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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18.04.30 11:28

[S리뷰] 유병재 ‘B의 농담’, 페미니즘 속 어설픈 중립... 치밀했기에 더욱 아쉬워

▲ 유병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B의 농담’ 속 유병재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겁쟁이였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고 싶다”고 말한 유병재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유병재의 두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이 열렸다. ‘B의 농담’은 지난해 개최했던 첫 스탠드업 코미디쇼 ‘블랙코미디(BLACK COMEDY)’의 성공을 자랑하듯 소규모 공연장에서 약 4000석을 수용하는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마저도 티켓 오픈 1분 만에 전석을 매진시켜 유병재식 입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 유병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B의 농담’은 ‘B’는 병재, B급, 블랙코미디(Black Comedy)를 의미한다. 유병재의 코미디 철학과 사회상을 녹여내 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유머를 선보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마이크 하나만을 가지고 관중을 휘어잡아야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B의 농담’을 이끈 유병재는 찰나의 즐거움과 아쉽게도 꽤 긴 시간의 불편함을 선사했다. 불편함이 느껴졌던 몇 가지 대목 중 첫 번째는 ‘잘못의 반복’이다.

이날 유병재는 ‘B의 농담’을 시작하며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극찬하는 게시물을 올려 논란의 중심이 됐던 사실에 관해 먼저 “젠더 권력을 가진 기득권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지난 11일 사과문을 게재한 데 이어 육성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일부 네티즌들에게 불륜과 롤리타 콤플렉스를 포장하고 도청과 폭력 등 사회적 불법행위를 미화했다는 평가를 듣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 유병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이후 유병재는 “죄송하다고 사과해 죄송하다”며 “남초 사이트에서 욕을 많이 먹었다. 남성들이 가져본 적 없는 기득권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만들어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죄송하다고 사과한 걸 죄송하다고 말해 또 죄송하다”며 “한남동이니 ‘한남충’(한국남성을 칭하는 혐오적 표현) 한 마리가 있어도 이해 부탁드린다”고 반복해서 사과해 앞서 건넸던 진심 어린 사과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B의 농담’이라는 쇼의 이름처럼 그의 사과가 ‘농담’처럼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어 유병재는 여성의 성기를 낮잡아 부르는 비속어를 소개하고 “앞으로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병재는 쇼가 끝날 때까지 비속어를 반복해 사용해 관객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 유병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B의 농담’ 속 유병재의 ‘잘못의 반복’은 듣는 이로 하여금 비아냥거린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정말 유병재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사과한 것인지 혹은 분위기상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했다.

‘B의 농담’ 속 두 번째 불편함은 유병재의 ‘어설픈 중립’이다. 그는 페미니즘을 배워보고 싶었다고 고백한 후 “그런데 내가 배우려고 다가가면 (여성들은) ‘한남충’이라고 밀쳐낸다. 또 밀쳐진 반대쪽에서는 ‘메갈’(‘메갈리아’의 준말)이라고 밀쳐낸다”며 “양 끝이 무서워서 중간에 있으면 양비론자, 방관자, 회색분자라고 욕한다”고 말했다.

▲ 유병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책과 같이 지식이 담긴 무언가를 보고 공부하는 것이지 무턱대고 당사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이해하고파 하는 쪽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해받아야 하는 쪽이 오히려 나서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지 의아하다. ‘B의 농담’ 속 유병재는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비난받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도망 다니다 어설프게 중립을 추구했지만, 그마저도 비난받자 공포감을 느낀 겁쟁이처럼 보였다. 

이외에도 ‘B의 농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농담들이 등장해 모든 관객이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점과 유병재가 등장하기 전 무대에 오른 MC의 저질스러운 발언 등이 아쉬웠다. 

▲ 유병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끝으로 ‘B의 농담’은 얼굴과 이름 등 거의 모든 신상정보가 알려진 유병재가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부터 정치, 미투운동 등 자신의 의견을 시원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B의 농담’은 정말로 공들여서 치밀하게 짜여진 코미디쇼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유병재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은 이후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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