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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10.10 09:43

울랄라부부 "그들의 이유, 결혼과 부부에 대해 묻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일방적인 입장만을 강요하다.

▲ 사진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아마 필자가 남자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는 내내 답답했다. 어째서 이들 부부는 이렇게 밖에는 살 수 없었는가. 특히 남편인 고수남(신현준 분)이 아내를 무시하고 심지어 바람까지 피우게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내에게도 남편인 자신의 자리란 없었다.

영혼이 바뀌었다. 몸이 바뀌었다. 아내 나여옥(김정은 분)의 영혼이 남편 고수남의 몸으로 들어갔다. 남편 고수남의 영혼은 아내 나여옥의 몸으로 들어갔다. 몸이 바뀌었으니 역할 또한 바뀐다. 고수남의 몸을 한 나여옥은 고수남을 대신해 호텔로 출근하고, 나여옥의 몸이 된 고수남은 나여옥을 대신해 집안일을 한다. 그러나 고수남을 대신해 호텔에 출근해서도 나여옥은 원래의 고수남이 가지고 있던 지배인의 역할이나 책임에 대해 전혀 아무런 관심도 없다.

호텔 지배인이란 어떤 자리인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 역할인가? 평소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남편이 호텔지배인으로서 하는 일들과 짊어지고 있는 책임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얼마나 간절하게 총지배인이 되고 싶어하는가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남편 고수남의 몸을 하고 남편 고수남을 대신해 출근해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단지 아줌마 나여옥만을 고집할 뿐이었다. 아줌마라는 말에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전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곤란해지는 것은 원래 몸의 주인인 고수남 뿐이다.

하기는 사랑해서 한 결혼이 아니었다. 나여옥이 진정 사랑했던 것은 첫사랑의 상대였던 장현우(한재석 분) 한 사람 뿐이었었다. 홧김이었다. 서울출신에 대학까지 나온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을 차버린 장현우에 대한 복수심으로 서울출신의 고수남과 결혼하려 했던 것이었다. 얼떨결에 아이까지 생기며 그들은 미처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기도 전에 결혼부터 하게 되었다. 아무런 다짐도 각오도 없이 부부가 되었고 남편과 아내가 되었다. 그저 아내인 자신과 남편인 자신만을 강요할 뿐 그들이 단 한 번이라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 노력한 적이 있었을까? 아내 나여옥을 대신해 집안일을 하게 된 고수남 역시 기막힌 현실이 억울하고 화가 날 뿐이다. 아내에 대한 연민보다 그런 처지에 놓인 자신에 대한 분노와 원망만이 커져간다.

지금까지 부부관계를 유지해 온 것만도 대단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그들의 인내와 노력이 훌륭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런 상태에서도 단지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현상을 유지하려 한 그들의 미련함을 답답해하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려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내는 아내인 자신을, 그리고 남편은 남편인 자신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서로에게 자기의 입장만을 강요하려 할 뿐이다. 그들은 부부였을까? 서로 영혼이 뒤바뀐 상황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 대해 알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을 부부라 말해야 좋을까?

물론 차이는 있다. 나여옥은 아내다. 여자다. 뒤웅박팔자라는 말 그대로 아내의 존재와 가치는 전적으로 남편의 존재에 달려 있다. 남편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고 그가 아내인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가. 그래서 나여옥은 그런 불안한 현실에 보다 강하게 남편인 고수남에 의존하려 집착하게 된다. 반면 남편인 고수남의 입장에서 그것은 단지 거추장스러운 짐이며 구속일 뿐이었고 따라서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고수남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이며 나여옥이 얼핏 일방적인 피해자로 비쳐지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않고 사랑해주지도 않는 아내에 대해 남편으로서 의리를 지켜야 할 이유란 무엇인가.

그래서 미련하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결혼생활을 끝냈어야 했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결혼을 해서는 안되었다. 애정도 없었고 결혼하고 난 뒤에도 어떤 노력도 고민도 없었다. 하기는 그래서 지금껏 견뎌올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뜻하지 않게 아이가 생겼기에 결혼을 했고, 일단 결혼을 했으니 부부로서 살아왔다. 그런데도 결혼생활이 순탄하기를 기대했다면 순진하거나 아니면 어리석은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가해자로 몰아가기는 힘들다.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 결과적으로 바람을 피운 것은 고수남 자신이지만 고수남으로 하여금 밖에서 또다른 설레임과 편안함을 찾도록 만든 것도 일방적인 피해자로 여겨지는 바로 나여옥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녀는 자기 자신만을 주장하려 한다. 몸의 주인인 고수남의 입장과는 아랑곳없이 그저 자기의 본능과 욕구가 시키는대로 행동할 뿐이다.

어쩌면 현대사회의 흔한 인스턴트식 결혼에 대한 경종일 것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남편이기에, 그리고 아내이기에 의리로 서로 인내하며 살았다. 그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의리보다 사랑이 앞선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 그저 한이불을 덮고 같은 상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고 모두 부부가 되고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그같은 현실의 무수한 결혼과 부부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다. 결혼이란, 부부란 과연 무엇인가? 어떤 것인가? 운명적인 사랑이나 인연으로도 부족한 것이 결혼이고 부부다.

그나마 바람을 피운 것은 고수남 자신이기에 일방적으로 피해자로서 동정하던 나여옥에 대한 생각이 한 순간에 뒤바뀌고 말았다. 진짜 생각이 없었다. 아무런 고민도 배려도 없었다. 아줌마다. 그녀는 자신이 아줌마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내세운다. 뻔뻔하기조차 하다. 이 순간 고수남과 고수남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빅토리아가 피해자가 되고 만다. 발칙한 역설이다. 진심으로 다양한 경우와 입장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손발이 오그라든다. 신현준이 이렇게 천연덕스레 연기할 수 있는 배우인가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김정은의 연기는 조금 넘어서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고수남을 소화해낸다. 두 배우가 있어 드라마는 재미있을 수 있다. 과한 설정과 연기인데도 어색함 없이 빠져들고 만다. 다만 가끔은 무척 민망하기도 하다.

재미있다. 간단하지 않다. 의도한 것인가는 모른다. 그러나 과연 부부란 무엇인가, 어떤 관계인가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결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도. 무엇보다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교훈이 있다. 그러나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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