 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바로 ‘동주’, ‘박열’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으로 불리는 영화 ‘변산’이다.

‘변산’은 고향을 떠나 빡센 인생을 살아가던 무명의 래퍼 학수(박정민 분)가 고향으로 강제 소환되고,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변산' 스틸컷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변산’은 사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는 학수의 환경부터, 학수가 고향에 내려가 겪는 소소한 사건들은 관객들과 학수의 공감대를 형성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뭉클한 감정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준익 감독은 지난 언론시사회에서 “누구든 다시 마주하기 싫은 과거의 불편했던,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한 과거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정면으로 맞서서 화해하고 악수할 것인가, 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변산’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한 바 있다. 

특별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무어라 정의하기 어려운 청춘을 보편적인 일상 이야기를 이용해 풀어나가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은 그야말로 으뜸이다. ‘변산’은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배치해 편안하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게 하며,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단짠단짠’(단 것을 먹은 후 짠 것을 먹는 걸 반복하면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의 조합으로 풀어내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이외에도 ‘변산’을 이끌어가는 수장 이준익 감독의 치밀한 연출은 빛난다.

▲ '변산' 스틸컷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변산’은 주인공의 직업을 무명 래퍼로 설정해 학수의 속내를 랩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의 중간중간에 삽입된 랩은 학수가 솔직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도구이자 수단으로 이용되며, 관객과 학수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소통수단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대중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소재인 힙합을 이용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 ‘변산’을 탄생시킨 이준익 감독의 역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변산’에는 주인공 학수로 분한 배우 박정민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캐릭터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직접 가사를 쓰고 비트를 만드는 등 약 1년간 음악 작업과 랩 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박정민은 “기성 래퍼보다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하기에, 그저 관객들이 학수라는 인물을 납득할 수 있도록 열심히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무명 래퍼 학수에게선 어색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어느 지점에서는 프로의 냄새가 살짝 풍기기까지 한다.

▲ '변산' 스틸컷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랩뿐만 아니라 박정민은 ‘변산’에서 다양한 감정을 오가는 학수를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의 팬이라면 ‘변산’은 인생작으로 기억될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것이며,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잘 알지 못했다면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된다는 뜻의 신조어)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그만큼 ‘변산’ 속의 박정민은 매력적이다. ‘변산’을 보는 내내 영화 ‘동주’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이준익 감독이 ‘박정민의 매력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 감독이 “박정민의 매력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다음에 더 뽑아먹어야겠다”라고 말했던 이유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박정민과 호흡을 맞춘 김고은도 주목할만하다. 김고은은 학수를 고향으로 강제 소환시킨 선미를 맡아 자연스러운 사투리와 순박한 모습 그리고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등 ‘변산’에서 의외의 웃음을 담당한다. ‘은교’, ‘도깨비’ 등 이전의 작품에서 보여준 캐릭터들과는 색다른 모습으로 ‘변산’에 등장한 김고은은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소화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졌음을 입증한다. 박정민과 김고은 이외에도 ‘변산’ 속 조연들은 넘칠 정도로 자신의 몫을 해내 영화의 감칠맛을 살려낸다.

▲ '변산' 스틸컷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의 훌륭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이외에도 눈길을 끈 것은 ‘변산’ 제작진이 공들여 촬영했다는 노을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노을은 시각적으로도, 연출적으로도 큰 여운을 남긴다. 붉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장엄하면서도 예쁘고, 슬펐다”고 말하는 선미의 대사를 통해 우리의 청춘이 그야말로 노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오래오래 기억되는 노을은 우리네 청춘과 닮아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또 돌아오는 노을처럼 우리의 청춘에도 끝은 없으리.

한편 영화 ‘변산’은 오는 7월 4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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