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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인터뷰
  • 입력 2018.05.29 00:00

[S인터뷰①] 정해인, “‘예쁜 누나’,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한 작품”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국민 연하남으로 당당히 등극한 배우 정해인은 종영한 뒤에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표현했다. ‘정해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선 그는 인터뷰 내내 겸손한 자세로 묵묵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해인 자신과 그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다짐하는 듯 말이다.

정해인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쁜 누나’에서 정해인은 해외 파견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게임회사 아트 디렉터 서준희로 분해 현실에 있을법한 연애를 따뜻하게 그려내며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를 거머쥐었다. 오직 연인 윤진아(손예진 분)만을 생각하며 자상하지만 귀엽고, 로맨틱하지만 터프한 매력까지 놓치지 않은 정해인은 서준희라는 캐릭터를 더욱 빛나게 했다.

Q. ‘예쁜 누나’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됐다. 소감이 어떤가?

정해인: 처음으로 안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든 작품이다. 어떤 작품이든 끝나면 허전함과 시원섭섭함, 후련함이 있기 마련인데, ‘예쁜 누나’는 그 어떤 말로도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하다. 허전하고 허하다.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예쁜 누나’에서 정해인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는지?

정해인: 편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평상시에 내가 어떻게 말하는지 어떤 표정과 행동을 하는지 생각했다. 서준희라는 인물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는 게 숙제였다. 사실 ‘예쁜 누나’ 속 서준희라는 인물이 나와 많은 부분이 일치해서 편했던 건 사실이다. 종방연 때 작가님도 놀라셨다고 하시더라.

Q. 어떤 부분이 ‘예쁜 누나’의 서준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나?

정해인: 좀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둘 다 재미가 없다(웃음).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다. 준희가 좀 더 나보다 재미있고 재치 있는 것 같다.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예쁜 누나’는 현실적인 연애를 잘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해인이 생각했을 때 ‘예쁜 누나’에서 가장 현실적인 연애를 보여준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

정해인: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테이블 밑에서 진아가 준희의 손을 잡는 장면인데, 찍으면서도 무척 떨리고 설렜다. 또 생각보다 그런 경험을 가진 지인들이 상당히 많더라. 누구든 비슷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대학교에서 몰래 CC를 하는데 여럿이서 모인 자리에서 문자를 주고 받는다든지, 싸인을 보낸다든지 하는 그런 경험 말이다. 그런 부분이 현실적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유독 타 드라마에 비해 ‘예쁜 누나’에는 키스신, 뽀뽀신 같은 스킨십이 무지하게 많았다. 연인들이 연애할 때 ‘오늘 다섯 번 했으니까 나머진 내일 하자?’라며 하루에 뽀뽀 수를 계산하고 하지는 않지 않나(웃음). 이런 부분이 현실적인 연애를 잘 보여준 부분이자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했다.

Q. 후반부로 갈수록 ‘예쁜 누나’ 속 윤진아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해인: 연기를 하는 손예진도 윤진아의 답답한 부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가 가진 특수성으로 인해 생겨난 의견 같다. 정말 현실이라면 진아가 몰래 선보러 간 것을 들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나. 갈등이 생겨야 이야기가 진행되는 드라마가 주는 특수성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 같다. 또한, 진아가 선을 보러 간 건 정말 선을 본 게 아니라, 앞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앞서 나가기 위해 일보후퇴한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윤진아라는 캐릭터는 너무 현실적이고, 서준희라는 캐릭터는 사랑밖에 모르는 판타지적인 인물에 가깝다. 준희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자신의 실리를 따지지 않는다. 서른한 살 남자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봐도 정말 멋있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준희는 일편단심인데 왜 진아는 자꾸 딴짓하느냐고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극 중 연인인 윤진아의 엄마의 반대가 엄청나서 차라리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게 낫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해인: 어후,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너무 반대를 하셨다. 연기할 당시에는 때로 진아의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허락해주시지. 한 번만 믿어 주시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을 끝나고 나서 보니까 진아 어머니 입장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입장차이인 거 같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주로 진아와 준희 입장에서 봐주셨기에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Q. 정해인은 실제로 진아의 어머니처럼 어른들이 반대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나?

정해인: 정말 사랑하는 여자라면 도망가지는 않고 부딪힐 것 같다. 쉽진 않겠지만.

Q. ‘예쁜 누나’의 결말은 마음에 드는가?

정해인: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다시 만나서 사랑을 하게 돼서 좋다.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어떤 부분이 아쉽나?

정해인: 중간에 준희와 진아 사이에 공백이 있는 게 아쉽다. ‘3년이라는 공백을 어떻게 연기로 채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극 중 준희와 진아는 3년의 공백이지만, 실제의 나는 이틀 동안의 공백이었다(웃음). ‘어떻게 그 시간을 채워나가서 보여드려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Q.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색한 모습이 비춰지지 않은 ‘예쁜 누나’의 결말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해인: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1년 반이나 2년 정도로 줄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그만큼 준희와 진아가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준희와 진아 둘 다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서로 기다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게 현실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계속 마음속으로는 두 사람 모두 서로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진아는 여전히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준희는 진아와 오랜만에 만났을 때 본인의 감정 컨트롤을 못했다. 이런 모습에서 서로를 계속 그리워했다고 느꼈다.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준희는 진아를 왜 그렇게 사랑했다고 생각하는지?

정해인: 여러 가지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냥 윤진아 그 자체만으로 사랑했던 것 같다. ‘예쁜 누나’에서 대사로도 나온다. 진아가 “내가 좋은 이유가 뭐야?”라고 물으면, 준희가 “많은 이유가 없어. 그냥 윤진아라서 좋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준희의 대사 중 가장 손꼽는 대사다. 사람과 사람이 사랑할 때 ‘나는 네가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아. 한 여섯 가지 정도 네가 좋은 이유가 있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나. 좋아할 때는 그냥 좋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빠지게 되고, 그 사람의 장점을 보게 되는 것 같다.

Q. ‘예쁜 누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은 무엇인가?

정해인: 승철이와 술을 마시며 취중진담으로 준희가 “내가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뭐였냐면 ‘윤진아가 너무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어”라는 대사를 한다. 헤어진 연인의 SNS를 보며 옛 연인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막상 애인이 생기면 마음이 아픈 순간이 있지 않나. 그래서 준희의 저 대사가 와닿았다. 또 마지막회에 준희가 진아를 만나서 “내 우산 어딨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이 대사가 굉장히 많은 말을 함축하고 있는 시적인 대사라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렇게 느꼈다고 말하셨고.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내 우산 어딨어?”라는 대사가 시적이라고 느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달라.

정해인: 준희는 ‘네가 너무 그리웠다.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왔다’를 애둘러서, 우산이라는 소품에 핑계 삼아서 “내 우산 어딨어?”라고 말한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쁜 누나’ 내에서 우산이라는 소재와 비라는 환경은 진아와 준희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 마지막에 비가 내리고 준희는 그 비를 맞으며 등장하고, 진아는 준희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그 장면이 너무 좋았고, “내 우산 어딨어?”는 준희를 대표할 수 있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Q. ‘예쁜 누나’를 통해 처음으로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정해인: 엄청 부담스러웠다. 어깨가 무거웠다. 나는 처음으로 맡은 드라마 주연이라 경험이 부족한데, 상대배우인 손예진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있지 않나. 초반에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손예진이 쌓아온 탑에 금이 갈까 걱정했던 건 사실이다. 그게 연기로도 나오더라. 한번은 촬영이 끝난 뒤 손예진이 문자를 보내줬다. ‘해인아, 너는 서준희 그 자체니까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네가 좋으면 좋은 대로 네 맘대로 해’라고 말해줬는데, 그 문자가 촬영 내내 어마어마한 힘이 됐다. 그 화면을 캡처해놓고 촬영 내내 봤던 기억이 있다. 손예진은 나를 후배, 상대 배우를 떠나서 그저 한 사람으로서 존중해주는 느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작품 속에서 좋은 합과 호흡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Q. ‘예쁜 누나’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을 것 같다. 실감하고 있나?

정해인: 포털사이트에 내 이름만 검색해봐도 이전과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웃음). 나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또 동네에서 돌아다닐 때 아주머니들이 해인이가 아닌 준희로 불러주시며 드라마 잘 봤다고 말해주시더라. 기쁘고 감사 마음이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Q. ‘예쁜 누나’라는 작품은 정해인에게 있어 남다르게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해인에게 ‘예쁜 누나’라는 작품은 어떤 의미인가?

정해인: ‘예쁜 누나’는 단순히 “뜻깊은 작품이에요”라는 말로는 사실 표현이 되지 않는다. 이후 10년, 20년이 지나 ‘예쁜 누나’에 삽입됐던 곡인 ‘Something In The Rain’이나 ‘Stand By Your Man’을 들으면 ‘예쁜 누나’를 촬영했던 2018년의 봄이 떠오를 것 같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장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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