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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8.01.26 17:02

[권상집 칼럼]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콘텐츠 기업에서 글로벌 플랫폼 융합기업으로의 변신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엔터테인먼트 산업 더 나아가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주목할 사건이 발생했다. 홈쇼핑 산업의 선두주자인 CJ오쇼핑과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인 CJ E&M이 합병을 선언한 것이다. 두 기업은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최종 승인했다. 언론에서는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의 탄생이라며 긍정적으로 이를 평가하고 있다. 과거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관련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종종 존재해왔다. 그러나 홈쇼핑 산업과 콘텐츠 산업에 속한 기업 간의 이번 인수합병은 의외라고 보는 전문가들 역시 적지 않다. 두 기업의 합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분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CJ E&M은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문화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포털 그룹이다. 설립 당시에도 타임워너나 뉴스콥에 비견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룹의 비전이자 목표였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tvN, Mnet 등의 채널 파워, 영화 ‘명량’, ‘1987’, 드라마 ‘미생’, ‘도깨비’,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CJ E&M은 콘텐츠 파워를 꾸준히 키워왔지만 미디어 콘텐츠의 플랫폼 장악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 늘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플랫폼 선점을 위해 이미 경쟁하고 있기에 CJ E&M의 약점은 늘 아쉬운 부분으로 부각되었다.

중국은 몇년 전부터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건 오래된 일이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과 콘텐츠 기업 텐센트, 온라인 쇼핑몰 기업 알리바바 등은 ‘중국의 문화대국’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의 AMC,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대표적 유통 기업인 알리바바가 각종 할리우드 영화 지분을 인수하는 등 미디어와 커머스의 융합을 기반으로 진행된 인수합병은 사실 중국을 포함,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상화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CJ오쇼핑과 CJ E&M의 통합 법인 출범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고 또 하나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있다. CJ E&M이 그 동안 융복합 시도를 많이 추진했던 이유는 주력 콘텐츠 윈도(플랫폼)가 대부분 올드 미디어라는 한계 때문이었다. CJ는 오프라인 공연, TV, 영화관 등 전통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사업 영역이 대체로 올드 미디어(극장, TV, 케이블, 오프라인 공연)에 국한되어 있다 보니 이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은 목표 지점 자체가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장악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와 방송, 영화를 통해 입증된 CJ E&M의 콘텐츠 역량과 CJ오쇼핑이 보유한 이용자 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증강현실/가상현실을 활용한 콘텐츠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분명 ‘미디어와 커머스가 결합된 새로운 혁신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콘텐츠와 커머스 산업에서는 참신한 고객 접점을 만들어낼수록 그 수익은 증폭된다. 범위의 경제와 수확체증의 법칙이 대표적으로 실현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플랫폼이라는 말은 국내 경영자에게 그리 익숙한 용어는 아니었다. 플랫폼 자체가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다양한 보완재를 거쳐 가치가 창출되다 보니 국내 경영자나 다수의 콘텐츠 기업은 수익성 높은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보완재 제작에만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미 애플, 구글, 인텔 등은 자본 흐름의 길목을 선점하는 플랫폼에 포커스를 두고 신사업을 기획, 정보통신 및 콘텐츠,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거머쥐었다. 알리바바가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고 지분을 인수하는 것 역시 알리바바가 ‘플랫폼’을 장악하여 콘텐츠 자본을 선점하겠다는 취지이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은 분명 국내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커머스와 미디어를 통합하는 첫 번째 시도이다. 이를 위해 합병 법인도 커머스와 미디어의 통합, 디지털 플랫폼 장악을 위한 사업부 재편과 전략기획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합병 법인은 앞으로 CJ오쇼핑과 CJ E&M이 만들어낼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의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다양한 콘텐츠가 플랫폼 내에서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전략적 포석을 기획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와 중장기적인 비전을 토대로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시켜야 CJ가 지향하는 한류의 영속성을 도모할 수 있다.

합병 법인이 한류에 미칠 또 다른 중요한 키워드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있다. 문화콘텐츠 기업들과 커머스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역과 네트워크 형성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알리바바, 완다그룹 등을 정점으로 다양한 할리우드, 홍콩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을 인수했지만 여전히 ‘자국 중심의 콘텐츠 전략 방식’을 고수해서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반감을 사고 있다. CJ오쇼핑이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 국가와 CJ E&M이 네트워크를 형성한 베트남, 터키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대규모 자본으로 침투하는 중국의 물량 공세를 견뎌낼 수 있다.

국내는 이미 홈쇼핑 기업 간의 경쟁, 콘텐츠 기업 간의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다. 국내 기업 간의 레드오션 경쟁으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지금까지 미디어 커머스 산업의 융합, 콘텐츠 플랫폼 리더십은 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대한민국은 변방에 머물며 보완재(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제작에만 주력해왔다. 한류라는 열풍을 장기적인 가치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보완재 제작이 아니라 직접 글로벌 시장을 향해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합병 법인이 내놓을 새로운 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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