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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사회
  • 입력 2012.12.20 07:56

18대 대선, 최초의 과반과 최초의 여성대통령 박근혜 당선자를 축하하며...

다 나라 잘되라고 나온 사람들인데 누가 되었든 잘했으면 좋겠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역사적인 선거였다. 최초의 과반과 최초의 여성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되찾고 첫 과반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쓰기 시작한 이래 첫 여성대통령이다. 축하할 일이다.

사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지난 제 19대 4.11 총선에서 이미 결정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야당이 정권을 되찾기 위해 가장 유효하게 쓸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권심판론'이다. 지금의 정부가 정치를 잘못하고 있으니 정부를 갈아치움으로써 그들의 잘못을 심판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이명박 정부 내내 침묵하고 있던 박근혜가 전면에 나서면서 당명까지 '새누리당'으로 갈아치우고 여당내 야당론을 주장하면서 정권심판론에 맞불을 놓았다.

말하자면 지난 총선은 이번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적인 성격을 띄고 있으며, 다만 과연 그 심판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있었을 뿐이라 할 수 있다. 야당에게 정권을 맡겨 이번 이번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심판하고 바로잡을 것인가, 아니면 여당 내에서 정부와 다른 길을 가고 있던 세력에게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한 번 더 줄 것인가. 그리고 알다시피 당시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야당이 아닌 새로운 여당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미 끝난 싸움이었다. 야당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정권심판론이 정작 유권자 자신에 의해 여당에게 주어지고 말았다. 이번 대선 내내 박근혜 이제는 대통령당선자가 참여정부 실정론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할 수 있었던 근거였다. 현정부를 심판하자면 잘못된 것들도 모두 바로잡아야 하는데 과연 야당에 그만한 능력이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당선자는 현정부에서 의미있는 요직을 하나도 맡지 못하고 있었다. 참여정부의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후보에 비해 박근혜 당선자가 유리한 부분이었다.

아마 안철수가 아니었다면 대선은 그렇게 박근혜 대세론을 확정짓는 정도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유권자들은 동어반복에 불과한 이름만 계속 바뀌고 있는 기존의 여당과 야당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의 존재는 바로 그같은 신물나도록 지루한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젊은 천재의 이미지에, 성공한 사업가, 더구나 현역교수다. 청렴하고 능력있고 무엇보다 새롭다. 박근혜의 대세론을 흔들기에 충분한 복병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한계는 있었다. 새롭다는 것은 기존의 정치권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뜻이다. 중도층은 환호하지만 기존의 뿌리깊은 양당의 지지자들에게는 아직 낯설고 어색하다. 문재인 후보를 포함한 박근혜 당선자와의 3자구도에서 그래서 안철수도 항상 열세에 놓여 있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입장에서 단일화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이야기지만 당시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2002년 노무현 전대통령과 정몽준 의원이 그러했듯 서로 합의한 공정한 룰에 의한 경쟁에서 그 결과에 승복하고 패자가 승자의 손을 들어주는 깔끔한 단일화만 이루어졌다면 안철수의 바람은 문재인에게까지 이어져 결과를 바꾸어 놓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이 빠져 버렸다. 안철수와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협상은 항상 지지부진했고 그 과정에서 온갖 잡음들이 흘러나오며 새로운 바람에 대한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어 놓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의 과도한 서로에 대한 비판도 문제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정부 실정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와 새누리당인데 문재인 후보의 뒤를 받치고 있던 친노를 새정치를 위해 털고 가야 할 청산의 대상자로 지목하면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안철수로 단일화되었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더라도 단일화만 순조롭게 그리고 화끈하게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그같은 문제는 쉽게 상쇄될 수 있었을 것이다.

3차 TV토론을 앞두고 사퇴한 이정희 후보 역시 박근혜를 중심으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박정희라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해서는 안되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박정희란 그 시대 자체를 의미하는 이름일 터였다. 산업화를 이룬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는 세대들에게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을 욕보인다는 것은 자신을 욕보이는 것과 같다. 더구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심지어 박근혜 당선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함으로써 박근혜에 대한 심정적 옹호를 이끌어내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이정희 후보는 종북논란의 중심에 있던 통합진보당의 대통령후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색깔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있어 벗어버리고 싶은 짐일 수밖에 없었다.

막판 국정원의 선거개입 논란도 당사자로 거론된 국정원 여직원을 힘으로 억압하는 듯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민주당에 마이너스가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것은 보다 탈권위적인 개인의 자유와 권리였을 것이다. 인권이란 민주당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였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유로 '여성'인 국정원 직원을 힘으로 억압하고 그 자유를 박탈한다. 정치싸움에 골몰하는 구태로 여겨지며 정치에 그렇지 않아도 신물이 난 중도층을 이탈시킨다. 이 부분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그에 비하면 선거 막판 박근혜 후보가 수세에 몰리는 듯한 모습은 특히 안보현실에 민감한 보수적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빌미가 되어주고 있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고 있는 현실에 보수당의 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여러 악재로 인해 고전하고 있었다. 선거당일 투표율이 높다고 하는 보도 역시 보수적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게 만드는 이유였을 것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당연히 이길 것이라 여겼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로써는 뼈아픈 결과였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고작 3.6%, 100만 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만큼 박빙의 승부였다.

선전한 것은 맞다. 박근혜의 대세론이 있었다. 당연히 박근혜 당선자가 대통령까지 가는 것으로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다. 박근혜 당선자가 과반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과반에서 고작 2%가 부족한 48%의 유권자는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을 선택했다. 박근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기는 유권자의 수가 그만큼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문재인과 민주당, 그리고 파트너였던 안철수에게도 시대의 요구는 있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숙제가 주어졌다. 압도적인 승리는 분명 아니었다. 과반이기는 하지만 그 만큼의 나머지 유권자들이 박근혜 당선자가 아닌 다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그들까지도 대통령 박근혜는 모두 끌어안고 책임져야 할 의무를 갖는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 절반을 버리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을 스스로 내세운 '국민대통합'의 대상으로써 함께 손잡고 나갈 수 있는가.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국민대통합이란 다른 생각을 가진 나머지 국민들까지도 한 가지 생각으로 통일하여 통합을 이루자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하는 것이다. 하물며 소수도 아닌 과반에 못미치는 나머지 절반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바, 추구하는 바, 요구하는 바를 모두 무시하고 통합이라는 한 가지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할 것인가? 그것을 독재라 부른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배제하려 한다면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당과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나머지 절반의 유권자들에게도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패배를 승복하라는 것이다.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보기에도 추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투표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사람에게 대통령의 자리를 맡기는 것은 선거라고 하는 제도를 이루는 기본전제일 것이다. 보다 다수의 선택을 받는 유권자에게 국정을 맡김으로써 보다 다수의 유권자의 의지가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문재인 후보가 단 한 표라도 박근혜 당선자보다 더 얻을 수 있었다면 그때도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의 성향이나 그의 인품이나 그의 정책이 어떠하든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이다.

승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켜보기를 바란다. 설사 잘못하더라도 비판할 때 비판하더라도 우선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으로써 자신이 약속한 바를 실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약속이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유권자와의 약속이며 유권자 자신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또한 승자의 권리이기도 하다. 더 많은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더 많은 유권자들의 바람이 당선자 한 사람에게 지워져 있다.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협력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시작부터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펼쳐보일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시작만 어렵다. 이제 박근혜 당선자로 인해 선례가 생겼으니 다음에도 여성정치인이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같은 시대적 요구에 응해 표를 준 이들도 적지 않다.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딸이 아닌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개인으로서, 자신이 펼쳐보이고자 한 정치를 5년 후 모두가 아쉬워하며 붙잡고 싶어할 정도로 훌륭히 펼쳐보이기를 바란다.

끝으로 개표방송을 보면서 필자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 한 마디 적어본다.

"다 나라 잘되라고 나온 사람들인데 누가 되었든 서민들 사는 걱정 없도록 잘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모든 유권자의 바람일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약속을 기억한다.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당선자가 보여줄 행보에 기대를 보내며 축하와 지지를 함께 보낸다. 75.8%의 유권자 가운데 51.6%의 지지자가 박근혜 당선자를 선택했다. 그 한 표 한 표에 실린 무게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수고하셨다. 앞으로 더욱 수고하셔야 할 터다. 다시 한 번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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