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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26 09:22

최고의 사랑 "독고진은 멋있었다!"

감자와 신발에 얽힌 이야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작가(홍정은 극본)가 정말 소재를 잘 활용한다. 그냥 스쳐지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대상을 투사하여 적절히 복선과 암시로써 써먹고 있는데, 그렇게 인물들의 심리나 극의 전개가 쏙쏙 들어올 수 없다.

당장 감자만 하더라도 그렇다. 구애정(공효진 분)이 가지고 온 재료들을 가지고 카레를 만들어 먹으며 독고진(차승원 분)은 이렇게 투덜거린다.

“감자 안 들은 카레 더럽게 맛이 없네.”

감자가 없어서 안 넣은 것이 아니었다. 독고진이 만들어 먹은 카레의 재료는 구애정이 사가지고 왔다가 떨어뜨리고 간 것들이었으며, 구애정이 떨어뜨린 비닐봉지에는 분명 감자 몇 아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실제 독고진이 그 맛없는 카레를 먹고 있는 동안에도 테이블 한 쪽 구석에 놓인 감자 세 알이 보이고 있었다. 어째서?

“이걸로 늬들이 왜 왔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만약 거기다 사인하면 늬들은 전혀 아무 의미없는 걸로 알고 처형하겠어.”

오해의 발단은 윤필주(윤계상 분)가 구애정을 위해 잃어버린 볼펜을 찾았다고 거짓말한 것을 독고진이 구애정이 윤필주에게 잘 보이려 거짓말을 했다고 여기면서부터였다. 여기에 구애정의 오빠 구애환(정준하 분)이 구애정의 신곡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구애정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 접근한 것이라고. 그래서 구애정에게 그리 심한 말을 하고 상처를 주어 내보냈던 것이었다. 그리고 울며 뛰쳐나가는 구애정의 뒤로 그녀가 사가지고 온 카레재료들이 보이고 있었다

과연 독고진에게 어떤 의도가 있어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카레를 만들어 주려 그를 찾아온 것인가? 거기에는 구애정의 어떤 순수한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그것은 늦은 밤 자신의 집까지 카레 재료를 들고 찾아온 구애정의 믿고 싶은 진심이었으며 구애정 자신이었던 셈이다. 감자가 안 들어가서 맛없는 것이 아니라 그리 구애정을 쫓아내고 다른 남자에게 안겨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으니 맛이 없다.

그래서 이후 감자는 구애정에 대한 독고진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구애정이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 접근한 것이라는 의심과 구애정의 순수한 의도를 믿고 싶은 마음이 감자를 통해 충돌한다. 그리고는 구애정이 민대표(최화정 분)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구애정이 자기에게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라 결론내리면서도 감자들을 처형하는 가운데 하나를 남겨놓는다. 그리고 그 감자에서는 싹이 트고,

“너 싹 났구나? 감자싹은 독인데 도려내야겠지?”

그럼에도 여전히 믿고 싶은 마음과 놓아 버리지 못하는 미련에 고민하다가 괴로워하고 있을 구애정을 위로해준다고 노래방에 가서는 오히려 오해만 더 커진 뒤였다. 더구나 다시 구애정의 마음을 확인하려다가 거절까지 당하고. 그러고 돌아와서 감자를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 그 싹이 눈에 뜨인 것이다.

“아무리 괴롭히고 잡고 확인해 봐도 결국 답은 하나야. 인정해야 해. 내 건 수치스러운 짝사랑이야.”

그 싹을 도려내야겠다고 단호하면서 비장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짝사랑을 ‘수치스럽다’ 말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도려내야 한다. 잘라내야 한다.

하지만 이내 그는 그 감자의 싹을 컴에 물을 담아 기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이 되든 뭐가 되든 이왕 자란 거니까 키워 보지 뭐.”

그리고 그 말은 앞서의 옷을 갈아입으며 내뱉던 독고진의 독백으로부터 이어진다.

“그래, 찌질한 짝사랑이나 하는 똥꼬진인 거 티나지 않으려면 더욱 멋있어야 해!”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구애정에 대한 마음을. 찌질하고 수치스럽기만 한 자신의 짝사랑을. 그 대단한 독고진이 구애정 따위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설사 그것이 독이더라도. 당장은 독이더라도 줄기가 자라고 잎이 펴지고 언젠가는 꽃이 필 테니까. 물론 그렇게 컵에다 물을 주어 길러서 감자 꽃 피우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확실히 이후 독고진의 태도는 구애정이 당황할 정도로 크게 달라진다. 몰아붙이려 하지도 않고, 가까이 끌어당기려고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내치려는 것도 아니고. 구애정을 좋아하는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를 그렇게 여유있게 만든 것이다.

구애정의 신발 또한 독고진과 윤필주 사이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구애정은 전회 6회에서 윤필주의 볼펜과 더불어 자신의 신발을 볼풀에 빠뜨려 잃어버린다. 그래서 다시는 못 찾는가 싶었는데 그것을 독고진이 윤필주의 볼펜과 함께 찾아 놓는다. 감자가 독고진에게 있어 구애정이라면 신발은 그 성의에 의해 구애정에게 있어 독고진이 된다.

“그때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좋아하지 않겠다고 한 말 취소하려 했는데...”

자신의 신발을 돌려받으며 구애정이 홀로 털어놓던 넋두리다.

“다시 찾아올까? 갖고만 있으면 되잖아? 갖고만 있는데 뭐가 문제야? 찾아와야겠다!”

그 신발을 인터넷 경매로 내놓는다는 말에 구애정은 당황하여 다시 찾아오려 결심한다. 하지만 구애정을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히려 자신을 찾으며 더 자연스러워진 독고진 앞에 마음이 흔들리자 이내 입장이 바뀌고 만다.

“왜 이렇게 멋있게 구는 거야? 운동화 찾지 말아야겠다. 괜히 갖고 있으면 신고 싶어지고 신고 있으면 달려가고 싶어질 텐데. 미련을 갖지 말아야지.”

그것은 구애정이 구애정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독고진의 의도를 거부하며 한 말과도 관계가 있다.

“독고진씨, 이러지 말고... 그냥 먹고 떨어지게 해주세요. 나두요 먹고 살려면 독고진씨같은 사람에게 떨리면 안되요. 60에서 90 사이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나 좀 놔주세요.”

확실히 그녀의 처지에서 경매에 내놓은 신발이 1천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오히려 자작극 소문이 더 설득력있게 퍼질 정도로 독고진이란 과분한 상대다. 더구나 자신의 스타를 지키고자 하는 소속사의 민대표와도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간직하고만 있기에는 독고진에 대한 떨림과 끌림이 너무 크기에 그녀는 신발을 포기하려 한다.

그리고 그녀가 포기하려 한 신발은 하필 독고진과 윤필주 앞에서 둘 앞에 나란히 한 짝씩 떨어짐으로써 앞으로의 3각관계를 예고한다. 윤필주는 아무나가 아니기 위해서, 독고진은 그 아무나에게 구애정이 포기한 자신에 대한 마음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 결국 윤필주는 낙찰에 실패하고, 독고진이 1천만 원이라는 거액에 그 신발을 낙찰받게 되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구애정의 두려움을 현실로 만들어 놓았으니, 누구도 구애정의 신발을 진심으로 1천만 원에 사려 할 리 없다는 믿음은 두 사람의 진심을 구애정 자신의 자작극으로 바꾸어 놓는다. 강세리(유인나 분)의 개입도 있었지만 결국 그것이 국민비호감 구애정의 현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궁지에 내몰린 그녀를 독고진은 그녀가 경매에 내놓고 포기한 신발을 들고 와서 구원해주고... 그것은 그녀의 마음이었다.

하필이면 어째서 구애정은 국보소녀에서 둘째였을까? 윤필주의 입에서 국보 2호가 원각사지 10층석탑이라 했을 때 구애정이 그것을 TOP이라 들은 것도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까지 작가는 치밀하게 고려하여 설정했던 것일까? 윤필주가 원각사지 10층석탑을 프린터로 출력하고 있을 때 석탑의 사진과 나란히 보이는 구애정의 뽀로로 거짓말탐지기와 독고진의 감자. 구애정의 독고진에 대한 거짓없는 진심과 독고진의 구애정에 대한 마음. 그리고 국보자매 둘째와 국보 2호 원각사지 10층석탑. 상징성이 과하지 않은가?

아마 국보자매의 넷째이던 강세리와 국보 4호가 고달사지 부도인 것도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부도란 곧 부도겠지. 강세리는 어쨌거나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는다.

“그럼, 난 안 좋아하지. 꽃뱀이 누굴 좋아해? 난 절대 안 좋아하지”

이어지는 뽀로로 거짓말탐지기,

“거짓말이지? 거짓말하면 안 돼!”

거짓말탐지기에 대한 구애정의 분노는 그녀의 숨겨진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도 뽀로로처럼 톱스타면 해맑은 팽귄하지 구리구리한 꽃뱀 안 해!”

독고진의 도움을 받아 음반을 내기로 했을 때, 그녀는 마치 자신이 진심으로 독고진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기라도 한 것처럼 모멸감을 느끼고 있었다. 독고진의 감정과 그의 감정을 이용한 것이라고.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독고진의 실수다. 배고파 죽겠다는 사람 앞에 먹을 것을 가져다 놓고 시험을 하려 들고 있었으니.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당장의 먹을 것이 더 소중할 뿐이다. 그리고 그를 대신할 모멸감과 자괴감은 어쩔 것인가. 이야기가 꼬이는 이유겠지만.

아무튼 강세리는 윤필주가 하는 국보소녀며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에 대한 이야기로 착각하고, 아버지 구자철(한진희 분)은 윤필주의 어머니로부터 강세리의 아버지로 오해받고. 그 한진희가 이런 찌질한 연기까지 하게 될 줄이야. 한때는 멜로전문배우였었다. 그러고 보면 강세리도 참 불쌍한 캐릭터다. 구애정에게 갖는 그녀의 악감정이 이해가 된다.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그리 윤필주에 호감을 가지고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나저나 흥미로운 것이 단지 강세리의 말을 근거로 “자작극 의혹”이 떴을 뿐인데도 어느샌가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리는 대중들. 의혹이 뜨자 그것이 기정사실이 되며 스폰서 이야기가 나오고 어느새 조카 구형규의 입에서 ‘걸레’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애써 빨아 널어 놓은 구겨진 걸레의 모습은 어쩌면 구애정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확신조차 없이 단정하며 사진을 찍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언론 역시. 그야말로 인터넷 루머의 실상을 말해주지 않을까. 국민비호감이라지만 단지 사실과는 상관없는 이미지에 불과하듯.

<최고의 사랑>을 보는 또 한 재미일 것이다. 연예계 종사자이기에 느끼는 디테일한 현실. 지금도 어디선가는 의혹이 나오고, 그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기정사실을 전제로 근거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얼마전에도 불행한 일이 있었다.

정말이지 이제는 매회 어떤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갈까가 기대된다. 어떤 소재에 어떤 의미와 상징을 불어넣고 그로써 인물들의 심리와 내용의 전개를 암시하고 풀어갈 것인가. 은밀하게 숨겨놓고 하는 것도 재미지만 이렇게 대놓고 하는 것도 재미다. 하나의 게임과도 같다고나 할까?

도무지 예측을 못하겠다. 드디어 독고진은 기자들 앞에 구애정과의 관계를 공개하고. 윤필주 역시 신발 경매에 참가했던 만큼 아무나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될 것이다. 본격화되는 강세리의 방해. 민대표도 있다. 숨가쁘게 맞물려 돌아가리라. 긴장과. 갈등과. 다만 특유의 유쾌발랄한 분위기만큼은 어느 때라도 놓지 않으리라.

독고진은 멋있었다. 이번 7회에 대한 한 줄 요약이다. 구애정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거부하고 싶어질 만큼. 가장 어려울 때 자기에게 불리함을 알면서도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남자. 독고진앓이를 예감해 본다.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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