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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영화
  • 입력 2018.06.25 00:00

[S리뷰] ‘나와 봄날의 약속’, 난해함을 자유로이 순항하다

▲ '나와 봄날의 약속' 포스터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잘 짜인 영화들의 틈바구니에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이 독창성이라는 반기를 들고 당당하게 등장했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좀체 어우러지기 힘들 것 같은 ‘지구 종말’, ‘외계인’, ‘생일 파티’라는 세 가지의 소재를 92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전부 담아냈다. 독특한 소재만큼이나 특별한 시선으로 풀어나간 네 가지의 에피소드는 ‘생일 선물’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유기적인 구성을 갖춰 안정감을 더했다.

▲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컷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나와 봄날의 약속’은 지구 종말을 예상한 외계인들이 네 명의 인간을 찾아가 쇼킹한 생일 파티를 벌인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옆집 아저씨-왕따 소녀, 대학교 후배-일상에 지친 전업주부, 죽음을 앞둔 대학생-모태솔로 50대 남교수, 요구르트 판매원-아이디어가 필요한 영화감독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지구인들은 스크린 속에서 유일하게 특별하지 않은 존재다.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직업과 겪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슬픔을 지닌 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배우 강하늘이 맡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영화감독은 이 영화를 연출한 백승빈 감독을 떠오르게 한다. 이에 백승빈 감독은 “나일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지구인들은 나 같은 미친 정신을 지닌 아웃사이더를 다루고 싶었다”며 “조금은 우울한 면을 갖추고 있어 지구 멸망을 끌어당길 것 같은 사람들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컷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의 가장 큰 장점은 백 감독의 독특한 시선에서 오는 독창성이다. 오래전부터 외계인들의 캡틴은 어디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구르트 아줌마로 변신해 지구를 침투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백승빈 감독의 별난 상상력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다. 커다란 사건을 풀어나가거나 뚜렷한 기승전결을 이용해 완벽한 구성을 뽐내는 일반적인 한국영화와는 달리, ‘나와 봄날의 약속’은 백 감독만의 통통 튀는 시선으로 남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이는 관객에게 약간 불친절하게 다가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에서 쉽사리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편적인 영화의 틀을 벗어났기에 관객들의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백승빈 감독은 해결방안으로 배우 김성균, 장영남, 강하늘, 이혜영 등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배우들의 힘을 빌려 관객들이 영화에 도전할 수 있게끔 힘을 보탰으며, 안정된 배우들의 연기는 백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수월하게 전달하는 데 일조했다. 

▲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컷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오래간만에 등장한 신선한 작품에 배우들도 흔쾌히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균은 지난 언론시사회에서 “대본이 너무 이상해서 감독을 만나보고 싶었다. 실제로 감독을 만나보니 정말 이상하더라”며 “이 감독과 인연을 맺으면 계속해서 재미있는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판타지, 스릴러, 멜로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나와 봄날의 약속’은 난해함이라는 바다의 물결을 유유히 가로지르기보다는 파도와 함께 흔들리며 자유로이 순항한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인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어차피 다 망할 거, 잘 망하자. 아름답게”라는 대사 하나로 모든 걸 설명한다.

▲ '나와 봄날의 약속' 스틸컷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한동안 남성 배우 중심의 영화만이 그득했던 영화계에 흔히 만나기 힘든 새로운 장르의 한국영화가 한 켠에 자리 잡아 관객들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와 봄날의 약속’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한편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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