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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박미혜 기자
  • 음악
  • 입력 2012.10.12 18:16

서른 살 래퍼 신인 가수 감자, 정규 1집 '무르익다' 앨범 발매

▲ 사진제공=소니 뮤직
[스타데일리뉴스=박미혜 기자] 최영미 시인의 詩 '서른, 잔치는 끝났다' 를 읽을 때마다 서른 즈음에 음악을 그만두는 뮤지션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갈등과 고뇌가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척박한 한국의 음악씬을 비추어 볼 때, 쉽게 애잔함이 젖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서른 살 래퍼 감자의 이번 앨범은 최영미 시인의 詩 '서른, 잔치는 끝났다' 와 어느 정도 그 맥을 같이 하는 듯 보인다. 그간 래퍼 감자는 세 장의 싱글과 한 장의 EP, 혼성힙합듀오 '리미와 감자' 활동을 비롯해 최근의 믹스테잎 [ECOTONE]과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MNET '쇼 미 더 머니' 출연을 통해 이름을 알려왔다.

또한 리미와 감자의 해체 이후 래퍼 감자는 방향성과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싱글로 선 발표된 <부모님 전상서>는 우리 시대 부모님께 보내는 찬가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가장이란 머슴', '자신을 위해 쓰는 건 파스를 사는 만원' 이라는 가사를 접할 때, 우리는 부모님의 삶이 떠오르고 '늙어버린 당신이 누구보다 더 예뻐'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게 될 때쯤 재즈보컬 김민정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 말을 대신한다.

이어 다른 싱글 <이상한 꿈을 꾸었다> 는실제로 감자 자신이 꾸었던 꿈을 소재로 '슈퍼스타K4'에서 활약하고 있는 누소울(계범주)이 피쳐링한 곡으로 가상의 이별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번 앨범 발매 전 공개 된 두 싱글은 래퍼 감자의 '가능성' 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번 정규앨범은 낮은 목소리의 사랑노래 <아침까지>를 비롯하여 서른 살의 다각적 소통으로 보이는 <박하사탕>, <가지마>, 감자만의 힙합에 대한 시선이 돋보이는 <쫄지 않아>와 <때야> 등의 트랙을 통해 대중성과 진중함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그가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온 정규앨범 [무르익다]는 '리미와 감자', '긱스', '부가킹즈' 등과 작업해 온 메인 프로듀서 '빅파이'를 비롯해 'UMC'의 프로듀서 'CEEDO', '개떡', 클럽 슬러거와 마스터플랜을 종횡무진 하던 힙합그룹 Redrum의 '유운(독사)'이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앨범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에 비스메이져(Vismajor) 크루를 이끄는 딥플로우(Deepflow)의 피쳐링이 돋보이는 <땡겨>는 '소시보다 다듀'가 땡겼던 한국 힙합팬과의 교감처럼 느껴지는 곡이며 이어지는 트랙 <약속있어요>는 보컬리스트 '혜'의 노래와 단단해진 감자의 랩이 '어떤 교집합'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곡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래퍼 감자는 <Made In U.S.A.>에서 '한국 사회 속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쫄지 않아>에서는 '음원사이트는 만화방'과 같은 비유를 통해 음원정책에 대한 문제를 꼬집는다.

개인의 고민과 문제가 사회문제로 확장되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래퍼 감자와 그의 음악은 발매된 하나의 앨범, 그 구성물의 질적 양상에 의해서만 판가름되는 가치를 뛰어넘어 '하나의 담론'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많은 '가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르익다]의 앨범 트랙 리스트를 살펴보면 빠른 비트의 곡들과 서정적이며 느린 비트들이 교차적으로 펼쳐지며 한쪽으로 치우칠지도 모르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이 앨범을 래퍼 감자의 방향성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는 앨범이라 호언장담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래퍼 자신의 고민과 청취자들의 고민, 우리 세대와 사회의 고민들을 아울러 표현하고 있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계속 될 감자의 음악 행보에 기대를 갖게 한다.

이에 래퍼 감자는 [무르익다]앨범을 통해 오늘날 한국힙합씬에 뿌리박힌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기고 있으며 그간의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제대로 된 씬을 이루지 못한 한국힙합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는' 잔치가 또 한 번 시작된다면 이 앨범과 래퍼 감자는 그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앨범발매 전 공연에서 본 관객호응도는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래퍼 '감자'에 대한 비판들이 괜한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그가 얼마나 여러 세대에 다각적 소통을 이루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서른 번의 겨울이 만들어낸 래퍼의 앨범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한편 서른 살, 아직 래퍼 감자의 잔치는 끝나지 않았기에 최영미 시인의 마지막 시 구절은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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