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0.16 09:58

마의 "어른이 되어 만나는 백광현과 강지녕,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다."

풍운아 백광현과 흔한 영웅물의 한계, 기대가 아쉽다.

▲ 사진제공=imbc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차라리 이번 5회차를 첫회로 넣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굳이 어린시절을 넣을 필요는 없었다. 굳이 어린 시절을 넣어야 했다면 어른이 된 백광현(조승우 분)이 등장하는 첫장면과 이어지도록 유난히 동물을 좋아해서 개나 고양이에 대해서까지 깊은 관심을 보이는 괴짜였다는 정도가 좋았을 것이다. 말을 치료하는 마의이면서 다른 동물에 대해서까지 관심이 깊었고 그 결과 축적된 해부학적 지식으로 사람까지 치료하게 되었다.

강지녕과의 관계 역시 굳이 신분이 뒤바귄 것으로 묘사할 것 없이 백광현 자신이 천한 노비 출신으로 귀한 신분의 강지녕과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정도로 충분했을 것이다. 뒤바뀐 신분으로 인해 노비로 전락한 명문가의 자손이 자신의 신분을 대신한 노비의 자식과 이어지는 이야기보다야 훨씬 더 극적이지 않을까? 물론 그 또한 백광현이든 강지녕이든 누구의 입장에서든 신데렐라 이야기일 것이니 드라마적으로 더 유리하기는 할 것이다. 백광현 혼자 신분상승을 하는 것보다 강지녕에게 원래의 다른 신분을 부여하여 둘 다 신분상승을 이루는 극적인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귀한 집 아가씨로 자란 강지녕은 원래 비천한 노비였고, 비천한 노비인 백광현은 대대로 명문인 집안의 후손이었다.

아무튼 백광현과 강지녕 두 사람의 인연은 이타인 마을에서 강지녕과 함께 구경나온 숙휘공주(김소은 분)와의 만남으로 이어지게 된다. 필경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숙휘공주의 고양이가 아픈 것과 관계되어 백광현에게도 소중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하필 그 무렵 청에 진상하기 위한 말이 백광현이 속한 목장에 맡겨져 있었으니 나라의 중대한 일과 권력의 핵심과의 사적인 인연이 백광현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가장 확실한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드라마에서 우연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항상 정교한 장치이거나 필연의 운명이 되어준다. 다만 그 과정에서 너무나 흔하게 술집에서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실망스런 부분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드라마로서 상상력이 너무 결여되어 있다.

참고삼아 말하자면 이타인(異他人)마을이란 지금의 이태원을 가리키는 옛지명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순한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마을이었는데 이타인이 세월이 흐르며 이태원으로 잘못 불리면서 발음에 맞춰 한자까지 바꾸어 버린 경우였다. 과연 당시 이타인 마을이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처럼 조선에 귀순한 일본인들이 일본에서의 생활과 문화를 간직한 채 이어가던 곳이었던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만들어진 정착촌이었고, 그렇다면 따라서 당시 일본인에 대한 조선인의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종 때라면 임진왜란이 끝나고도 반백년이 훌쩍 넘긴 때일 것이다. 다시 참고삼아 말하자면 백광현이 태어난 때 소현세자가 죽었으니 그의 생년은 1645년일 것이고, 현재 20살이 되었다면 1665년, 현종이 즉위하고 6년이 되는 해였을 것이다. 물론 추측이다. 강지녕이 청까지 유학을 다녀왔는데 그 정도 시간은 흐를 뒤일 것이다.

어쨌거나 흔한 영웅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고증도 그리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지 않은 것이 결국 넘쳐나는 사극을 빙자한 판타지의 하나에 불과한 모양이다. 그럴 것이면 굳이 백광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의원이 아니어도 되었을 것이다. 마의일 필요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의술에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백광현이 대단한 것은 침을 잘 쓴 것보다 말을 치료하면서 쌓은 해부학적 지식을 사람에게 적용한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일 것이다. 차라리 짐승과 사람을 하나로 보는 선량한 품성을 가졌다 한다면 오히려 이해가 쉽겠다. 어째서 백광현인가에 대한 부분이 매우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어린시절은 사족에 가까웠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천한 마의와 내의원 의녀 - 물론 내의원 의녀도 그다지 높은 신분이라 보기는 어렵다. 그의 후견인인 이광환(손창민 분)이 내의원 의관으로 상당한 지위에 있다. 숙휘공주가 등장하고 현종이 나오고 그들의 운명이 얽히기 시작한다. 마의 백광현이 신의라 태의라 불리게 되는 역경이 이제 시작되려 한다. 그래도 지켜본다. 흥미로운 인물이다. 기대해 본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