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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판결의 온도', 기울어진 판결에 메스를 들이대다
판결에 성역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MBC '판결의 온도'
2018년 03월 17일 (토) 18: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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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risktaker@dongguk.ac.kr

   
▲ 판결의 온도 ⓒMBC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우리 사회 대표적인 성역은 바로 ‘법원’과 ‘검찰’이다. 특히, 법원에서 결정하는 판결은 어떤 사안에 있어서도 그 누구로부터도 책임을 추궁 받거나 잘못을 지적 받지 않는다. 자신이 내린 행위에 대해서 유일하게 잘잘못을 책임 받지 않는 조직은 오직 법원뿐이다. 다양한 경력 및 법조인으로서의 역량과 경험을 모두 고려한 후에 판사에 임용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대한민국은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 들었던 이들이 오직 교과서로만 세상을 바라본 후 판결을 내린다.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법 감정과 법원 판결의 극심한 온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미 법원과 검찰은 힘있는 자, 돈 많은 자들의 노예가 된지 오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의로운 검사 또는 판사가 등장하면 시청자들이 오히려 코웃음 치고 공감을 하지 못하는 세상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대법원이 20년 전, 어렵기로 소문난 민사소송법을 한글 문장으로 쉽게 바꾸기 위해 수정을 시도했을 때도 다양한 법조인들이 반대했던 사례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포함, 법조인들이 얼마나 기득권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평범한 국민들과 거리를 스스로 두며 얼마나 권위를 지키려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대한민국의 법률 조문은 참고로 건국 초기 한번에 제정되면서 어쩔 수 없이 당시 일본법의 내용을 상당수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헌법에서조차 일본어식 표현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렇게 태어난 법률로 심판하는 판사들의 판결에 관한 권위가 점점 성역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일제 시절 국민들을 지배하고 국민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놓은 어려운 법률 용어의 지배 논리가 2018년 대한민국 사회를 여전히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결의 온도>가 법원의 판결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는 참신한 시도는 격려 받아야 할 일이다.

지난 목요일 방송된 MBC <판결의 온도>는 지금까지 법원이 정말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을 내린 건지 시청자에게 반문하며 방송의 포문을 열었다. 첫 회 방송된 ‘2,400원 횡령으로 해고된 버스 기사의 해고 무효 소송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자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법원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법적 정의와 사회적 형평성은 과연 지켜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려운 법조문을 가급적 배제하고 최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우리 사회 구석 구석을 ‘제4심’이라는 시민사회의 눈으로 바라보자는 방송 취지와 내용에 필자가 공감하는 이유이다.

<판결의 온도>는 이미 언론을 통해 우리가 공분했던 사안을 다루면서 다양한 패널들이 어떤 관점으로 해당 판결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지 논의, 분석하며 사건에 한층 더 쉽게 다가섰다. 해당 과정에서 단순히 법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기보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볼 수 없었던 판결 과정의 이면과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해준 점은 시청자들이 법원 판결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했다. <판결의 온도>가 단순히 법원 판결의 부당함 고발에만 치우치기 보다 판결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접하기 힘들었던 정보를 제공하며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다양한 방송에 노출된 진부한 패널들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사안을 가볍게 다루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부 패널은 해당 사안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시종일관 사이다 발언에만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또 출연진들의 연령 및 경험이 유사하다 보니 다양한 계층의 시각을 대변하지 못하는 점 역시 향후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오히려, 다소 뻔하더라도 국민 다수의 의견은 어떠한지 그야말로 법원 판결과 국민들의 생각은 얼마나 간극이 벌어져 있는지 거리에 나가 생생한 시민들의 의견을 좀 더 많이 경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그램의 지향점 자체가 판결과 국민들의 간극을 좁히는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판결의 온도>가 판결 이후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교훈이나 시사점 없이 패널들의 논의에만 머물러 있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잘못된 판결이 종종 문제가 된다면 해당 문제의 원인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법률조항이 시대상을 못 따라가기 때문인지, 판사 개인의 성향이 판결을 좌우하기 때문인지 등을 좀 더 살펴봤다면 설득력 있는 결론이 도출되었을 것이다. 막연한 논의와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시청자들은 현실적인 도움 또는 구조적 문제에 관한 깊이 있는 대안 제시를 원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26년 넘게 롱런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의 온도>는 방송계에서 조차 금기가 되었던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검찰의 독립성,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는 방송이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법원 판결에 관해 근본적인 의문과 정당성을 고발한 프로그램은 국내에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패널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출연진들이 매회 시의적절하게 주제에 맞게 출연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미고 해외 판례 및 사례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판결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면 프로그램은 분명 롱런할 것이다.

BC 230년경에 만들어진 저서 ‘한비자’는 법을 실행할 경우에는 신분이 높은 자라 할지라도 법을 위반할 때는 즉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지혜 있는 자나 어리석은 자나 모두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용감한 자가 그 용기를 믿고 다투어도 결코 법을 굽힐 수는 없음을 건강한 사회의 필수 요건으로 강조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법과 판결은 가진 자, 힘있는 자들에 의해 너무 많이 구부러졌고 기울어져 왔다. 이제 그 기울어진 각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출연진의 화려한 라인업에 의존하기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대안 제시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분명 <판결의 온도>는 기울어진 각도를 조정하는 우리 사회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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