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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2.11 09:09

마의 "백광현보다 고주만, 그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백광현의 업적을 고주만에게 넘기다.

▲ 사진제공=M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드라마의 제목이 잘못되었다. <마의>라니. 마치 마의 출신으로 말을 치료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종기에 대한 외과적 치료법을 스스로 개발하여 어의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백광현이 주인공인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사실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백광현이 이루었다고 여긴 모든 일들의 실제 주인이다. 모두 그가 이룬 것이다.

백광현(조승우 분)이 한 것이 아니었다. 침을 사용한 종기의 외과적 치료법을 찾아낸 것은 백광현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었다. 수의 고주만(이순재 분)이 처음 구상한 것이었다. 과거 의서에 기록되었던 내용을 토대로 고주만 자신이 구상하여 추진하던 것이었다. 만일 백광현에게 공이 있다면 고주만의 구상을 이어받아 실천에 옮긴 것일 뿐. 의서라고는 읽은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글조차 모르는 처지로 조선의 의학계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던 백광현은 최소한 이 드라마에는 없다. 어째서 드라마 제목은 마의인가? 정작 백광현이 마의이던 시절의 이야기란 단지 기존의 의원이나 의생들이 그를 차별하는데만 쓰이는데.

고작 침의따위라? 고주만도 침을 쓰고 이명환(손창민 분)도 침을 놓는다. 아무나 놓고 싶다고 놓을 수 있는 침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그만큼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다. 한의학이란 자체가 침과 약을 항상 같이 쓴다. 침을 우선하거나 약을 우선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느 한 쪽이 우위에 있지는 않다. 마의가 신분상승을 위해 인의가 되고자 하더니 이제는 침의로써 입신하기 위해 침의를 차별하는 발언까지 한다. 어느 정도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양해되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의도가 너무 지나치다.

어차피 역사적 고증따위 담쌓은 드라마라는 것을 안다. 배경과 이름만을 빌어왔을 뿐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아무 상관도 없는 드라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정도가 있다. 어째서 백광현이 주인공이며 <마의>가 제목이 되었는가? 백광현이 이룬 공들마저 스승의 뜻을 받들어 공을 이루는 제자의 입신을 그리기 위해 스승격인 고주만과 나누려 한다. 차라리 숙휘공주(김소은 분)와 등불축제에서 만나는 장면은 파격적이지만 재미있기라도 하다. 숙휘공주에 대한 반응이 좋은 탓인지 그녀의 결혼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이러다가 왕실 최초로 노처녀 공주가 나올 판이다. 그럼에도 숙휘공주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즐겁다.

너무 나갔다. 이래서야 백광현이 아닌 고주만이 주인공이 될 판이다. 당대의 수의로써 누구도 생각지 못한 종기의 외과적 치료법을 연구하려 한다. 종기로 고생하는 백성들을 위해 보다 쉽고 값싸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침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써가며. 모두의 불신과 의심을 감당해가며. 더구나 나이까지 많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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