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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매력없는 어설픈 악녀 주다해, 억지스럽고 유치해지다."
악에 대한 복수도 죄에 대안 응징도 흥미와 설득력을 잃어가다.
2013년 02월 19일 (화) 09: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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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 사진제공=베르디미디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어째서 범죄물에서는 범죄를 응징하는 과정 만큼이나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의 장면에 많은 노력을 할애할까? 굳이 연쇄살인범을 쫓는 내용의 영화에서 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려는 이유는 또한 무엇일까?

소설 <양들의 침묵>에서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한니발 렉터가 마지막 장면에서 간수 둘을 죽이고 탈출에 성공하게 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죄를 두려워하고 혐오하지만 한 편으로 죄에 이끌린다. 악을 경멸하고 증오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일상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것은 본능이며 충동이다. 사회화의 과정에서 억눌려왔던 또다른 자신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일상의 규범들이 그래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기에 그같은 일탈은 또다른 내면의 얼굴인 선과 정의에 의해 제압당하고 만다.

분노와 짜증은 얼핏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감정일 것이다. 분노는 넘쳤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다. 선을 넘어섰기에 그에 대한 반발로 분노의 감정이 일어난다. 분노에는 두려움의 감정이 함께 내포되어 있다. 반면 짜증은 미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두려움보다는 경멸이 더 강하다. 위협이 되기보다 차라리 우습다. 그러나 마냥 기분좋게 웃기에는 그 의도나 결과가 그다지 즐겁지 못하다. 두려움은 곧 동경이 되고 동의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경멸은 철저히 타자로서 멸시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같은 죄이고 악이더라도 두 가지는 이렇게 전혀 다른 감정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두려움의 대상은 되고 싶지만 경멸의 대상은 되고 싶지 않다.

드라마 <야왕>을 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일 것이다. 악역에도 멋이라는 것이 있다.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악이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만다. 두려워하고 저주하면서도 어느새 동경하며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통쾌하도록 거침없는 악행 가운데 일탈과 배덕의 쾌감을 대신해서 느끼게 된다. 물론 그를 응징할 때에는 자신이 지금껏 믿어왔던 선과 정의가 - 규범과 가치가 지켜지는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 드라마를 기대했었다. 어쩌면 주다해(수애 분)란 하류(권상우 분)가 그토록 증오하여 파멸시키기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걸었을 정도로 대단한 악일 것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물론 주다해는 많은 죄를 지었다. 사람을 죽였고, 시체를 암매장했으며, 지금껏 그 사실을 감추고 살아왔었다. 그 죄를 하류에게 뒤집어씌우기까지 했었다.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하류를 납치하여 협박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거짓말로 백도훈(유노윤호 분)과 그의 가족들을 기만하고 있었다. 하류를 납치해서 협박하는 과정에서 하류의 쌍동이 형인 차재웅이 죽기도 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들이 주다해라고 하는 악을 응징하기 위해 하류라고 하는 한 남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정도인가. 더구나 하류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전혀 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백도경(김성령 분)마저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었다. 하류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만당하고 이용당한 백도경의 입장은 또 어찌할 것인가?

차라리 주다해가 말 그대로 악의 화신으로써 묘사되었다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보편의 규범을 배반하고 상식에 도전한다. 사람을 죽이고, 다시 이용하고 버리고, 자신이 낳은 딸마저 더 이상 필요없어지자 서슴없이 저버리고 만다. 그 수단까지 너무나 교활해서 보통의 방법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주다해의 악행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백도경을 유혹해서 이용해야 하는 하류의 입장까지 정당화시켜준다. 설사 스스로 죄를 범해서라도 주다해의 악행을 막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녀를 응징하지 않으면 안된다. 백도경 역시 그 피해자라면 더할나위 없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백도경이 주다해를 싫어하는 것은 단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비루하고 비천한 신분이라는 것 때문이다.

통쾌함이 없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부수고 지나가려는 당당함따위 주다해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자신의 앞에 놓인 현실과 운명에 전전긍긍하는 나약함만이 있을 뿐이다. 도망치려 하고 회피하려 한다. 안전한 곳에 숨어 그저 벌벌 떨고만 있을 뿐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 그녀 자신이 주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죄가 되었다. 대리만족은 커녕 고작 그런 정도에 불과한가 답답한 느낌마저 준다. 그런데 그런 주다해를 응징하겠다고 한다. 주다해를 응징하겠다는 의지에는 심지어 그녀의 출신에 대한 백도경의 경멸과 딸 은별의 죽음에 대한 하류의 오해마저 뒤섞인다. 주다해를 응징해서 그 죄와 악을 끝내야 하는데 그 죄와 악의 실체마저 모호하다. 답답함이 짜증이 된다.

차라리 악역도 제대로 하면 멋있을 수 있다. 욕이야 먹더라도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줄 수 있다. 그래도 그 장면은 통쾌하지 않았느냐며. 자신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는 그녀에게 후련한 감정마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아서야 주다해를 응징하려는 하류마저 우습게 될 뿐이다. 고작 백도훈과 결혼하려는 주다해를 저지하기 위해 하류가 내세운 방법이라는 것이 백도경과의 결혼발표. 드라마가 유치해진다. 주다해의 악이, 죄가 유치해지니 그를 응징하는 방법도 유치해진다. 보다 치밀하게, 주도면밀하게 주다해의 악을 밝히고 죄를 드러낼 계획이란 없는 것일까? 하기는 사기꾼 출신이 세울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그렇다.

참 어설프다. 불과 3년 전 백도경은 자신의 말목장에서 차재웅을 보았었다. 그런데 그 이후 차재웅은 변호사가 되어 그녀의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과연 차재웅은 언제부터 변호사로서 활동을 해왔는가? 차재웅이 변호사 면허를 취득한 시기만 안다면 차재웅이 되고자 하는 하류의 의도는 그래도 허물어지고 만다. 하기는 주다해의 과거조차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는 정보력이다. 주다해는 굳이 하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사람을 쓰기보다 자기가 직접 홍안심(이일화 분)을 찾아가다 엄삼도(성지루 분)에게 속아넘어가고 만다. 그렇다면 주다해의 결혼을 막기 위해 백도경과 결혼하려는, 차재웅과 결혼하려는 백도경의 처지도 이해간다. 그렇게 그들의 처지가 빈곤하기만 하다.

어정쩡하다. 악도 아니고 죄도 아니다. 그렇다고 악이 아닌 것도 아니고 죄가 아닌 것도 아니다. 복수는 해야겠는데 너무 거창하다. 하지만 내용까지 거창하기에는 자라온 환경부터가 전혀 다른데 하류는 어느새 훌륭하게 차재웅이 되어 있다.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모든 결론은 원흉이랄 수 있는 주다해에게로 향하고 만다. 어떤 매력도 느낄 수 없는 한심한 나약한 악녀 아닌 악녀를 향해.

악을 더 키워야 한다. 죄 또한 더 키워야 한다. 일탈과 배덕의 쾌락으로 시청자를 빠뜨릴 수 있어야 한다. 막장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아들의 여자의 옛남자와 사랑에 빠진 친어머니라는 설정 역시 막장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추잡한 악이나 죄가 아닌 보다 명쾌한 소름끼치도록 섬뜩한 본질의 악이다. 그래야 하류도 살고 백도경도 산다. 백도경의 주다해에 대한 경멸과 혐오가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주다해의 죄와 악은 그보다 더 크고 깊다.

항상 느끼는 것이다. 미묘한 곳에서 멈춘다. 그 결과 자칫 드라마가 유치해지려 한다. 동기가 충분하지 않으니 동력 또한 충분치 않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설정이 불충분한 개연성으로 인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드라마가 겉돈다. 아쉽다.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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