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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황규준 기자
  • 문화
  • 입력 2018.03.27 12:25

한국에서 만나는 아흐마드 자키 안와르의 '내 그림자의 그림자' 展

오는 4월 3일부터 4월 28일까지 서울 삼청동 백아트서 개최

 

[스타데일리뉴스=황규준 기자] 무슬림이면서도 종교에 편향되거나 현대미술의 경향에 휩쓸리지 않고 25년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민화가 자키 안와르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는다. 인체의 누드, 종교적으로 금기시되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소재로 작업하며 예술이라는 여정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내면에 깊숙이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이를 그려 내기로 유명한 자키 안와르의 작품들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키 안와르의 한국 첫 개인전 '내 그림자의 그림자(My Shadow’s Shadow)'전은 오는 4월 3일부터 4월 28일까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백아트(BAIK ART, 대표 수잔 백)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페인팅 작품 15점을 만날 수 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힌두교의 신, 혹은 돼지를 그리는 등 이슬람 신자임에도 자키 안와르의 작품은 저항적이면서도 순수하다. 학창 시절 종교적,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해 과감히 의문을 제기해온 그의 성향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말 할 게 없다 Nothing To Say>, <볼 게 없다 Nothing To See>, <갈 데가 없다 Nowhere To Go> 등 이번 전시의 대표작에서 남자들의 얼굴은 모두 담배 연기로 가려져 있다. 1995년 싱가포르에서 친구의 차를 빌려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친구와 크게 싸운 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그렸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져 온다. 

또한 그가 그린 마지막 수채화 <Nothing to See>는 세 개의 화면에 각각 그려져 있는 담배 연기로 얼굴이 가려져 있는 남자의 모습과, 성냥개비, TV는 일종의 상호 관계를 맺고 있다. 성냥개비는 마치 화살표처럼 사물과 인물을 매개해 주는 중간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불을 매개한다. 탈 것이 없다면 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타버린 성냥개비가 갖는 은유는 이 연작을 해석하는 열쇠가 된다.

자키 안와르에게 그림은 일종의 시각적인 일기로서(a visual diary) 인생을 살아가며 그의 생각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수단이다. 그는 “미술가는 산파(midwife)와 같으며, 이미지는 이미 그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그의 신념, 삶에 대한 이해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겼다. 

백아트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슬람 종교를 가진 신도로 살면서 ‘신을 알기 전에 예술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에 대해 먼저 탐구하고자 (Know yourself before you get to know your God.)’ 하는 아흐마드 자키 안와르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백아트(BAIK ART)는 미술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및 동북아시아의 미술에 오래 전부 터 관심을 두고 이미 14년간 현지 작가들과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갤러리로서는 드물게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작가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중시하며 일반 상업 갤러리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걷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La Cienega Blvd. 예술지구에 위치해 있는 백아트는 지난 2016년 서울에 갤러리를 열고 다국적의 소속 작가들과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작가들이 보다 원활하게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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