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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2.17 12:06

KBS2TV 드라마 '프레지던트' 정치 드라마 빼어나 수작

정치는 권력이다.권력이라는 제단 앞에 바쳐진 군상들에 대해

 
정치는 권력이다. 그리고 권력은 모든 것을 수단화하는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오랜 동지도,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권력은 그로부터 발생한다. 모든 것을 수단으로 여기고 이용한다. 군주는 무치라 하는 것이 그래서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염치고 도의고 없다. 장일준(최주종분)이 말한 것처럼 선도 악도 없다. 오로지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수단화 되는 자기 자신이다.

권력 앞에서 좌절하고 마는 정치인이란 대개 그런 점에서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가족을 놓지 못했다. 친구를 놓지 못했다. 동지를 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끝까지 자기 자신을 지키려 했다. 자기 자신의 욕망과 이상과 감정을 끝내 지키려던 것이 권력을 놓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권력이란 그렇게 냉정한 것이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장혹한 것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물을 요구하는 악신 마냥 권력은 그렇게 권력자로 하여금 모든 것을 바치도록 만든다. 그를 위한 신앙심이 곧 권력 의지다. 반드시 권력을 손에 넣겠다.

신희주(김정난분)가 끝내 정계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경모(홍요섭분)가 정치로부터 손을 떼고 마는 이유다. 그들은 끝까지 자기 자신을 버리지 못했다.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버리지 못했다. 끝까지 그런 것들을 지키려 했고, 그래서 그들은 결국 권력으로부터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대신 보다 강한 권력 의지를 가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장일준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백찬기(김규철)가 스스로 권력을 쟁취할 수 없는 것은 지나치게 권력을 위해 모든 것을 수단화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권력이라는 제단 앞에 자기를 내던지는 순교자다. 광신도다. 그에게는 오로지 권력만이 지상목표다. 이상도 신념도 필요없다. 자기 자신마저도 그를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그가 보는 것은 오로지 권력 하나. 그러나 권력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권력이란 그럼에도 수단이다. 권력이란 권력 의지가 추구하는 목적이지만 권력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생물이다. 권력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의 오롯한 신념과 이상이다. 그 권력마저 수단화할 수 있는 내면의 순수한 욕구와 추구다. 그것이 권력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권력을 손에 쥐게 만들고 권력을 이용하게끔 만든다. 백찬기에게는 없는 것이다.

이치수(강신일분)는 백찬기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극단이다. 그에게 권력이란 지상목표다. 그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진흙탕에 발을 담글 수 있고, 아예 온몸에 뻘을 뭍여가며 뒹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서슴없이 선거를 위해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쓰며 장일준 몰래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일준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자 심지어 다른 사람을 시켜 그를 저격하게끔 만든다. 장일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지만 결코 장일준이 이대로 포기하고 권력을 놓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스스로 희생하여 감옥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에게 권력이란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법과 원칙보다도, 자기 자신보다도, 친구의 동생이자 오랜 동지였던 장일준보다도. 어떻게 하든 놓아서는 안 되고 끝까지 붙잡고 쟁취해야 한다. 다만 이유는 먼저 세상을 떠난 벗들이 추구하던 이상을 권력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서. 권력조차 수단으로 여길 수 있는 강렬한 바람이 권력 앞에 모든 것을 수단으로 여기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어느 쪽이든 모든 것을 내던져야 얻어지는 것이 권력이랄까? 장일준이 끝끝내 놓지 못하던 것들. 자신의 신념과 이상. 불법정치자금수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그 사실에 대해 국민들에게 거짓말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권력을 손에 넣고는 싶지만, 그래서 신희주나 김경모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수단화하고 이용함으로써 대통령후보의 자리에까지 이르렀지만, 그러나 그럼에도 그에게는 포기하지 못할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것은 장일준으로 하여금 위기의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게끔 만든다.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불리할 것이 뻔한 성명을 스스로 쓰고 발표하게끔 만든다.

하기는 조소희는 바로 그런 장일준의 그림자일 것이다. 가족에 대해서마저 엄격할 수 있는 장일준의 순수한 권력의지에 비해 조소희(하희라분)의 권력의지는 가족을 포함한 것이다. 가족과 자신을 포함하여 단지 권력을 수단화하려는 것이다. 조소희에게 권력이란 목적이 아니다. 어쩌면 수단이다. 그래서 더 그녀는 권력을 탐욕하는지도 모른다. 그를 위해서 가족과 자신에 대해 관대하며 한 편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권력이라는 제단에 자기를 내던지지 않은 이기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틈을 만들고 장일준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장일준이 자칫 자신이 추구하고 지키고자 했던 이상과 신념마저 대상화 했을 때, 권력을 단지 수단으로 여겼을 때 빠지게 될 함정이었을 것이다. 실제 그는 그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

권력이란 그렇게 생명이 없으면서도 생명을 갖는다. 권력을 향해 갖는 의지에 의해. 권력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가? 오로지 권력을 수단으로 여기는가? 권력을 어떤 목적을 위한 목적으로 여기는가? 그러면서도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거리를 두는가?

드라마에서 리더란 마지막 권력을 목적으로 삼으면서도 그 목적은 더 큰 목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목적으로 삼으면서도 더 큰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객관화하고 객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 그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다른 권력 의지들을 보여준다. 장일준의 불법정치 자금수수 의혹이 터지고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권력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행동에 옮기는 박을섭(이기열분) 역시 그러한 권력의 제단에 바쳐진 한 군상일 것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그 권력이 정치다.

프레지던트가 좋은 정치 드라마라는 이유다. 프레지던트는 정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의 본질이랄 수 있는 권력에 대해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 보여준다. 이것이 권력이다. 이것이 정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그렇게 더럽고 야비하게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치수가 있고 장일준이 있다. 백찬기의 말처럼 연꽃은 진흙탕에서만 그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냉엄한 현실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과 기대를 보여준다. 헛된 미망이 아닌 현실에 기초한 실체가 분명한 희망이다.

많은 부분에서 오마주되는 드라마다. 아마 기억할 것이다. 전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최측근이 대통령 모르게 불법정치자금을 받아썼다는 이유로 스스로 감옥에 갔다. 갑작스레 떨어지는 지지율에 당의 중진들이 동요하며 다수가 탈당해 떠나가고 남은 다수는 사퇴를 종용한다.작가가 아무래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보니 살이 많이 반영되어 그럴 것이다.

보면 볼수록 최수종의 연기에 빠져드는 것을 느낀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그 무엇도 놓지 않으려는 노회한 야심가의 모습이 최수종 자신의 모습인 양하다. 심지어 이대로 대통령 선거에라도 나오면 자연스레 한 표 주고 싶어질 정도로. 분명 선한 역은 아닌데 오히려 신희주나 김경모보다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다. 그 디테일한 표정과 행동의 선이 최수종이 아닌 장일준이라는 인물에 매료시킨다. 젊어서의 그보다 지금의 그가 몇 배 더 잘생겼다.

항상 기대하며 보는 드라마다. 더욱이 이번 회차에서는 권력이 갖는 잔혹함과 냉엄함이 본부장 이치수를 통해 더욱 선명히 드러나 보임으로써 정치드라마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장일준을 보좌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장일준의 포기를 용납 못한다. 그리고 심지어 장일준을 저격하게끔 하고 병상에 누운 장일준을 위해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검찰조사를 받는다. 권력에 대한 의지란 이런 것인가. 그토록 순수하던 사람들이 정치에 발을 디디고 타락하고 마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항상 기대하며 보는 드라마다. 특히 이번 회차에서 이치수가 장일준을 저격하도록 사주하고 스스로 장일준을 위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검찰수사를 받는 장면은 권력이란 과연 이런 것인가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정치와 권력에 대해서. 이상과 신념에 대해서.

 

 

시청율이 더 높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단순히 시청율로만 계량할 수 없는 가치가 이 드라마에는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함께 달려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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