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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0.11 09:38

착한 남자 "오직 한 가지 남은 것은 사랑했다는 기억 뿐..."

모든 것을 놓아버린 두 사람이 단 한 가지의 진실로써 다시 만나다.

▲ 사진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차라리 함께 죽을 수 있기를 바랐다.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온전히 그의 것이 되기 위해서. 희망이 없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가 없다. 당장 그 없이 보내야 할 내일이 두렵다. 그녀를 보내고 맞이해야 하는 내일이 시리기만 하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간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서도 그래서 서은기(문채원 분)는 강마루(송중기 분)를 향해 차를 돌린다. 아마 두 사람 사이에 차가 없었다면 그것은 매우 슬프고도 아름다운 상봉이 되었을 것이다. 으스러져라 서로를 끌어안으려 그들은 올곧게 서로를 향해 차를 몰아간다. 그곳에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내려놓으려 하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서은기는 기억을 잃었고, 강마루는 삶에 대한 의지를 놓았다. 그곳에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있는 힘껏 가진 모든 것을 내던진 채 서로를 향해 자신을 던졌다. 남은 것이라고는 타고 남은 재 뿐. 단지 서로를 사랑했다는 기억 뿐이다. 그래서 자기의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서은기는 강마루를 사랑했다는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내고 만다. 허깨비처럼 아무 의지도 없이 살아가던 강마루의 눈에도 비로소 진심어린 눈물이 고인다.

그것이 그들의 전부인 때문이었다.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지키려 했던 그들의 전부였던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를 위해 자신들마저 내려놓으려 하고 있었다. 비로소 그들은 다시 만나고 서로를 통해 잃었던 자신을 되찾게 된다. 오로지 단 한 가지의 진실,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다는 그 한 가지를. 그 순간 모든 기억을 잃은 서은기였건만 어느때보다 해맑게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강마루의 눈에도 잃었던 순수의 눈물이 고인다.

그들의 반대편에는 아니나 다를까 한재희(박시연 분)가 있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한다. 무엇도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선량하지만 자신의 선량함을 지키지 못한다. 서회장(김영철 분)을 죽도록 내버려 둘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안민영(김태훈 분)의 만류를 거부할 의지도 용기도 그녀에게는 없었다. 안민영이 제시하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기에는 그녀는 너무 나약했다. 너무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다시 무시당한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자신을 싸구려로 내던지도록 만든다.

단지 모욕을 되갚아주기 위해서. 그래서 한 남자를 유혹한다. 자신을 도구로 남자를 유혹하여 그것으로 상대를 협박한다. 자신을 도구로써 이용한다는 모멸감보다는 상대로부터 받은 모욕감이 더 컸다. 되갚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강마루 역시 서은기가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텅 비어버린 자신을 함부로 내다 굴리고 있었다. 도덕적 파산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과 양심을 지켜야 할 자신이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존엄과 존재가 그렇게 떨이로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만다. 헐값에 팔려나간 상품은 헐값에 소비되기 마련이다. 한재희 자신도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해 그다지 대단하게 여기고 있지 않을 것이다. 말하는 자포자기다. 그렇게 그녀는 상황이 시키는대로 먼지처럼 하릴없이 부유하며 휩쓸린다.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던 강마루와 자신을 위해 사랑을 이용하려 했던 한재희, 지금 그들의 곁에 있는 것은 그래서 역시나 사랑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려 했던 서은기와 사랑을 앞세워 자기의 입장과 이익만을 생각하는 안민영이 있다. 서은기는 나락으로 한 발 내딛고 있던 강마루를 불러세우고, 안민영은 머뭇거리는 한재희를 마저 죄악으로 밀어넣는다. 당장은 한재희와 안민영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해맑게, 가장 진심어린 눈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서은기와 강마루다. 마지막 순간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이겠는가? 서로를 지키고, 서로를 휩쓴다. 파멸은 그렇게 찾아온다.

박준하(이상엽 분)에게도 선택의 순간은 찾아왔다. 서회장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이성과 그러나 그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추악한 죄상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다. 서회장과 서은기에 대한 의리인가, 아니면 한재희와 안민영의 저지른 죄악에 대한 도덕과 양심에 따른 판단인가, 그도 아니면 단지 혈연에 대한 이끌림인가. 박준하는 그 순간 결국 후자의 혈연에 대한 이끌림을 선택하고 만다. 아마도 자신의 아버지가 서은기를 데려가려 하는 서은기의 생모를 죽이는 일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서은기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서은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

한재희에 대한 사랑을 이유로, 아들 서은석에 대한 모정을 명분으로, 그리고 가족이기 때문에. 그런 반면 올곧게 자기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던져 사랑할 수 있었던 강마루와 서은기가 있었다. 진정으로 한재희를 사랑했다면. 진정으로 아들 서은석을 사랑하고 있었다면. 단지 아버지가 지은 죄 때문이라면 박준하는 그렇게 진실을 묻어두려고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키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 욕망이고 본능이다. 이성적 판단을 양보하고 만다. 죄를 짓고 마는 이유다. 악으로 빠져드는 이유다. 박준하와 강마루 두 좋은 남자의 선택의 이유다. 그들 역시 서은기를 사이에 두고 한재희에 의해 서로 엇갈리고 만다. 마치 운명처럼.

착한 남자가 나쁜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나쁜 남자가 순수한 사랑을 만났다. 여자는 계속 자신을 타락속에 내던진다. 여자가 해맑게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서회장이 죽었다. 이제 그들의 싸움이다. 드라마란 판타지임을 안다. 착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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