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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0.24 09:48

마의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 사극이 어려운 이유..."

실제의 역사와 드라마의 차이, 재미의 이유에 대해서...

▲ 사진제공=M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이제야 얼추 드라마속 시간이 언제인가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강지녕(이요원 분)이 스스로 19살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강지녕과 백광현(조승우 분)가 태어난 해가 소현세자가 죽던 1645년이니 우리나이로 한다면 태어난 해부터 한 살로 쳐서 1663년이 된다. 현종 4년이다. 백광현이 처음으로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을 나타내기 7년 전 쯤이다.

참고로 드라마에서는 제법 나이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여지고는 있지만 현종(한상진 분)과 이들 백광현, 강지녕들과는 불과 4살 차이밖에는 나지 않는다. 현종이 태어난 것이 인조 19년인 1641년으로, 효종이 아직 봉림대군이라는 이름으로 청에 볼모로 끌려가 있을 때 심양의 심관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그로부터 4년 뒤 백광현과 강지녕은 태어난다. 숙휘공주(김소은 분)는 현종과 연년생으로 백광현, 강지녕 등보다 세 살이 많다. 그리고 효종 11년인 1653년 이미 우참찬 정유성의 아들 정제현에게로 출가하고 있었다. 아직 처녀인 채로 있는 것은 조선의 법도상 이미 한참 노처녀인 것이며 실제의 기록과도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젊은 남녀가 얽히고 섥히는 것이 그림이 좋다. 실제의 백광현은 그보다 최소한 몇 년은 일찍 태어났었다. 숙종 22년인 1696년 숙종은 백광현을 가리켜 노의(老醫)라 부르고 있는데, 아무리 평균수명이 짧은 조선시대라 할지라도 호칭의 앞에 늙을 로(老)를 쓰려면 그래도 환갑은 넘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1645년부터 계산하면 그때 백광현은 아직 55살로 평균수명은 넘겼지만 아직 한참 일할 나이다. 관직이 아닌 노의라는 호칭만으로 부른 것으로 보아 그때쯤에는 이미 은퇴하고 물러나 있던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광녀 20대 중반 이후의 백광현과 벌써 한참 전에 시집을 갔어야 할 여주인공과의 로맨스란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설득력이 있을까?

그래서 숙휘공주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숙휘공주와 백광현의 인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19살이면 조선시대에도 아직 결혼적령기에 속하니 강지녕과 백광현이 만나기에도 적당한 나이일 것이다. 때마친 소현세자의 죽음이라는 역사적으로도 중대한 사건이 있었으니 백광현의 출신과 관련해 거창한 배경이야기를 설정하기도 좋았을 것이다. 반면 왕이기에 현종은 불과 23의 나이에 중년의 풍채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왕이기 때문에 한 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다. 재미를 위한 극적 장치일 것이다.

공주의 신분으로 언감생심 22살이 되도록 결혼도 않고 궁에 머물며 심지어 노비출신의 천한 사내를 마음에 품는다. 19살이면 이제 조금 있으면 적령기를 지날 나이이건만 반가의 규수로서 혼처를 찾을 생각은 않고 천직의 하나인 의녀의 길을 가겠다 결심한다. 조선시대 반가의 여성이 20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성 자신에게 문제가 있거나 집안이 결혼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경우 정도다. 노비 주제에 아무리 그래도 무수리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 또한 비정상이다. 하지만 그래서 극적이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과 신분을 초월한 엇갈림, 그래서 드라마라 하지 않던가.

사실 그래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사극을 만들기가 몇 배나 더 어려운 것이다. 고려 이전이라면 어느 정도 작가 개인의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그나마 적지 않다. 삼국시대라면 오히려 사료가 부족해 상당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야 하는 경우마저 있다. 그러나 조선은 시시콜콜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모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아예 완전히 허구로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실제의 역사를 약간씩 손봐서 바꾸는 수밖에 없다. 왜곡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실제 드라마의 주인공 백광현은 이미 역사의 기록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려 하니 역시나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무리수는 감수해야 한다. 지금것 비판해 오기는 했지만 밋밋하게 마의에서 사람을 고치는 의원이 되어 명성을 날린 끝에 내의원이 되었다. 허무하지 않은가? 재미없다. 그래서 출생을 바꾸고, 나이를 바꾸고, 그를 위해 주위의 인물들도 바꾸게 된다. 다만 그렇더라도 얼마나 설득력있게, 실제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조차도 납득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렇기 때문에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과연 <마의>는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느닷없는 전염병이다. 소에게 전염병이 발병해 그것을 고치러 갔는데 그 병이 사람에게까지 옮고 있었다. 마의로서 소를 치료하러 갔는데 그만 사람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버렸다. 현존 11년 백광현의 이름이 등장하기 불과 7년 전, 그렇게 <마의>라는 제목과는 달리 마의 시절이 백광현은 스치고 지나가고 마는 것인가. 빠르기는 하지만 말했듯 상업드라마이고 시청자는 보다 빠른 주인공의 성장을 기대한다. 원수가 있다면 더욱 빨리 원수와 맞설 수 있기를 바란다. 강지녕과 숙휘공주와 인연을 만들기에도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그래도 당분간은 아직 마의로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사극의 어려움을 본다. 그러면서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본다. 문제는 얼마나 설득력을 갖추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불만은 그에 대한 것이었다. 너무 전형적이다. 너무 진부하다. 대사마저 동떨어진 듯 공허하게 어디선가 듣던 대화들이 성의없이 오가고 있다. 기대한 만큼의 내용들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 그래도 재미있다. 사극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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