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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방송계 관행, 열악한 처우와 출연료 미지급
방송계의 부정적 관행, 이제는 말해야 한다
2018년 01월 16일 (화) 20: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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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니스트 risktaker@dongguk.ac.kr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방송계 불문율이 하나 있다. 그 누구도 출연료를 함부로 입에 오르내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방송 스텝은 돈을 받지 않고 봉사해야 하는 업무로 유명하다. 이 와중에 탤런트 정유미, 김민정 등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며 지성, 구혜선, 성유리 등 유명 탤런트들도 드라마 출연료를 여전히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알고 있는 주연급 연예인들도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데 하물며 신인으로 등장한 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오히려 신인으로 출연하려면 출연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출연하기 위해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가 방송계에 자리잡은 지 오래다. 배우들이 못 받을 정도니 촬영 현장 스태프들의 처우는 최악이나 다름없다.

드라마 ‘화유기’ 사태로 드러난 스태프 처우부터 살펴보자. 하루 20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다. 혹자는 그런 상황에 항의를 왜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방송업계에서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그렇게 출연료, 처우 요구할거면 하지 마”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이들, 솔직히 많다. 드라마가 생방송처럼 촬영되다 보니 ‘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스태프는 방송업계에서 이른바 매장되기 쉽다. 많은 이들이 즐겨보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 1’ 측이 업계 관행을 내세워 외부용역 스태프에게 6개월 간 지급되지 않았던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건 사실 방송업계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 (왼쪽 위 시계방향 순) 김민정, 성유리, 구혜선, 정유미, 지성 ⓒ스타데일리뉴스

배우들이라고 상황이 다른 건 아니다. 김민정은 이미 9년전 출연했던 ‘2009 외인구단’ 출연료의 일부인 1억을 받지 못했다. 정유미 역시 KBS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제작사로부터 8,000만원에 해당되는 금액을 받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2010년부터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지급한 출연료가 30억에 육박한다고 발표했을 정도니 비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미지급 출연료는 얼마나 많을지 그 금액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출연료 지급 요청을 하면 제작사의 무서운 위협이 시작되고 “출연료 받지 못해도 나오고 싶어 안달하는 지망생들이 수만명이야”라는 전형적인 갑질 발언과 출연 배제가 시작된다.

그 결과, 출연료 미지급 상황으로 상당수 드라마 주인공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드라마에 임했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예컨대, 구혜선은 2011년에 출연했지만 받지 못한 드라마 출연료가 2억 6,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드라마 제작사와의 법적 분쟁이 7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연배우들에게 출연료를 미지급하니 그 외 조연, 단역, 신인 배우들은 출연료라는 말조차 감히 입 밖으로 올리지 못한다. 드라마 제작사들 역시 “주연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너에게 줄 돈이 어디 있냐”라는 말을 빈번하게 쏟아낸다. 시급한 문제 해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관련 정부 부처 및 관계자들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송계 리포터들 역시 피해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 또는 케이블 방송이라도 출연하기 위해 애를 쓰는 리포터 지원자들이 많다 보니 제작사는 이들에게 ‘방송 출연을 한번 기회를 주는 선물’쯤으로 가볍게 생각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3년 전, KBS ‘진품명품’에 출연한 한 일반인 출연자는 줄기차게 항의한 후에야 6개월이 지나서 자신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었다.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을 때마다 방송계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 업계 관행이라는 이야기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해당 문제는 매번 재발되는데도 주요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매번 이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열악한 드라마 및 방송 제작 환경에 있다. 드라마 제작사들 중 유령 같이 1회성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제작사는 무수히 많다. 제작사 중 드라마 한 편만 프로젝트 차원에서 진행하고 곧바로 문을 닫는 경우, 피해자인 배우와 스태프는 출연료나 급여를 받을 방법이 없다. 그 후 다시 간판을 바꿔 이름을 내걸고 또 다른 드라마를 진행하는 악덕 제작사들 비일비재하다. 제작사의 파워가 워낙 강하다 보니 드라마, 예능에서 A급으로 인정받는 이들도 미지급된 출연료에 대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국민MC 유재석 조차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소송을 벌였으니 이 문제가 얼마나 풀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혼술남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신입 조연출 PD가 사망한 일이 불과 1년도 안되었다. 그 후, 방송 제작 인력 처우 개선과 외주사와 스탭 간 표준계약서 마련 등의 프로세스 준수가 필요하다고 언론들은 입을 모았지만 언제나 이슈 제기만 되었을 뿐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정립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방송계 관행은 어떤 식으로 변화되었는지 시청자는 알 길이 없다. 여전히 주요 기획사의 계약서는 미궁 속에서 신인들과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강요되고 있으며, 스탭 인력과 연기자, 가수, 리포터들은 출연료를 입에 올리길 현재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악덕 제작사가 자꾸 탄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형적인 승자독식 구조이다. 1명이 모든 파이를 다 가져가기에 남은 99명은 부족한 파이를 쪼개 갖거나 못 가져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일부 초특급 연예인들이 수십억을 벌고 있다는 기사 한 켠에서는 여전히 연 300만원도 벌지 못하는 무명 배우, 리포터, 가수, 지망생들이 넘쳐 나고 있다. 정부 주요 부처 및 문화콘텐츠 분야를 이끄는 대기업에서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악덕 제작사와 악덕 기획사에게는 과감한 철퇴를 내리고 업계에서 이들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려한 K-POP과 한류의 조명 아래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을 외면할수록 방송업계 관행은 더욱 약자를 향해 고착화된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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