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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8.06.18 00:23

[S리뷰] '개들의 섬' 예리한 통찰로 풀어낸 웨스 앤더슨의 세계관

비극과 희극을 이처럼 단순명료하고 적절히 사용한 영화가 또 있을까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오는 21일 개봉하는 '개들의 섬'은 스톱모션(Stop Motion)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천재 감독 웨스 앤더슨의 예리한 통찰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룬다.

고바야시 메가사키 시장의 편견과 선동으로 인간세상(메가사키市)에서 쫓겨난 다섯마리의 견공과 아타리의 쓰레기섬 모험이 주를 이루는 개들의 섬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아울러 전 연령층이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자연과 동물을 업신여기는 물질만능사회를 향한 강한 톤의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

▲ 웨스 앤더슨 감독과 견공 퍼펫들(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인류의 오랜 편견과 차별을 꼬집은 웨스 앤더슨의 걸작

인간이 지닌 편견과 차별, 이를 정당화 하려는 오랜 관행이 '개들의 섬'에서 가감없이 표출된다. 간략한 스토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 대도시 메가시키의 시장은 고바야시(목소리 연기: 쿠니치 노무라). 그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치세를 누렸던 고바야시 가문의 후손이다. 이 가문은 10세기 전부터 개를 싫어해 온갖 불의를 저지른다. 

고바야시 가문의 분노가 현재에도 이어지면서 인간과 함께 살던 개들이 탄압 대상으로 떠오른다. 고바야시 시장의 개 추방 명분중 하나가 다름아닌 독감 전염병. 메가사키 시는 개들의 행태가 지저분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옮긴다며 도시에서 퇴출토록 국민의 원성을 유도한다. 

급기야 메가사키 시장의 경호견 스파츠(목소리 연기: 리에브 슈라이버)를 비롯해, 도심에서 살던 개들을 하나 둘씩 쓰레기 섬으로 쫓아낸다.

하지만 고바야시 시장의 양자 아타리(목소리 연기: 코유 랜킨)가 스파츠를 찾아 쓰레기 섬으로 몰래 날아간다. 이때부터 고바야시 시장과 그의 양자 아타리의 갈등이 점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 '개들의 섬' 스틸컷(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6년의 제작기간, 디테일이 살아있는 걸작 '개들의 섬'

'개들의 섬'(수입/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은 어쿠스틱 사운드가 녹아내린 음악과 음향으로 아날로그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극중 미장센은 깔끔함과 기이함을 적절히 배합하며 완벽한 앙상블을 구현했다. 무려 1,097개에 달하는 퍼펫(인형)과 그들만의 세상 대도시 메가사키, 개들의 유배지 쓰레기 섬 등은 관객의 이해와 상상력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려 6년(촬영만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만든 이 작품은 언어 사용에서도 선악구도의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가령, 극중 인간의 언어는 일본어. 반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9마리의 견공들은 영어를 구사한다. 이들 두 언어는 러닝타임 101분 동안 상호간의 오해와 충돌을 불러 일으키고, 때때로 정의구현 의지와 화합을 이끌어낸다. 

나아가 쓰레기 섬으로 유배된 견공들의 자유분방한 대사를 통해 그들이 처한 비극을 희화화하며, 산업화와 물질문명의 이기주의로 변질된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다. 

한편, 총 14만 4천개로 촬영된 스틸을 연결해 애니메이션 영화로 극화한 '개들의 섬'은 타작품과 구분점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자막.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일어는 자막 없이 내보냈고, 다만 견공들의 영어 대사를 통해 스토리 이해를 도왔다. 일례로 유럽에서 상영되는 외국어 영화는 대부분 자막 없이 성우 더빙 버전으로 상영한다.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제작과정 컷(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화려한 이력을 지닌 명배우들의 목소리 열연

목소리 배우로 출연한 배우들의 필로그래피를 보면 화려함 그 자체다.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밥 발라반, 프란시스 맥도맨드, 틸다 스윈튼, F.머레이 에이브라함, 제프 골든블룸 등은 웨스 앤더슨 감독과 두 작품 이상 호흡을 맞춰본 가족과도 같은 배우들이다. 

인기 TV시리즈 '브레이킹 배드'로 유명한 브라이언 크랜스턴이 주인공 견공 치프를 맡아 열연했고, 경호견 스파츠는 '지골로 인 뉴욕'과 TV시리즈 '레이 도노반'에서 열연한 리브 슈라이버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단골 출연 배우인 빌 머레이가 견공 보스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열연을 펼쳐 보였다.

빌 머리에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감독의 초기작 '러시모어'(1998)부터 걸작으로 평가 받는 '로얄 테넨바움'(2001),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2004), '다즐링 주식회사'(2007)에 이어 감독의 첫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폭스'(2009), '문라이즈 킹덤'(20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등 지난 20년간 감독과 동거동락한 인물이다.

또한 메가사키 시(市) 중산층 가정에서 잘 살다 쫓겨난 견공 렉스는 영화 '버드맨'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노튼이 맡았다. 그는 '개들의 섬'을 감독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트 킹덤'(2012)과 '그랜드 부다페스트'(2014)에 이어 다시 한번 그의 작품에 출연했다.

서커스 견공 넛메그는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매혹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메가사키 방송사 통역사 넬슨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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