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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8.05.01 21:19

[공소리 칼럼] “너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되니?”

왜 남자사람에게 말로 이기면 안 되는 걸까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어떤 남자사람이 격한 대화 속에서 “너는 날 이기지 않으면 안 되니?”라고 말했다. 내가 굳이 져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다는 건가? 아니면 이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느니.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건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기에 가능 한 거 아닐까?

논쟁을 벌어지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앞세워 상대를 설득하려고 든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서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거나, 좁혀지지 않더라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내 의견도 존중받길 원한다.

문제점은 ‘연장자인 남자사람의 말을 왜 꼭 이겨야 하느냐, 왜 설득시켜야 하는가’라는 마인드였다. 어린 여자가 강하게 맞는 말을 하면 굴복되는 기분이 드나보다, 싶었다. 사람 대 사람이라면 그런 답변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서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Bossy(두목 행세를 한다, 기가 세다는 뜻)한 여자를 꺼려한다. 언쟁에서 이기거나, 큰 소리를 내는 여자를 두고 사람을 쥐고 흔드는, 상관 행세한다고 보는 시선은 가히 폭력적이다(2016년 07월 06일 공소리칼럼 참고).

왜 남자사람에게 말로 이기면 안 되는 걸까? 주장을 펼치다가 보시한 여자가 됐다.

근본적으로 그런 시선은 우리 인식 곳곳에 있다.

동종업계 사람들은 흔히 내게 “넌 여자가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평가한다. “누구는 천상여자야.”라고 말이다. 성별분야의 홍길동인가. 여자를 여자라 말하지 못하고 또한, 직업군을 그대로가 아니라 성별로 불려야 하는 하다니 말이다.

평소에 성차별적인 말을 매일 쏟아내더니 요즘은 우스운 말이 유행한다. 만나는 모든 남자마다 성별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자칫하면 미투다....”라고 말한다. 평소에 나보러 여자가 아니라면서? 누구에게는 천상여자라면서? 칭찬인 척, 차별해왔던 것들은 건전한 사고방식이었는가.

동종업계에선 흔히 보시한 여자를 직업에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여성성을 비하하거나 파괴하는 언행이 빈번하다. 외모에 대한 평가나, ‘남자 같다’는 말은 일상이다. 그것도 입맛대로 말한다. 보시한 면을 칭찬할 때도 있고, 보시한 면을 용납 못할 때도 있다.

남자가 강한 언행을 하는 건 당연하게 여기는 반면, 여자가 강한 언행을 하는 건 특수하게 여긴다. 그러면서 기가 센 여자라고 말한다.

“너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되니?”라는 말의 속뜻은 ‘여자가 말이야. 매사 강해서 마음에 안 들어. 조곤조곤 말잘 듣고 모른 채 넘어갈 줄도 알아야지 말이야.’라는 말로 들린다. 적어도 내가 들은 문맥상 워딩은 그러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말은 용납될 발언이 아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 누구나 말이다. 서로 평등한 사람으로 여기고 하는 말이 아니다. 차별적 요소가 분명한 문장이다.

아직 우리사회는 논쟁에서 여자가 강하게 나오면 “너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되니?”라고 하는 세상인데, 미투 운동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여자는 어떤 존재, 남자는 어떤 존재, 라고 차별적 시선을 깔아 놓은 채로 무슨 미투를 걱정하는가. 수도 없이 성차별적 언행을 해왔던 스스로 회개하는 게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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