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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3.01.22 09:03

야왕 "사랑보다도 배신감보다도 더 끔찍하고 싫은 그것을..."

신데렐라가 왕자의 청혼을 바로 받아들인 이유...

▲ 사진제공=베르디미디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하류(권상우 분)를 사랑하고 있는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고마워하고 있었다.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해해보려 했었다.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주다해(수애 분)에게 그것을 절대 이해되어서도 용서되어서도 안되는 것이었기에.

가난이었다. 한때 자신도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지독한 가난 앞에 자기 자신마저 수단으로 내던질 각오까지 했었다. 그토록 성실하기만 한 하류였다. 자신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고, 자신과 딸 은별(박민하 분)에게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하류가 호스트가 되어 뭇여성들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며 웃음을 팔고 있다. 누구때문에? 아니 무엇때문에?

하류가 싫어진 것이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주다해 자신도 역시 몸서리쳐질 정도로 가난이라는 것을 겪어 보았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배신감따위는 없다. 덕분에 자신도 대학을 마쳤고, 딸 은별과 지금까지 풍족하지는 않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 가난이라는 멍에가. 어째서 자신은, 그리고 하류는 이렇게밖에는 살아갈 수 없는가. 그리고 때마침 그런 그녀 앞에 재벌 2세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두르고 동화속 왕자님처럼 백도훈(유노윤호 분)가 나타났다.

말하자면 자각이었을 것이다. 잊고 있었다. 하류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마치면서. 딸 은별을 낳고 작지만 소박한 행복에 취해 있으면서. 그러나 꿈에서 깨고 말았다. 그러한 자신이 믿고 있던 작은 행복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 홍안심(이일화 분)이 챙겨준 사골국물조차 견딜 수 없도록 구차하고 비루하다. 아마 백도훈의 존재만 아니었어도 잠시의 흔들림으로 그치고 말았을 테지만, 그러나 그녀에게 가난이란 그녀가 겪어야 했던 지옥과도 같은 과거의 기억 그 자체였다. 다시 그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

"집안에까지 들어가면 여기서 살고 싶어질 테니까요."

아마 주다해의 심리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아직 그녀는 경계에 서 있었다. 당장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 그래서 하류와 주다해는 철거촌에 살고 있었다. 언제 지금의 일상이 무너져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그에 비하면 백도훈의 집은 어떤 재앙이 닥쳐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크고 화려한 저택이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불안과 공포로부터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다. 하류를 떠나 오피스텔로 이사한 첫날 우연히 마주친 백도훈이 그녀를 위해 하키스틱을 건냈던 것처럼.

거짓말이다. 그녀는 이미 그의 집에서 살고 싶어진 뒤였다. 단지 그럴 수 없을 것 같기에 자기를 속이려 그리 말하고 있었을 뿐. 아무리 하류가 고맙고 딸 은별이 사랑스럽더라도 이미 그녀는 깨닫고 난 뒤였다.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더 이상 그곳에서 그녀는 전처럼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수모와 굴욕과 고통과 공포를, 증오와 혐오를 일깨우고 난 지금 그녀는 더 이상 그곳에서 행복할 수 없다. 차라리 하류가 그녀에게 행복이라는 꿈만 꾸게 하지 않았더라도 그녀 또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을.

백도경(김성령 분)으로부터 거부당하는 상황 역시 그래서 그녀를 더욱 극단으로 내모는 계기가 된다.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 백도경을 동경하여 그녀처럼 되고 싶었고 그래서 백도경이 상무로 있는 회사에 입사까지 했다. 백도경 그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거부당했다. 모처럼 하류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꿈을 꾸려 하는데 백도경으로 인해 그것이 좌절되고 말았다. 한 번 꿈의 간절함을 알게 된 사람은 꿈을 꾸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다시 꿈을 꾸려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 꿈을 이루고 싶어진다.

본능일 것이다. 불안을 외면하고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고통을 피하려는. 싫고 미운 것과 함께 하고 싶지는 않다. 가난해도 행복하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얼마든지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류에게도 그래서 홍안심과 양택배(권현상 분)가 항상 곁을 지켜주고 있었건만 주다해에게는 그조차도 없었다. 어머니의 시체 앞에서 마치 시체와도 같이 오도카니 앉아있던 그 모습 그대로 그녀에게 현실이란 춥고 외로운 어둠 뿐이다. 빛을 찾으려 한다. 설사 그 빛에 온몸이 불살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신데렐라의 메타포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하필 그녀가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준 것이 다름아닌 왕자 백도훈이다. 하기는 신데렐라가 파티에서 처음 만난 왕자의 청혼에 바로 응한 것도 사랑보다는 왕자라고 하는 상대의 신분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왕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신데렐라 또한 불만스럽더라도 현실에 만족하며 어떻게든 살아갔을 것이다.

의외로 디테일한 묘사가 좋다. 뻔한 것 같은데 어떤 단단함이 이야기에서 느껴진다. 배우의 힘일 것이다. 특히 주인공인 주다해를 중심으로 어느 한 가지로 특정지을 수 없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바람이 사납게 지나가며 어느새 납득하고 마는 자신이 있다. 그녀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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