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잘 짜인 영화들의 틈바구니에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이 독창성이라는 반기를 들고 당당하게 등장했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좀체 어우러지기 힘들 것 같은 ‘지구 종말’, ‘외계인’, ‘생일 파티’라는 세 가지의 소재를 92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전부 담아냈다.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특별한 시선으로 풀어나간 네 가지의 에피소드는 ‘생일 선물’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유기적인 구성을 갖춰 안정감을 더했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지구 종말을 예상한 외계인들이 네 명의 인간을 찾아가 쇼킹한 생일 파티를 벌인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옆집 아저씨-왕따 소녀, 대학교 후배-일상에 지친 전업주부, 죽음을 앞둔 대학생-모태솔로 50대 남교수, 요구르트 판매원-아이디어가 필요한 영화감독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지구인들은 스크린 속에서 유일하게 특별하지 않은 존재다.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직업과 겪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슬픔을 지닌 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배우 강하늘이 맡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영화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한 백승빈 감독을 떠오르게 한다. 이에 백승빈 감독은 “나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지구인들은 나 같은 미친 정신을 지닌 아웃사이더를 다루고 싶었다”며 “조금은 우울한 면을 갖추고 있어 지구 멸망을 끌어당길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의 가장 큰 장점은 백 감독의 독특한 시선에서 오는 독창성이다. 오래전부터 외계인들의 캡틴은 어디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구르트 아줌마로 변신해 지구를 침투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백승빈 감독의 별난 상상력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다. 커다란 사건을 풀어나가거나 뚜렷한 기승전결을 이용해 완벽한 구성을 뽐내는 일반적인 한국영화와는 달리, ‘나와 봄날의 약속’은 백 감독만의 통통 튀는 시선으로 남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이는 관객에게 약간 불친절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에서 쉽사리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편적인 영화의 틀을 벗어났기에 관객들의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백승빈 감독은 해결방안으로 배우 김성균, 장영남, 강하늘, 이혜영 등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배우들의 힘을 빌려 관객들이 영화에 도전할 수 있게끔 힘을 보탰으며, 안정된 배우들의 연기는 백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수월하게 전달하는 데 일조했다.
오래간만에 등장한 신선한 작품에 배우들도 흔쾌히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균은 지난 언론시사회에서 “대본이 너무 이상해서 감독을 만나보고 싶었다. 실제로 감독을 만나보니 정말 이상하더라”며 “이 감독과 인연을 맺으면 계속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판타지, 스릴러, 멜로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나와 봄날의 약속’은 난해함이라는 바다의 물결을 유유히 가로지르기보다는 파도와 함께 흔들리며 자유로이 순항한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인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어차피 다 망할 거, 잘 망하자. 아름답게”라는 대사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한다.
한동안 남성 배우 중심의 영화만이 그득했던 영화계에 흔히 만나기 힘든 새로운 장르의 한국영화가 한 켠에 자리 잡아 관객들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와 봄날의 약속’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한편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