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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공연
  • 입력 2018.04.16 04:58

[S리뷰] 단조롭던 삶을 몽땅 흔들어놓는 ‘맨 오브 라만차’, 당신은 꿈꾸고 있나요?

▲ '맨 오브 라만차' 포스터 (제공: 오디컴퍼니)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꿈을 꾸게 하는 돈키호테를 만난 짧은 시간 이후 우리의 삶은 뒤바뀐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우리의 삶을 망치러 온 건지, 구원하러 온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스페인의 어느 지하 감옥에 신성모독죄로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죄수들과 함께 즉흥극을 벌인다. 세르반테스는 자신을 기사 ‘돈키호테’라고 착각하는 노인 알론조로 분하고 그의 시종과 죄수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맡은 뒤 연극은 시작된다. 

라만차에 사는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자신이 돈키호테라고 착각하고 시종인 산초와 모험을 떠난다. 알론조는 풍차를 보곤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고, 여관을 보고는 성이라며 찾아 들어가 여관주인을 성주로 여긴다. 또한, 여관의 여종업원인 알돈자를 둘시네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칭하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여인으로 대우한다.

▲ '맨 오브 라만차' 연습 현장 스틸 (제공: 오디컴퍼니)

‘맨 오브 라만차’의 세르반테스이자 알론조 그리고 돈키호테는 역에 맞추어 외적인 모습은 물론 발성까지 휙휙 바꿔내 관객으로 하여금 액자식 구성의 뮤지컬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첫 넘버 ‘라만차의 사나이(Man of La Mancha)’에서 젊은 세르반테스에서 늙은 기사 돈키호테로 분하는 목소리의 변화는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뮤지컬을 관람하는 동안, 자신을 변론하기 위해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세르반테스부터, 이기고 지는 건 상관없다며 그저 꿈을 따르는 돈키호테의 모습까지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기에 집중하면 좀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다.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 넘버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은 국내에서 8번의 시즌을 이어온 작품임을 뽐내듯 역시나 넘치는 감동을 선사한다. 돈키호테의 진면모를 느낄 수 있는 노랫말과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돼 희망과 감동을 전한다. 

“사람은 인생을 직관적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더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돈키호테는 현실에 부딪혀 꿈을 꾸는 것조차 힘든 현대인의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꿈을 이룰 수 없다 해도 자신의 길을 따르는 늙은 할아버지 돈키호테의 열정에 많은 관객이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 '맨 오브 라만차' 연습 현장 스틸 (제공: 오디컴퍼니)

고단한 삶을 사는 알돈자는 진심을 전하는 돈키호테에게 “짓밟고 가도 좋으니 꿈꾸게 하지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종국에 알돈자는 돈키호테를 만난 뒤 모든 게 달라졌다고 토로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맨 오브 라만차’를 관람한 이후 변할 것이다.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돈키호테로 인해 꼭꼭 숨겨놓았던 꿈을 마주한 우리는 단조롭던 삶을 구원받는 놀라운 기적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는 사회문제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칭찬하고 싶다. 지난 시즌 동안 무대에서 적나라하게 표현된 알돈자가 집단 성폭행당하는 장면은 많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최근 다방면에서 발생한 미투운동을 의식해 ‘맨 오브 라만차’는 여덟 번째 시즌부터 이 장면을 삭제했다. 이에 ‘맨 오브 라만차’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여주인공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강조하는 장면이었지만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고 볼 수 있도록 수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객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며 변화한 작품은 더욱 많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한편 우리 모두를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로 변하게 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4월 12일부터 6월 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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