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3.01.28 08:21

남자의 자격 "지루함을 이기는 오디션, 예능은 재미다!"

재미지상주의, 새로운 <남자의 자격>의 색깔이 드러나다.

▲ 사진='남자의 자격' 로고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예능이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웃음을 줄 수 있어야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웃음이든 상관없다. 공감의 웃음이든, 아니면 약간의 악의가 깃든 짓궂은 웃음이든, 그도 아니면 훈훈한 감동에 이은 흐뭇한 웃음이든, 아예 어이없어하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더라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재미있었다 말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어야 할 것이다.

하기는 필자가 <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유 역시 다름아닌 바로 그 '재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왁자한 웃음은 없지만 어느새 입가에 걸리는 흐뭇한 미소가 있었다. 어느새 중년을 넘어가는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에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아 즐거이 공감하며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은 재미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지지부진한 시청률로 드러나고 있었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리던 무렵에도 물론 공감의 웃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흐뭇한 웃음과 더불어 왁자하게 터져나오는 웃음이 있었다. 그 역할을 맡았던 것이 김성민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봉창' 김성민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면서 <남자의 자격>에는 더 이상 전과 같은 참지 못하고 터져나오는 큰 웃음따위 찾아볼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합창단'의 성공에 고무되어 그것을 답습하려는 모습까지 더해지며 프로그램은 멤버들 자신보다 더 빨리 노쇠해지는 듯 보이고 있을 정도였다. 한 마디로 더 이상 전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멤버교체는 필연이었다. PD까지 교체한 것은 <남자의 자격>을 이 상태로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예능국의 단호하고 과감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멤버를 교체하고 PD를 바꿈으로써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롭게 시청자가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 다만 PD가 교체되고 얼마 안 있어 '가족합창단'을 시작하면서 PD가 만들어갈 새로운 <남자의 자격>에 대해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프로그램은 <남자의 자격>인데 그 위에 새로운 정희섭PD는 어떤 자기만의 색깔을 채워갈 것인가?

그 답을 이제서야 비로소 찾은 것 같다. 국악을 체험하는 미션이었다. 멤버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 창극을 무대에 올리는 상당히 스케일이 큰 장기미션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멤버 이외의 외부인의 도움을 받을 때 제작진이 임의로 정하거나 아니면 멤버들 각자가 친분에 의해 섭외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합창단은 거의 예외라 보면 되었다. 그런데 정희섭PD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남자의 자격>에서는 그것마저 모두 오디션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었다. <흥부전>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필요한 인원 가운데 흥부의 아내 역할을 단촐하지만 오디션을 통해 게스트를 적극 활용하여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오디션이 시작되는 순간 어느 정도 누가 될 것인가 예상이 되고 있었다. KBS의 그야말로 거의 유일한 국악프로그램인 <국악한마당>을 진행하고 있는 가애란 아나운서가 오디션 멤버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다. 더구나 이경규가 유독 가애란 아나운서에 대해서만 짓궂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관심이 없으면 차라리 방치하면 방치했지 그런 식으로 장난도 치지 않는다. 이경규만의 관심의 표현이며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백지영을 제외한 다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이경규는 일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가애란이겠구나. 누가 보더라도 이번 미션에 가장 어울리는 게스트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디션이기에 더 재미있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각자에게 우리의 소리를 한 번 씩 해보도록 시킨다. 캐나다에서 살다 와서 한국문화가 생소한 지나를 포함시킨 것은 제작진의 센스일 것이다. 전혀 다른 문화속에서 살다온 지나에게서조차 우리의 전통 가락과 춤사위를 이끌어내고 찾아낸다. 아이돌인 효린에게서, 최고의 인기가수인 백지영에게서,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것이 무엇인가를 헤프닝속에 찾아내고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과의 주고받는 장면들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놀부 이경규와 잘생긴 주상욱과 구차한 김준호, 그리고 비루한 이윤석.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게스트들에게도 쉽게 놀려먹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김준호인 것이다.

흥부처만이 아니다. 흥부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다음주 오디션을 본다고 한다. 적당한 토크와 국악에 대한 체험과 그리고 한 바탕의 웃음이 있을 것이다. 오디션을 통해 국악이라고 하는 주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하는 긴장을 맛보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상호작용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창극을 준비하는 과정의 지루함도 그렇게 훌륭히 예능으로써 재미로 승화해낸다. PD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새로운 <남자의 자격>에서는 첫째도 둘째도 재미다!"

밋밋하게 그저 창극을 준비하는 과정만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가운데서도 소소한 이벤트를 마련해 시청자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한다. 멤버들이 자칫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그 과정에서도 멤버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아니 멤버들 스스로의 노력이다. 주상욱은 참으로 넉살이 좋다. 어색한 여장을 하면서도 오히려 즐긴다. 김준호는 어떤 장면이든 콩트로 만들어버리는 재미가 있다. 김국진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윤석의 슬랩스틱은 <남자의 자격>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보물이다.

재미가 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예능적인 재미가 뒤따른다. 그렇다고 국악에 대한 접근이 가볍거나 소홀한 것은 아니다. 다른 방송국의 녹화장까지 찾아가서 이경규가 창극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을 담아낸다. 그조차도 웃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은 천생 희극인인 이경규의 본능일 것이다. 놀부 분장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호통의 인간문화재라는 말이 너무나 적절하다. 주상욱과의 커플링은 그 존재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새롭게 시작되는 <남자의 자격>에 대한 기대를 높여본다.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며 보던 무렵의 <남자의 자격>과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PD가 바뀌었으니 그것은 당연할 것이다. 주상욱과 김준호가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새로운 <남자의 자격>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자의 자격>이다. 재미있다. 좋아지고 있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