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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홍준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2.06 12:55

[리뷰] 남자사용설명서,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독특한 영화

뻔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

[스타데일리뉴스=박홍준 기자]

남자사용설명서

감독: 이원석
출연: 이시영, 오정세, 박영규, 배성우, 이원종

 

▲ 사진제공=데이지엔터테인먼트

로맨틱 코미디와 만화적 미장센의 독특한 결합.

늘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찬밥 취급 받기 일쑤인 CF 조감독 최보나(이시영 분). 그녀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이 시대의 대표적인 흔녀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테잎을 얻게 된 보나는 반신반의하며 테잎 속 Dr. 스왈스키의 지시를 따라 하자, 거짓말처럼 주변의 모든 남자들의 호감을 얻는 것은 물론 한류 톱스타 이승재(오정세 분)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데...

사랑은 순수하지만 연애는 기술이다. 미녀배우 이시영이 천덕꾸러기 신세라니. 믿어지는가? 극중 배역 최보나도 늘 똑같은 후드티나 뒤집어 쓰고 다니지만, 화장 안 한 맨언굴의 뽀송뽀송한 피부와 커다란 눈망울, 볼륨있는 몸매는 절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을 인물은 아니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바로 연애의 기술이 부족해서인데, 어설프지만 연애의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비디오 테잎 속 연애지침을 따라하는 순간 당연 그녀는 흔녀에서 훈녀가 될 수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타고 난 하드웨어 덕에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 해 준다면 당연한 수순이다.

한류스타 이승재의 성공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키도 작고 외모도 그닥 뛰어나지 않고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 그가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오른 것은 치열한 노력과 전략적 전술 때문이지 않은가? 즉, 남녀 관계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에서 소위 스킬은 필수적이며 자신의 전략 수립과, 상대방의 전술 간파가 연애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다.

 

사실 너무나도 뻔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설득력 없어 보이는 캐릭터와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110분 동안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모를 수밖에 없는 남녀관계의 적나라한 이면을 코믹하면서도 순수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영화는 초반부부터 독특한 미장센과 몽타쥬를 선보인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영화가 있었을까싶을 정도로 만화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독특한 오프닝과 영화 중간중간 삽입된 비디오 테잎 속 설명 장면은 마치 일본 영화의 그것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영화 속 인물 육봉아 감독(이원종 분)의 말마따나 ‘아방가르드’한 비쥬얼과 키치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남자사용설명서’ 테잎 내용은 영화 속의 또 하나의 재미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박영규(닥터 스왈스키 역)와 외국인 남녀 배우도 코믹함을 더해준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일본 영화 [핸섬 수트]나 [아멜리에](장 피에르 주네 감독)를 떠올렸을 것이다. 내러티브적인 측면에서는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의 [노팅 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영화에서는 독특한 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굳이 남자사용설명서일 필요가 있을까? 어찌 보면 이 영화에서 비디오 테잎을 뺀다고 해도 영화 속 이야기는 무방하게 전개될 수가 있다. 남자에게 인기가 없었던 한 여자가 자각을 한 후 변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을 먼지 보듯 한 인기남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오히려 이후엔 남자가 더 여자에게 집착을 하게 되고, 오해로 인한 갈등 이후에 극적인 해소를 하게 되고 결국엔 행복한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이다.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남자사용설명서는 처음에는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반복될수록 식상함을 느끼게 되며 영화 속 내러티브와 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에 있어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웃으며(중간중간 대 폭소를 일으키는 장면도 한 두 개 있다) 즐길 수 있는 미덕을 갖춘 남자사용설명서의 일등공신은 오정세와 개성있는 캐릭터를 맡은 조연들 덕분이다. 물론 영화의 흥행과 재미를 위해서 억지로 캐스팅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김정태는 캐릭터적인 설명이 부족해 개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시영은 밝고 건강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긴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 자리를 꿰찰 만큼의 영화적 매력이나 흥행적인 메리트는 아직은 없는 듯하다. 중간중간 억지스러운 웃음을 강요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봐줄 만하다. 오정세의 알몸(?)과 영화 마지막에 한국 여자 복싱 챔피언 이시영의 펀치를 볼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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