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한다경 기자
  • 음악
  • 입력 2011.05.26 16:03

브리트니 스피어스 풀 스토리는?

팜므파탈로 음반차트 정복 준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지난 10년은 긴장과 공포, 그리고 스트레스로 얼룩진 고단한 시기가 아니었나 한다. 일단 개인사. 결혼, 출산, 이혼, 양육권 분쟁은 각종 타블로이드의 탐스러운 먹잇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브리트니는 지칠 줄 모르고 싱글과 앨범을 쏟아냈다. 추세도 많이 바뀌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크게 경쟁하며 등장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브리트니에게 압박을 안겨주는 특급 여가수는 계속해서 바뀌었다. 그런데도 브리트니는 지칠 줄 모르고 활동하고 있다. 지금 만나는 [Femme Fatale]은 브리트니의 일곱 번째 앨범이다.

 
지난 10년간의 이야기

지난 10년간 브리트니는 일관된 스타일을 고수했다. 물론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면 오늘의 일곱 번째 앨범이 1999년의 ‘...Baby One More Time’과 같지는 않으며 가장 최근의 작품인 ‘Womanizer’(2008)나 ‘3’(2009)와도 다르다. 그러나 발표하고 히트했던 서로 다른 비트와 선율을 아우르는 브리트니 음악의 본질적인 특징은 강렬하고 공격적인 댄스 사운드를 선보인다는 데에 있다.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사운드상의 실험은 남들의 영역이다. 브리트니와 브리트니의 스태프들은 세계 댄스음악의 표준이자 기준이 무엇인지를 지난 10년간 보여주었다. 그것은 즉각적으로 춤을 부르는, 가장 단도직입적인 사운드였다.

브리트니가 강박적으로 댄스를 고집할 때, 세상은 변화를 원했고 또 실행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소울을 결합한 [Back To Basics](2006)로 뮤지션의 명예를 획득한 후 [Bionic](2009)을 통해 일렉트로니카에 손을 뻗었다. 그룹에서 기본을 쌓고 본격적인 솔로 활동으로 크게 흥한 비욘세, 갑자기 튀어나와 동시대 여가수에게 위협을 선사한 리아나는 힙합 기반의 댄스로 여러 래퍼들과 섞이며 다채롭고 풍성한 채널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한편 팝과 클럽뮤직을 섞은 괴짜가수1 레이디 가가, 팝과 록을 섞은 괴짜가수2 케이티 페리 또한 시대의 중요한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렇게 동시대를 함께 사는 여가수가 래퍼라는 인적자원(?)을 동원하고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엮어 빌보드를 뚫고 세상의 관심을 선점할 때, 브리트니는 변혁에 목 매지 않았다. 약간의 부침은 있었다. 싱글 ‘Gimme More’가 수록된 다섯 번째 앨범 [Blackout](2007)은 4년의 공백 후에 나온 작품이며, 1999년 ‘...Baby One More Time’로 도달했던 빌보드 1위의 명예는 2008년 ‘Womanizer’에 이르러서야 회복됐다.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투어 기간 동안 서비스처럼 선보였던 ‘3’는 공식적인 활동 없이도 넘버원에 도달했고,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싱글 ‘Hold It Against Me’ 또한 1위로 등장했다.

그렇게 차차 회복된 성과는 브리트니의 결단이 틀리지 않음을 일러주었다. 브리트니의 여전한 화두는 가장 근본적이고 (때때로 각국의 표절시비에 영감을 선사하기도 했던) 표준에 가까운 댄스였다. 동영상으로 접할 수 있는 꼬꼬마 시절의 브리트니는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재원이었다. 하지만 보컬의 힘을 부각하거나, 창의적인 뮤지션의 코스를 밟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호는 제각각이며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보다 유리하고 열광적인 반응은 발전이나 변화의 사운드가 아니라 보편의 노래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우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오늘의 이야기, 그리고 새 앨범 [Femme Fatale]

여전히 브리트니는 댄스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게으른 가수라 단정할 수는 없다. 브리트니 스스로 “전보다 날카롭고, 전보다 힘이 넘친다”고 설명하는 새 앨범 [Femme Fatale]은 근본적으로 댄스음악을 다루지만, 엄격하고 정형화된 무대보다는 좀 더 넓고 자유로운 현장을 상정하고 있다. 클럽이다. 과거 발표했던 노래들 또한 앨범의 노선을 구축하는 일에 크게 보탬이 됐을 것이다. 수록곡의 대다수는 ‘Womanizer’ 만큼 빠르고 요란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Circus’ 만큼 더디지도 않다. 춤추고 즐기는 우리에겐 호흡이 가능한 수준의 비트, 음악을 섞고 엮어 트는 클럽의 DJ에겐 믹스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리듬이 앨범의 골격이다. 브리트니가 직접 설명하는 앨범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앉아있던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음악, 그리고 내가 듣고 춤추던 음악이자 사람마다 서로 다른 춤을 추게 만드는 음악.”

앨범에는 휴식의 노래가 없다. 구색처럼 싣곤 하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가 없다는 뜻이다. 휴식의 ‘노래’는 없지만, 휴식의 ‘순간’은 있다. 다시 말하자면, 1번 트랙과 3번 트랙 사이에 쉬어가는 노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1번 트랙 안에 그리고 3번 트랙 안에 숨을 고르는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클럽에 최적화된 음악이 이미 갖추고 있는 일종의 도식이다. 빠르게 튀어나오는 사운드로 우리의 심장을 들뜨게 만들다가도, 어느 순간 소강상태에 진입하고, 그러다가 다시 폭발하는 구성이다. 뛰다가 쉬다가를, 그리고 폭발하다 멈추다를 반복하는 것.

이 같은 구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노래로 첫 번째 싱글 ‘Hold It Against Me’, 그리고 두 번째 싱글 ‘Till The World Ends’를 꼽을 수 있다. 노래 속의 브리트니는 완급조절의 달인이다. 가벼운 보컬로 운을 띄우고, 그러다 리듬과 섞여 강렬하게 폭발한다. 다시 평정을 찾았다가도, 돌연 댄스플로어의 퀸으로 돌변한다. 이는 대표곡 ‘Hold It Against Me’의 가사와도 의미가 통한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흐르는 노래는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기 마련이다. 그 환각적이고 혼미한 순간에, 당신은 상대를 사로잡거나 상대에게 사로잡힌다. 그렇게 ‘Hold It Against Me’는 클럽에서 충동적으로 부딪히는 어느 남녀의 치명적인 순간을 노래한다.

한편 클럽음악이 언제나 똑같지는 않다. 브리트니는 댄스 플로어의 퀸을 자처하다가도, ‘How I Roll’이나 ‘Seal It With A Kiss’처럼 귀엽고 상큼한 노래를 선보이는 요정이 된다. 상큼하면서도 섹슈얼한 아이디얼한 여성상에게는 언제나 듬직한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앨범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엠(will.i.am)으로, 브리트니와 윌 모두에게 꽤나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사료된다. 브리트니는 피처 없이 대체로 홀로 빛을 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남녀의 드문 만남을 다루는 ‘Big Fat Bass’는 앨범에 생기를 주는 이벤트 같은 트랙이다.

 
지난 30년의 이야기

밀리는 대로 한복판에 날씬하면서도 거대한 리무진 한 대가 보인다. 그리고 리무진이 멈출 때면 사람들이(그리고 카메라들이) 파리처럼 달라붙어 미친 듯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그녀가 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모습만 찍어주는 것도 아니다. 숱한 찡그렸거나 눈을 감은, 혹은 다이어트를 쉬고 있는 기간을 공략했을 굴욕사진들이 하루만 지나면 폐품이 되어버릴 일간지를 도배한다. 몹시 고단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에 적응되다 보면 셔터음 없는 고요한 상태가 되려 허전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는 스타의 삶, 그리고 아주 특별한 스타의 삶, 즉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과 싱글 등을 모두 합쳐 전세계적으로 1억 장을 판매한 수퍼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삶이다.

1981년 12월 2일생으로, 미시시피 맥콤에서 나고 자란 브리트니는 어린 날부터 재능을 겨루는 다양한 지역 오디션과 쇼를 통과하면서 노래하는, 그리고 매번 찍히고 보도되는 스타의 인생이 시작됐다. 제대로 터진 건 후에 경쟁하게 되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그리고 남녀관계로 발전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함께 출연했던 TV 프로그램 [미키 마우스 클럽]으로, 여기서 쌓은 토대를 통해 곧 메이저로 진출하고 1999년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그해 1월 출시된 [...Baby One More Time]의 주요 동반자 막스 마틴은 변함없이 지금까지 브리트니 앨범의 프로듀서로 뛰고 있다. 그는 브리트니의 음악에 보편성과 함께 일관성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준비하는 동안, 스튜디오의 관계자들은 그녀에게 원래의 맑고 청아한 발성을 버릴 것을 요구했다. 더러는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긁을 수도 있는 이상한 비음을 주문한 것이다. 즉 십대이지만 십대처럼 노래하지 않기. 여러 모로 리스크를 우려했던 결정이었지만, 결국 엄청난 성공으로 판명됐다. 이는 풋풋한 소녀의 이면으로부터 관능의 여인을 찾고자 하는 세계 공통의 모순에 제대로 명중했으며, 세계적인 파급도 상당했다. 특히나 순수와 성숙으로 여성 댄스가수의 이미지가 요약되는 국내 환경에서는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영감을 선사해 다양한 형태의 워너비와 표절사례를 양산한 바 있다.

10년 넘게 활동하는 동안 세상은 변했고 브리트니 또한 변했다. 초기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나 엔싱크 이상으로 더 많은 가수와 경쟁해야 했고, 진짜 어른이 되면서 겪게 되는 진통을 누구보다도 고단하게 통과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브리트니는 광대 같은 자신의 인생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고(‘Circus’), 자신에게 상처와 고난을 주었던 나쁜 남자에게 노래로 복수하기도 했다(‘Womanizer’).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