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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음악
  • 입력 2013.02.17 10:14

불후의 명곡2 "유미의 1승과 데이브레이크의 우승, 가치를 확인하다."

어느새 전설로 불리게 된 아이돌 김민종,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다.

▲ 사진='불후의 명곡2'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중년이 된 김민종의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긴 했었다. 하지만 단지 나이를 먹었다는 것과 그가 전설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과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원로의 대우를 받는다. 벌써 김민종도 그런 위치가 되었다.

참 파릇파릇했었다. 김민종과 손지창, 그리고 이제는 그리운 이름인 구본승. 하이틴스타란 이전에도 있었다. 하기는 이제는 하이틴이라는 말 자체를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마 아티스트가 아닌 엔터테이너로서 최초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이들 젊은 스타연예인들이었다. 가수는 노래를 해야 하고 배우는 연기를 해야 하던 시절 타고난 재능과 특히 소녀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각 분야를 넘나들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바로 그들. 말 그대로 아이돌이었다.

물론 필자는 그런 이유에서 김민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손지창과 구본승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동성인 남자연예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 특히 필자 자신보다 잘생기고 매력적인 연예인이라면 일부러라도 관심밖으로 밀어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외면할 수만 없는 것이 바로 스타라는 존재들이다. 귀가 찢어지는 여자아이들의 환호성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야 하고 그들의 이름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벌써 전설이라니.

아마 인피니트나 비스트와 같은 현역아이돌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의 앞에 서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아니 당장 문희준이 대기실에서 나와 HOT의 멤버들과 전설의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 동년배들이 느끼는 감상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벌써 이렇게나 나이를 먹었구나. 김민종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멋모르는 사내아이이던 필자 역시 그와 함께 나이를 먹었다. 김민종의 눈가에 내려앉은 주름보다 그것이 차라리 더 서럽다. 세월이란 어쩌면 이리도 잔인한 것인가. 그래도 전설로써 후배들 앞에 자리한 김민종은 멋있다.

유미는 조금 더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최소한 무대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있어서는 아마추어 수준이라 할 것이다. 초반의 도입부가 너무 불안했다. 그것이 더욱 애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었지만 프로의 무대로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 할 것이다. 후련할 정도로 처절한 고음과 대비되는 마치 읊조림과도 같은 애절한 도입부였지만 미묘하게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가수가 아닌 노래에 귀기울이는데 거슬리고 있었다. 역시 무대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때문일 것이다. 무대에 감사해야 하지만 때로는 초연하게 굽어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도 훌륭했다. 안타까움을 감탄으로 바꾸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정동하는 순서가 참 안타까웠다. 유미의 애절한 감동에 이은 바로 들뜨고 신나는 무대가 어쩌면 관객과의 교감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정동하의 뒤를 이은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다. 눈물이 북받칠 정도로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일어나 뛰라고 해봐야 어색하기만 할 뿐이다. 같이 일어나 함께 뛰었음에도 데이브레이트가 427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정동하도 자신이 속한 밴드 부활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아니 유미 자신의 사연마저 감동적인 무대의 뒤가 아니었다면 알렉스 또한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물론 데이브레이크의 편곡과 무대는 완벽 그 자체였다. 어떻게하면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그대와 함께'라는 너무나 잘 알려진 노래를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전혀 새롭게 잘 편곡해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무대 위에서 훌륭히 연주하고 노래하고 연기해 보이고 있었다. 427점이라는 점수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 홍대에서는 아이돌이지만 대중에게는 전혀 생소한 밴드에게 주어진 점수로서 결코 아쉽지 않은 최고의 무대라 할 수 있었다. 감탄을 넘어선 차라리 경이였다.

하기는 원래 브라운아이즈걸스는 보컬그룹이었을 것이다. 알앤비 스타일의 발라드를 부르던 그룹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탁월한 가창력의 제아와 나르샤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걸그룹들과 마찬가지로 퍼포먼스를 앞세우고 나르샤 역시 그렇게 여겨지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애절하면서도 감성적인, 프로로서의 절제된 감정이 기교 속에 훌륭히 녹아들어간 탁월한 발라드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대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로 매혹적인 모습을 선보여 온 나르샤 또한 나르샤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돌아보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노래를.

아이비는 외모보다, 몸매보다, 어쩌면 목소리가 더 매혹적이고 섹시할 것이다. 살짝 허스키하게 끈적거리며 훑고 지나가는 그녀의 목소리가 세월과 사연을 담아 발라드를 들려줄 때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인 듯. 미인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더구나 미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을 내던져 들려주는 발라드가 어떤 퍼포먼스보다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아름다웠다.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확실히 요즘 <불후의 명곡2>의 제작방향이 그렇게 정해진 듯하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있는 음악인들도 대중들에게 소개시킨다. 유미 역시 그런 경우였다. 재능과 실력은 훌륭하지만 그동안 기회가 없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데이브레이크 역시 홍대 인디씬에서는 아이돌이라고까지 불리는 존재지만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한 밴드였을 것이다. 그 유미가 대중의 요청으로 무대에 서서 1승을 거두고, 무명의 밴드였을 데이브레이크가 압도적인 점수로 우승을 차지한다. 다른 어떤 음악프로그램에서도 불가능한 기적이 <불후의 명곡2>의 무대에서는 이렇게 일상으로 일어난다.

<불후의 명곡2>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 많은, 더 실력은 있지만 이름없이 가려진 가수들이 <불후의 명곡2>의 무대에 설 수 있기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아직 방송이 어색한 유미를 위해서 일부러 말을 걸어주고 왁자하게 소동을 일으켜주는 문희준과 박현빈 등 MC들의 배려도 보기 좋았다. 손님을 맞는 주인의 모습이라는 것일 게다. 그 또한 아름다웠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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