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2.08 09:25

대풍수 "소재와 주제에 먹혀버린 드라마, 아쉬움만 남기다."

자미원국을 찾는 그 순간에마저 '대풍수'이지 못했던 '대풍수'

▲ 사진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쉬웠다. 기왕에 자미원국에 쇠말뚝을 박는 것, 이정근(송창의 분)의 입을 빌어 야사에 전하는 조선왕조에 내려진 저주 '절사손장자'를 언급하고 지나갔으면 어땠을까? 이로써 조선의 왕위는 장자에게 이어지지 못하고 그 후손이 끊어지고야 말리라.

원래는 세종의 릉인 수릉과 관련하여 서운부정 최양선에게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어차피 드라마로 각색하는 것 이성계와 조선왕조에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이정근에게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 백 년을 이어갈 새로운 왕조를 위한 하늘이 내려준 명당이지만, 그러나 그 과정에서 흘린 수많은 피들이 끝내 조선왕조에 저주로 돌아오고 만다. 이인임이 경고하고 이성계(지진희 분)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일들이 즉위식날 이성계의 손에 묻은 반야(이윤지 분)의 피처럼 그렇게 현실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기껏 자미원국을 찾아 쇠말뚝을 박았음에도 그로 인한 영향은 최소한 드라마상에서 아무것도 나타난 것이 없었다. 그저 의미없이 이정근만이 정도전(백승현 분)이 보낸 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을 뿐이었다. 물론 이성계의 아들들이 서로 상잔하게끔 만들겠다는 이정근의 다짐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심지어 사랑하는 여인마저 이성계를 죽이려다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 이정근의 한도 새로이 일어나는 왕조의 기세를 흔들기에는 무리가 있었을까? 그렇더라도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드라마에서 한 번 쯤 언급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조선왕조가 새롭게 열리는 당위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일 것이다. 이성계는 이미 공민왕이 재위하던 시절부터 사명을 받고 새로운 왕조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그를 위한 과정이었다. 이방원이 이후 이성계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아 태종으로 즉위하는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바로 그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는 것이 5천년 한반도의 역사에 우뚝솟은 대왕 세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조선왕조의 정통성에 건국과정에서의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 저주가 씌워진다는 것이 타당한가. 당연히 왕위는 이방원에게 물려져야 하고 그 정통성에는 아무런 흠결도 있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도전이 악역을 맡는다. 이방원이 왕위를 물려받기까지의 과정이란 드라마에서 보여진 것처럼 태조 이성계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이성계의 동의가 있었기에 정도전도 신덕왕후 강씨(윤주희 분)의 소생인 막내 방석에게 세자책봉을 하도록 꾸밀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방원이 그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켜 방번과 방석은 물론 정도전까지 죽였을 때 이성계는 그에 분노하여 이방원을 죽이려 몇 번이나 시도하고 있었다. 1차 왕자의 난이 있고서도 이방원은 다시 왕위에 오르기 위해 바로 손위의 형인 방간을 유배보내야 했었고, 잠시 둘째형인 방과에게 왕위를 맡겼다가 왕세제로써 왕위를 물려받는 편법을 동원해야 했었다. 조정의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것은 이방원의 왕위계승이 아버지인 이성계는 물론 조선의 조야에서도 그다지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이성계의 뜻이 이방원에게 있는데 과연 그런 무리수를 두어야 했을까?

그래서 굳이 이방원이 일으킨 1차 왕자의 난을 정당화하고자 그에 앞서 정도전과 신덕왕후에 의해 그와 목지상을 제거하고자 하는 음모가 계획된다. 어쩔 수 없이 정도전과 신덕왕후가 그를 죽이려 하기에 이방원도 자신을 지키고자 정도전과 신덕왕후를 죽이게 된다. 정도전과 신덕왕후란 이방원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악 그 자체일 뿐. 그리고 그것은 정도전과 신덕왕후는 물론 이성계에 의해서마저 목지상의 존재가 지워지는 드라마내에서의 모순으로 이어지고 만다. 정도전과 신덕왕후야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으니 목지상의 존재를 지워야 할 이유가 있었겠지만 굳이 이성계마저 목지상의 존재를 조선의 역사에서 지워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목지상을 조선의 역사에서 지우기 위해서는 왕의 존재와 의지가 필요하다. 이방원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면 없어도 되었을 모순이었을 것이다.

왕이 되고자 한다. 왕이 되기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이방원에 의해 이성계의 아들들이 죽고, 조선건국에 가장 공이 컸던 이성계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정도전마저 죽는다. 그 과정에서 이방원과 목지상의 야심이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정근이 찾아간 것이 정도전이 아닌 이방원이었다면. 그래서 이방원과 목지상의 사이가 벌어지고 목지상은 끝내 이방원의 마지막 자비에 기대어 처음부터 없었던 존재가 되어 떠나가게 된다. 남은 것은 이정근이 계획한 피비린내나는 조선왕조의 역사일 것이다. 형이 아우를 죽이고, 다시 아우가 형을 몰아내고, 왕이 신하를 죽인다. 마침내는 왕위를 탐내어 숙부가 조카를 죽이고 아버지가 애써 키워놓은 충성스럽고 유능한 신하들을 몰살시키고 만다. 조선왕조의 어두운 그늘이 조선왕조가 시작되는 영광스러운 순간에 이미 예고된다.

그러나 이방원은 왕이 되어야 했으니까. 조선은 건국되어야 했고 이성계는 왕위에 올라야 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배제된 정도전과 신덕왕후는 악역이 된다. 목지상은 그 희생양이 된다. 부족한 모순된 부분은 이성계가 맡게 된다. 그러나 그 자체가 또한 모순을 이루고 만다. 조선왕조의 건국이라고 하는 당위에 매몰된 결과 극적 개연성을 놓친 결과라 할 것이다. 조선왕조의 어두운 그늘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간과해 버렸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 급하게 손을 놓아버린 느낌이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조선왕조의 건국까지였을 것이다. 차라리 거기까지에서 멈췄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참고로 어째서 이성계는 신덕왕후의 소생인 막내아들 방석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했었을까? 아무런 기반도 없이 사실상 인질로서 개경에 올라와 있던 이성계였다. 그런 이성계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인맥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개경에서도 명문에 속했던 신덕왕후 강씨의 집안이었다. 그래서 신덕왕후 강씨와 정도전이 서로 손을 잡기도 했던 것이었다. 이방원의 공도 컸지만 그 이전에 이성계라고 하는 존재가 있기까지 신덕왕후와 그의 집안의 공은 어쩌면 더 컸을 것이다. 그래서 이방원은 정몽주를 죽이는 무리수까지 두게 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부분이다. 이방원만 있지 신덕왕후도 정도전도 없다.

참 아쉬웠다. 여러 민담이나 야사에서 주요소재로 쓰이고 있는 풍수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다 했었다. 조선의 건국과 관련해 자미원국을 중심으로 풍수지리라는 어쩌면 생소한 전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새롭게 역사를 재해석해보겠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풍수지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흔한 모략과 책략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풍수지리가 갖는 소재의 신선함을 역사의 격랑이 갖는 긴장으로 대신하려 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다시 자미원국을 통해 풍수지리라는 원래의 의도를 찾으려 애쓰고 있기는 했지만 결국 그것은 시도로 끝나고 말았다. 역사적 해석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그조차도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강조하느라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전형적인 용두사미일까? 여러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은근슬쩍 방향을 선회했다가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그 힘을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한양을 새로운 도읍으로 정하기까지 그 역할 또한 목지상에게 맡겨 풍수지리의 첨단을 보여주었다면 오히려 정도전과 이방원의 권력다툼보다 더 흥미로울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정근과 부딪히고 다시 화해하며 이후의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마저 풍수지리를 통해 담아낸다. 그냥 조선은 건국되었고 목지상은 떠나간다. 멋드러지지만 그러나 중간과정이 생략되며 의미를 잃은 엔딩이었다.

끝으로 과연 한양은 무학에 의해 발견된 새로운 도읍지였는가? 한양의 원래 이름이 남경이었다. 북쪽의 서경 평양과 왕도인 개경, 그리고 그 남쪽으로 남경에 행궁이 있어 삼경으로 일컬어졌었다. 남경이 한양이 된 것은 몽골침략 이후, 그리고 고려말 개경의 지기가 쇠퇴했다 하여 천도논란이 일었을 때 항상 그 후보지로 거론되었던 것이 바로 이 한양이었다. 우왕 8년과 공양왕 2년 실제 일시적으로 천도가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조선이 건국되고 나서도 정종에 의해 다시 개경으로 천도한 바가 있기도 했었다. 단지 드라마일 뿐이다. 민담이고 야사일 뿐이다.

많이 아쉬웠다. 소재는 흥미로웠었다. 역사에 대한 재해석 역시 상당히 관심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뿐. 뒷심이 부족했다. 소재와 주재에 매몰된 나머지 정작 드라마에 있어서는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풍수지리가 사라진 것이 무척 아쉬웠다. 자미원국을 찾는 그 순간마저 전혀 풍수지리적이지 못했다. 안타까운 부분일 것이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 방영된 역사드라마 가운데 역사에 대한 해석부분은 가장 탁월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까? 배우들의 연기도 물론 훌륭했었다.

긴 시간이었다. 물론 말했듯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특히 후반의 내용들은 무척 실망스럽기도 했었다. 그래도 풍수지리를 역사와 버무리려 했던 시도는 좋았다. 역사에 대한 재해석 역시 드라마적으로 매우 훌륭했다. 장점만을 기억하려 한다. 재미있었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