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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18.05.06 03:51

[S리뷰] 뮤지컬 ‘스모크’, 시인 이상을 가장 ‘이상’스럽게 담아내다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시인 이상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기꺼이 자욱한 연기 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연기 속에서 우리는 희망과 절망 그리고 시인 이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뮤지컬 ‘스모크’는 시인 이상을 소재로 창작되어 지난해 초연된 창작 뮤지컬이다. ‘스모크’에는 글을 쓰는 괴로움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남자 ‘초’,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 그리고 이 두 사람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이 등장한다. 세 사람은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가의 고독과 불안, 절망 그리고 열정과 희망을 피워낸다.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뮤지컬 ‘스모크’는 문법 파괴, 띄어쓰기 무시, 해석 불가한 파격적인 형식의 시 ‘오감도’처럼 어디로 흘러갈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세 사람의 팽팽한 감정이 점점 절정으로 치달아가며 그들이 목소리를 높일 때 관객들은 예술가의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마주하며 완벽하게 극을 이해하게 된다. 

뮤지컬 ‘스모크’는 그다지 넓지 않은 무대를 불투명한 막과 조명을 이용해 다채롭게 선보인다. 첫 넘버 ‘초’의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부터 무대 구성과 조명은 소극장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몰입감을 더해 관객들을 ‘스모크’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한다. 초반부터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던 조명은 특히 ‘초’와 ‘해’가 조명을 거울삼아 대립하는 장면에서 가히 경탄할만한 연출을 선보인다.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시인 이상을 소재로 한 만큼 ‘스모크’의 대사와 넘버 속에는 이상의 시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이는 초반에 조금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 사람의 관계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자, 시인 이상이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내는 역할을 맡는다. ‘스모크’의 추정화 연출은 “이상의 시가 상황에 어색하지 않게 잘 녹아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며 “이상하리만큼 이상스러운 뮤지컬 ‘스모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넘버와 대사 속의 이상의 글을 집중해서 듣는다면 ‘스모크’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또한 ‘해’가 간절히 꿈꾸는 이상향인 ‘바다’의 의미를 각자 생각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실에서 도망친 소년인 ‘해’에게 ‘바다’란 어떤 의미이길래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지 몰두해보길 바란다. ‘초’와 ‘해’ 그리고 ‘홍’, 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바다’의 의미가 관객들의 머릿속에 정립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초’와 ‘해’ 그리고 ‘홍’의 공간적 거리는 그들의 심리적 거리를 대변한다. 공연 초반의 비밀스러운 인물들의 심리 변화와 관계는 그들 사이의 공간감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그렇기에 후반부 세 사람이 손을 붙잡는 장면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 속 ‘초’와 ‘해’ 그리고 ‘홍’은 극이 진행되며 자신들의 비밀을 한 겹씩 벗어낸다. 초반의 난해함을 벗어나 마침내 관객들이 그들을 완벽하게 이해한 순간, 관객들은 더불어 시인 이상이라는 사람도 함께 알게 될 것이다. 비밀스럽고 독특한 구성의 이야기와 매력적인 넘버들로 구성된 뮤지컬 ‘스모크’는 시인 이상을 정말 ‘이상’스럽게 그려낸다. 

한편 뮤지컬 ‘스모크’는 4월 24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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