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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2.14 09:09

대풍수 "타락과 부패를 대하는 이성계와 이인임의 다른 선택"

고려를 대신해 조선이 건국되어야 하는 이유를 간결하지만 강하게 보여주다.

▲ 사진제공=S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신진사대부들이 이성계를 앞세워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왕조를 세운 이유일 것이다. 유가에서 충과 효란 그 어느것보다 우선하는 절대적 당위일 것이다. 임금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한다. 아니 임금이란 부모와 같다. 그래서 군사부일체라는 말까지 있다.

임금은 어버이처럼 만백성을 보살피고 만백성은 임금을 어버이처럼 섬긴다. 사대부라고 다를 것 없다. 그래서 신진사대부 가운데서도 조선의 건국에 반발하여 아예 세상을 등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고려와 운명을 함께 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진사대부의 주류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던 고려왕조를 끝장내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어째서인가?

공민왕이 절망한 이유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즉위한 그해 의욕넘치게 시작한 전민정변도감은 그러나 정작 원에 볼모로 있던 시절 숙위했던 조일신의 전횡과 배반으로 말미암아 실패하고 만다. 홍건적이 침입했을 당시 충신들을 죽이고 심지어 원의 사주를 받아 공민왕을 죽이려 했던 김용 또한 원에서 볼모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함께했던 가장 신임하던 신하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권문세족은 여전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에만 여념이 없고, 왕의 주위에 머무는 세력들은 하나같이 권력을 탐하여 스스로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기껏 공민왕이 자신의 숙원인 고려의 개혁을 위해 내세운 인물이라는 것이 승려출신의 신돈이었다. 그조차도 결국 자신의 지위를 감당하지 못하고 타락하여 자멸하고 말았다.

드라마에서 그런 부분이 아주 잘 묘사되고 있었다. 뜻은 높았으나 이미 혼탁할대로 혼탁한 고려의 현실에서 맑은 물방울 하나는 순식간에 오물속에 녹아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위화도에서 이성계와 함께 회군을 주도한 조민수 역시 그렇게 손에 들어온 권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 이성계에게 숙청당하고 말았다.

이인임은 친원파 권문세족의 수장격이며, 최영은 권문세족과 인연이 깊은 구세력의 하나였다. 신진사대부의 스승격인 목은 이색조차 권문세족과 무관하지 않았으니 고려를 피폐케하는 주원인인 권문세족의 뿌리는 이토록 고려사회에 깊고도 깊었다. 고려를 일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패한 권문세족부터 일소해야 하고, 그같은 권문세족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왕조의 교체가 가장 확실했다. 무엇보다 고려의 왕실부터가 권문세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나마 공민왕이 의욕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거의 대부분의 세월을 원에서 보낸 탓에 고려의 국내에 이렇다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또한 공민왕의 개혁이 실패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고려를 이대로 내버려두어야 하겠는가?

권력을 가진 자의 타락과 부패, 그러나 이인임(조민기 분)은 그것을 이용하려 하고 이성계는 간절히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차라리 약점을 움켜쥐려는 행위조차 거부하고 만다. 물론 역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픽션이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장치다. 그러나 바로 이 장면에서 이성계가 새로운 왕조를 여는 당위가 넘치지 않게 적절히 설명되어지고 있다. 권력자가 바뀌어도 서로의 얽히고섥힌 이해로 말미암아 달라지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단지 그들의 힘을 빌어 새로운 왕을 세운다고 해봐야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다.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려왕조를 끝내지 않고서는 결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없다.

마침내 우왕이 즉위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인임이 내세운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왕조의 황혼에 왕위에 오른 이의 필연이며 숙명일 것이다. 비대하진 기득권은 이미 왕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버렸다. 왕조차 그같은 강고해진 구조속에 일부가 되어 마치 꼭두각시인형마냥 이리저리 떠밀릴 뿐이다. 그에 저항하려 하면 망가진 인형마냥 산산이 부서질 뿐이다. 공민왕이 그렇게 부서졌고, 덕분에 우왕은 이인임과 최영의 충성스런 보필 속에 나름대로 폐위될 때까지 안정된 왕권을 누릴 수 있었다.

누가 왕이 되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성계 자신도 선언하지 않았던가. 더 이상 고려에 왕이란 없다. 이성계가 태후(김청 분)의 명을 받들어 밀고 있는 영녕군 왕유가 왕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를 위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다시 그 누군가에게 빚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이성계가 끝내 봉춘(강경헌 분)이 건낸 책자의 내용을 이용하려 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차라리 우왕이 즉위하도록 내버려두고 이인임을 친다. 마침내는 우왕마저 폐하고 왕조를 바꾼다. 새로운 나라를 세워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목지상(지성 분)이 끝내 아재 효명(이영범 분)이 자신의 아버지 목동륜을 죽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하필 해인(김소연 분)과 혼례을 올리기로 한 그 날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버지 자신이 죽여달라 했었다. 자미원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효명 자신의 손으로 자기의 목숨을 끊어달라 했었다. 친구의 부탁이기에 어쩔 수 없이 효명은 목동륜을 죽였다. 하지만 효명이 목동륜을 죽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고, 해인이 효명의 딸이라는 사실 또한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해인은 목지상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목지상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가던 중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미역이 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한다. 수련개(오현경 분)와 마찬가지로 목지상 역시 미역이 시체의 부패를 막는데 쓰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연 이 미묘하고 중요한 순간에 그같은 많은 미역이 궁에서 필요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목지상의 직관이 마침내 이성계를 구하고 역사를 바꾸게 된다. 모정을 찾고 사랑을 구하려는 한낱 개인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한 발 내딛게 된다.

목지상의 아버지 홍종대(이문식 분)가 그토록 돈을 밝히는 이유가 그의 아내의 입을 통해 해인에게 전해진다. 그 또한 시대의 희생양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원으로 보내진 공녀의 신분이었다. 여인을 구해내기 위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도망친 여인을 찾아내어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돈을 위해서는 자식조차 아무렇지 않게 팔아치운다. 아마 이제는 흔적만이 겨우 남은 사랑을 위해서. 그렇게라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비극이 그에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를 그렇게 견디며 살아갔을 것이다. 타락조차도 슬프게. 아파하면서.

이정근(송창의 분)은 차라리 아이와도 같다. 자기만을 보아주지 않는 어머니 영지옹주(이승연 분)로 인해 토라져 버렸다. 자신이 아닌 목지상을 선택한 해인으로 인해 삐쳐 버렸다. 그런 목지상을 내버려두는 영지옹주에 배신감마저 느낀다. 그래서 오히려 영지옹주를 화나게 하고 곤란하게 한다. 차라리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다면 증오의 눈으로라도 자신만을 보아주지 않을까? 어차피 그에게 생모인 수련개나 아버지인 이인임이나 수단에 불과하다. 수련개와 이인임이 그토록 탐하는 왕위조차 단지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오로지 그의 목적은 한 가지 어머니 영지옹주다. 그리고 해인. 그의 악은 차라리 그래서 애닲기조차 하다. 홍종대가 시대의 비극으로 인해 악을 선택했다면 이정근은 인간의 나약함으로 인해 악을 선택한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가 알면서도 끝내 모르는. 그의 나약함이다.

목지상의 선택만이 남았다. 아버지인가? 해인인가? 정확히는 효명의 딸 해인인가? 아니면 해인의 아버지 효명인가? 해인을 사랑하는가? 효명을 원망하는가? 조금 더 두 사람의 인연을 길게 끌고가자면 전자가 낫겠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일찌감치 마무리짓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후자가 유리하다. 역사는 숨가쁘게 흘러간다.

안 좋은 이야기가 있다. 하필 같은 방송사의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출연료 미지급으로 촬영이 중단되었다고 하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 말도 안되는 일이 때로 현실이 되기도 한다. 현실은 때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좋게 해결되기를. 좋아하는 드라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배우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해가며 즐기고 싶지는 않다. 배우로서 출연료를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바로 그 배우들이 있기에 시청자 또한 재미있게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무사히 해결되어 조속히 다음 촬영이 재개되기를. 그래서 다시 재미있게 드라마를 볼 수 있기를. 그런 한 편으로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에도 지지를 보낸다. 설사 안좋은 결과로 돌아오더라도 어쩔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주가 궁금해지는 엔딩이 더욱 아쉽고 안타깝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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