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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시대의 아이콘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
모방과 답습이 아닌 창조와 변화를 걸어온 무한도전의 시즌 2를 희망하며
2018년 04월 01일 (일) 20: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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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risktaker@dongguk.ac.kr

   
▲ 무한도전 주역들 ⓒMBC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았던 아티스트는 지금까지 단 한 명, ‘서태지’였다. 1997년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에 서태지를 초청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초청에도 불구하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용기(?)를 보일 정도로 90년대 전무후무한 사회적 영향력을 국내 곳곳에 미쳤다. 그 이후, 2005년 등장한 <무한도전> 역시 과거 서태지가 그랬던 것처럼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뒤흔들었고 더 나아가 예능 프로그램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수 많은 이슈와 논제, 시사점을 남기고 공식 퇴장했다.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이라는 타이틀로 방영되었을 때만 해도 대중으로부터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은 받지 못했다. 이미 2003년 KBS에서 유재석을 중심으로 <천하제일 외인구단>이라는 프로그램이 무모한 경기에 도전하며 출연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줄곧 보여주었고 이에 뒤질세라 2004년 SBS에서도 <유재석과 감개무량>이라는 코너를 만들며, 또 다시 동일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이렇다 보니 <무모한 도전>은 ‘아류 프로그램의 답습’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예능으로서 소소한 재미는 있었지만 ‘모방’과 ‘답습’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 이후 <무모한 도전>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태호 PD는 2006년 프로그램 명칭을 <무한도전>으로 바꾸고 모든 변화를 시도했다. 프로그램의 로고와 자막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스튜디오 밖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도전에서 벗어나 매주 다양한 추격전, 추리 게임, 장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모방과 답습이 아닌 창조와 변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과거, 신동엽, 김용만을 대표로 하는 스튜디오 위주의 기존 예능 프로그램 공식에서 벗어나 매주 야외에서 출연진들의 역동성을 보여준 <무한도전>은 국내 예능 역사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했다.

<무한도전>은 국내 예능 및 방송에 여러 교훈과 파급효과를 남겼다. 그 중 몇 가지를 들면 첫 번째, <무한도전>은 예능의 중심을 엔터테이너에서 PD로 전환시켰다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를 작가주의적 성격이 강화되었다고 강조할 정도다. 과거 예능이 즉흥적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개그맨들의 콘텐츠에 집중했다면 <무한도전>은 김태호 PD의 주도 하에 콘텐츠에서 콘텍스트(Context)로 전환, 즉 맥락을 중시하는 예능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등장인물과 스토리, 텍스트 간의 구조적 맥락을 웃음으로 엮는 게 불가능하다는 정설을 김태호 PD는 뒤집는데 성공했다.

   
▲ 무한도전 주역들 ⓒ스타데일리뉴스

두 번째, <무한도전>은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리얼 버라이어티’ 성향을 극대화하며 예능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 <무한도전>이 성공하자마자 각 방송사에서 이를 따라잡기 위해 유사한 프로그램을 무차별하게 쏟아낸 건 시청자들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KBS <1박 2일>, SBS <런닝맨> 등이 집단 MC 체제를 구축하고 멤버 수를 동일하게 구성하는 등 <무한도전>을 모방하는데 집중했고 때로는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이들 프로그램은 아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패러다임 주도가 아닌 모방이라는 트렌드에 편승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무한도전>은 웃음과 감동을 넘어 사회적 파급효과와 사회적 의제 설정을 주도했다. 이는 확실히 예능으로서의 길을 고집한 <1박 2일> 또는 <런닝맨>, 과거 <패밀리가 떴다> 등과 다른 모습이다. 예컨대, 광복절 특집으로 진행된 ‘배달의 무도’를 통해 일본 하시마 섬의 진실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일부 특집 방송 또는 자막을 통해 방송사 파업, 비뚤어진 정치 지형 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9년 전,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할 정도로 <무한도전>은 예능과 시사교양을 중첩하고 융합하는 역할도 서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실내 스튜디오에서 가벼운 담소로 웃음을 이끌어내던 과거의 예능이 아닌 야외로 나아가 역동적인 장면을 통해 시청자에게 능동적인 웃음을 자아냈던 <무한도전>이 진화해나가며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눈높이는 점점 높아져갔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곧바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모방과 답습 대열에 합류하자 다시금 <무한도전>은 또 다른 창조와 변화를 위해 공식적으로 시즌 1의 종료를 알렸다. 상당수 프로그램이 정해진 포멧을 통해 안정적인 길을 걷는 것과 달리 김태호 PD는 창의적 기획력을 토대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과거 방송계의 핵심 중 핵심은 드라마 PD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한도전>으로 인해 지금은 김태호, 나영석 등이 중심이 된 예능 PD가 방송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실제 방송계의 핵심 실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플랫폼’의 싸움이라고 다들 얘기하지만 <무한도전>은 여전히 ‘플랫폼’보다 ‘콘텐츠’의 힘이 더욱 막강하다는 점을 지난 13년간 시청자와 방송 업계에 각인시켰다. 13년간 방영된 <무한도전>의 수많은 페이지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숨결과 고민, 우리 시대의 난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무한도전>은 예능의 아이콘을 넘어 시대의 아이콘으로 모든 이에게 인정 받았고 이제 조용히 무대에서 퇴장했다. 시청자들에게 13년이라는 소중한 추억과 흔적을 남긴 이 프로그램이 그 이후 어떤 길을 걷게 될 지 우리는 모른다. <무한도전>은 지금까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가장 막강한 사회적 파급효과와 팬덤을 몰고 온 프로그램인 점만은 분명하다. 모든 예능이 다시 진부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 시점, 김태호 PD의 시선은 지금 어디를 향해 있을지 그의 미래 지점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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