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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1.30 09:03

야왕 "죄의 시작, 우리 둘 그때부터 잘못되기 시작했어!"

쫓기며 죄로 몰릴 수밖에 없는 나약하고 가엾은 인간에 대해서.

▲ 사진제공=베르디미디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과거 하류(권상우 분)가 일하던 목장이 있던 자리에 승마타운이 지어질 것이라 한다. 막아보려 모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보지만 결국 백도경(김성령 분)에 의해 공사는 강행되어질 것이라 한다. 자칫하면 - 아니 분명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죄의 증거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에 떠는 주다해(수애 분)에게 하류는 이렇게 냉정하게 대꾸한다.

"잘 됐네? 자수해!"
"우리 둘 그때부터 잘못되기 시작했어!"
"이제라도 죗값 치러! 나도 내 죗값 치를테니..."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어쩌다 그들 사이가 이렇게까지 되어 버리고 만 것인가. 행복하던 일상들이 하루아침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분노할 수조차 없는 절망과 증오할 수조차 없는 체념 뿐이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이었을까? 그토록 딸이 아프다는데도 찾아보지 않던 그녀가 다급하게 자신을 찾는 모습에서 그는 그 답을 찾아내고 만다.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처음부터 잘못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호스트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든 주다해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해보려 이리저리 알아보며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설마 호스트 노릇까지 해가며 그래야 할까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하류가 어느날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꿔 호스트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주다해를 다리고 목장을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주다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 모든 것을 거짓과 기만 뒤에 감추려 했다. 하류 자신의 행복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 위에 쌓아올려진 허상과 같은 것이다.

그나마 하류는 주다해의 죄를 감춰주려 했을 뿐이었다. 주다해의 죄가 알려지지 않도록, 주다해에게 죄를 묻지 못하도록, 차라리 공범이 되어 그녀의 죄를 숨겨주려 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주다해는 바로 그 죄를 지은 당사자였다. 하류는 주다해를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주다해 자신도 자신의 죄와 직접 마주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 죄를 숨기려 또다른 죄를 짓던 그 순간들을. 그녀의 악몽처럼 지금의 행복이란 그같은 불안과 공포 위에 쌓아올린 거짓된 탑에 불과했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른다.

그대로였다. 하류가 호스트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녀의 거짓된 행복은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런 것이다. 그녀의 삶이란. 그녀의 행복이란. 그렇게 비루하고 비참하며 가엾은 것이다. 불안이 혐오가 되고 공포가 증오가 된다. 도망쳐야 한다. 더 안전한 곳으로. 더 행복한 곳으로.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그곳으로. 백도경으로부터 받은 모욕에 그녀가 견뎌하지 못한 것도 그래서였다. 위태위태한 마치 칼날과도 같은 현실 위에서 그녀는 절박함을 쫓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

죄가 죄를 낳고 악이 악을 부른다. 사람이 악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단지 죄를 지을 뿐이다. 죄가 악한 것이며, 죄가 결국 사람을 삼켜버릴 뿐이다. 죄의 무게를 견뎌내기에 어쩌면 사람이란 무척 나약한 가엾은 짐승에 불과할 테니까. 그렇게 쫓기며 그녀는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스스로 빠져들고 만다.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를 고마운 사람을 버리고, 자신이 낳은 유일한 혈육을 버리고, 자신의 양심과 존엄마저 버리고 만다. 그리고도 안될 때 그녀는 또다른 것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죄의 흔적이 발견되고 마침 그곳에서 함께 발견된 증거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선택의 순간이다. 안타깝게도 이제 겨우 드라마는 시작되고 있다. 그녀의 죄는 끝나지 않았다.

만일 그때 그녀가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기꺼이 그 댓가를 치르려 했었다면. 경찰에 자수하여 죄의 이유를 밝히고 적절한 댓가를 치르겠다 했었더라면. 어쩌면 법은 그녀에게 관용을 베풀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절박한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때 그녀 자신도 무척이나 절박하고 다급했다. 다른 생각따위 할 여유조차 없이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었다. 그러나 하류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죄를 감추려 했고 그녀는 자신의 죄를 끌어안은 채 불안한 세월을 보내야 했었다. 불안과 두려움을 쌓아가며. 거짓된 행복으로 자신을 속여가며. 그래 이대로 하류와 딸 은별과 자신도 진정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자신을 향한 기만이 벗겨진 댓가는 너무도 컸다.

운명은 가혹하다. 아니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녀는 죄를 지었고 그 죄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죄를 감추고 자신을 속이려 했었다. 하류 역시 공범이었다.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한다. 하지만 이제는 늦었다. 주다해의 말처럼 다시 모든 것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기엔 그나 그녀나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녀는 다시 쫓기듯 떠밀리듯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 그들의 사이에 악연은 그렇게 쌓여가고 만다.

화가 난다. 답답하다. 즐거워야 할 드라마가 전혀 즐겁지 않다. 그래서 재미있다. 심연의 바닥을 긁어올리는 듯한 그 불쾌감이 소름이 돋도록 후련하기까지 하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그렇게 기쁘거나 즐거운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해도 행복하다는 말은 얼마나 지독한 위선이며 기만인가. 어떤 이들은 그렇게 쫓기고 떠밀려 죄를 짓는다.

인간과 죄에 대한 드라마일 것이다. 인간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필연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류의 선의조차 때로 죄를 키우고 죄로 몰아가는 악의로 이어지고 마는 때가 있다. 차라리 백도훈의 사랑한다는 말이 비수가 되어 백도경의 가슴에 꽂히고 만다. 그럼에도 그녀는 백도훈에게 져줄 수밖에 없다. 설사 그 대상이 주다해라 할지라도. 인간인 것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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