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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2.11 09:04

드라마의 제왕 "첫방의 긴장과 설렘, 앤서니의 순수를 엿보다."

어머니의 반지와 제왕의 반지, 그리고 드라마의 제왕, 앤서니 김의 이유...

▲ 사진제공=SSD&골든썸픽쳐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자의식과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수치심이 공존하고 있다. 남들에게 보이고 싶고 알리고 싶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것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한다. 바로 설레임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해 줄까?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항상 그것을 느끼고 있다. 읽히고 싶다. 평가받고 싶다. 그런 한 편으로 도대체 이것도 글인가? 하지만 전자가 더 강하기에 항상 두려움과 불안에 떨면서도 글을 쓰고 그것을 당당히 매체에 올린다. 과연 사람들은 내가 쓴 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나름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마침내 극중 드라마 '경성의 아침'이 많은 우여곡절 끝에 첫방을 내보내게 되었다.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이고은(정려원 분)처럼 마냥 설레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 와중에도 앤서니(김명민 분)처럼 프로의 엄격함으로 냉정하게 결과를 지켜보고자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그토록 자신만만해하던 강현민(최시원 분)조차 손을 떨고 있었다. 몇 번이나 시간을 묻고 드라마가 시작되고 나서는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구영목(정인기 분)은 아예 눈을 감고 있고, 오만하기까지 한 대스타 성민아(오지은 분)는 드라마를 보는 것조차 거부한다. 지켜보고 있던 30분 내내 시청률이 오르지 않자 앤서니 김은 지레 포기하고 방송국을 나와 포장마차를 찾는다. 사실은 누구보다 불안해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은 앤서니 김 자신이었던 것이다.

좋은 것은 그저 주위 사람들 뿐이다. 후회가 밀려든다. 왜 그랬을까? 어째서 그렇게밖에는 하지 못했을까? 다른 선택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포기한 그것이었더라면 어쩌면 전혀 다른 결과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후회는 불안으로부터 비롯된다. 불안이란 의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여 믿지 못한다. 그러니 지나고 나면 항상 지나온 길이 아쉬워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시청률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자 바로 후회하는 말을 내뱉고 마는 것은 그동안에도 그의 머릿속에 버려두고 온 선택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심과 함께 들끓고 있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당당하다. 자신만만하다. 그는 리더니까.

결국 그토록 두려운 게 없어 보이던 이고은조차 낮은 시청률과 그로 인해 실망하는 앤서니의 모습에 결국 '멜로로 갔어야 한다'는 앤서니 김의 푸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다. 하기는 그보다는 단지 앤서니 김을 실망시킨 자신이 더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확신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녀는 아직 작가로서의 순수를 간직한 신인인 때문이다. 다행히 드라마는 15.7%라는 동시간대 최고의 시청률로 첫회를 마쳤고 그녀는 조금 더 자신의 작품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 앤서니 김으로부터도 인정받게 되었다. 그녀는 앤서니 김의 본명을 안다. 느닷없는 고백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토록 드라마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앤서니 김이다. 오명을 마다하지 않고, 온갖 불명예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드라마의 성공만을 위해 한결같이 달려왔었다. 누구나 생각한다. 분명 방식이 더러운 것은 앤서니 김이라는 인간 자체가 더럽기 때문일 것이다. 제국의 회장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비열하고 추악하기까지 한 방식들은 자신과 닮았다. 그렇다면 그의 사생활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오진완(정만식 분)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해서 알아낸 사실은 정작 사생활 자체는 한 점 먼지조차 없이 깨끗하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앤서니 김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결코 더렵혀질 수 없는 절대의 순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앤서니 김이 지키고자 하는 것. 앤서니 김이 그토록 간절하게 추구하고 있는 그것. 제왕의 반지였다. 어머니의 반지였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앤서니 김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날 앤서니 김은 모두의 축하조차 외면한 채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의 반지와 제왕의 반지, 그리고 드라마의 제왕, 앞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가 그의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다. 성민아가 건넨 반지를 그는 끝내 거절하고 돌아선다. 그것은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중인 배우이며 그 이전에 한때 자신과 사귀었던 상대조차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오롯한 앤서니 김 자신의 영역이다. 이고은조차 그 안에는 들어설 수 없다. 오로지 앤서니 김과 어머니만이 존재한다.

그가 돌아갈 곳이다. 그가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단지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곳이 제국이라고 하는 진흙탕이었을 뿐이다. 제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그는 자신의 순수를 실천했을 뿐이다. 제국이 요구하는 것이었고 제국이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허락된 것이며 그에게 요구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제국에 속해 있지 않다. 자신과 같은 순수를 간직한 이고은과 인간적인 유대를 원하는 스태프들이 있다. 직원들이 있다. 제국으로부터의 끊임없는 공격은 결국 그를 더욱 현재의 자신에 안착하도록 만들어준다.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저조했던 전작을 이은 드라마로서 첫방송임에도 다른 경쟁드라마를 누르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냈다. 이고은의 대본과 구영목의 연출과 강현민과 성민아라는 존재에 힘입어. 무엇보다 제작자로서 앤서니 김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탄탄대로만 남았다. 첫방이 이 정도 시청률이라면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드라마는 기대했던 큰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가? 이것은 드라마다. 아직 남은 분량이 제법 된다.

위기가 시작된다. 표절의혹에 이은 앤서니 자신에 대한 제국의 공격이 시작된다. 그래서 더욱 앤서니 자신의 순수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의 간절함과 절실함, 온갖 오물을 뒤집어써가면서도 지키려 했던 자신의 순수다. 앤서니 김이 두르고 있던 위악의 껍질을 깨뜨린다. 거친 세상과 맞서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거짓된 갑옷을 모두 부수고 벗어던진다. 그럼에도 결국 앤서니 김은 앤서니 김일 뿐이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를 위한 고난들이다.

의도된 위기라는 것이 보인다. 정작 이고은이 처음으로 완성한 '경성의 아침'의 원고는 어머니가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이고은은 궁지에 몰리고 그런 이고은을 앤서니는 믿어준다. 앤서니와 함께 부부로 위장해서 자신이 조수로 있던 작가의 집을 뒤지기도 한다. 동지가 된다. 조금 더 두 사람이 가까워진다. 앤서니 김의 말이 맞다. 드라마는 역시 멜로다.

첩첩산중이다. 위기의 뒤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작은 기쁨도 있다. 짧은 성취도 있다. 마치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온다.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껍질을 벗어가는 앤서니 김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앤서니 김도 이고은도 조금씩 위기를 통해 성장해가고 있다. 앤서니 김의 본명이 김봉달이었다. 사소하지만 웃음을 준다.

시청률에 일희일비한다지만 결국 드라마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그 시청률이다. 바로 그 시청률 때문에 작가가 바뀐다. 조기종영하거나 그나마 아예 내용이 바뀌기도 한다. 어쩌면 당사자들에게는 생과 사의 갈림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 긴장감이 저릿하도록 느껴진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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