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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18 09:20

내게 거짓말을 해봐 "윤은혜의 짐이 무겁다!"

윤은혜에 의한 윤은혜의 드라마!

 
상당히 진부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공아정(윤은혜 분)에게 현기준(강지환 분)과 위장결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듯, 현기준에게도 공아정과 위장결혼을 하게 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너무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다.

확실히 이런 역할이 필요하다. 현상희(성준 분)의 캐릭터가 그런 역할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공아정의 입장에서는 신분을 감춘 조력자이며, 현기준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잘난 그를 유일하게 곤란케 만들 수 있는, 그것이 허락되는 인물이다. 공아정에게는 공아정이 만든 헤프닝을 수습케 하고, 현기준에게는 진중한 그를 헤프닝으로 내몰리게 만든다.

적절한 어두운 과거는 그 과정에서 필수다. 피에로의 웃음에는 눈물이 함께 한다. 항상 껄렁하게 웃고 다녀도 그 웃음 뒤에는 그늘이 있다. 그것이 현상희를 신비하게 만들며, 현기준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도 면죄부를 부여받는다. 말 그대로 광대일까? 조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희의 존재가 한없이 가벼운 공아정과 한없이 무거운 현기준을 이어준다. 아마 현상희는 작가 자신일 것이다. 작가 자신의 의지를 대신하여 판을 만들고 휘젓고 깨뜨리는데 최적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기준과 공아정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거짓된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현기준의 옛약혼녀 오윤주(조윤희 분)가 나타나고 서로의 관계가 꼬이게 되었을 때 현상희의 캐릭터가 중간에 어떻게 적절히 개입하고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자연스런 흐름이나 재미가 결정된다.

어차피 아직까지는 현기준이나 공아정이나 서로 직접적으로 부딪힐만한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로에 대한 감정조차 아직까지는 불쾌함이 더 크다. 두 사람 사이에 헤프닝이 일어나고 그를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트러블 메이커가 필수적이다. 더욱 현상희는 현기준과 공아정 사이에 상당한 파란을 일으킬 오윤주와도 심상치 않은 관계가 있다. 현상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된다. 그리고 더욱 성준이라고 하는 배우는 그 역할에 어울리는 잘 된 캐스팅이라 여겨진다.

아무튼 참 재미있다. 아마 작가가 여성이었을 것이다.(극본 김예란) 행정고시까지 패스하고 5급공무원으로 무려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공아정이건만 단지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유란(홍수현 분)에게 열등감을 느끼다니.

하기는 결혼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지난 오랜 세월동안 그래 왔다. 남성은 가족을 부양해야 했고, 여성은 남성에 의해 부양되어지는 입장이었다. 남성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족을 책임지며 삶을 개척해야 했지만 여성은 단지 남성에 의지함으로써만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었다.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삼종지도라 하여 아버지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자식에게 의지해서 살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여성에게 누구와 결혼했는가는 그녀의 인생 전반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무엇을 하는 남자와 결혼했는가? 지금 자기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가보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남자와 결혼해 함께 사는가? 더구나 집에서 살림만 하는 처지라면. 여성들 사이에서도 서로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라는 것도 있기에 남성이란 여성들 사이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때로 그 선후가 바뀌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고.

괜히 다른 결혼한 친구들에 열등감을 느끼게 되더라는 공아정의 고백이나, 공아정이 자기보다 더 못한 남자를 만나는 것이 순리라며 강변하던 오유란이나, 동네 주민들 보라고 괜히 남편 천재범(류승수 분)과 살가운 사이를 연기해 보이는 장면 등. 오유란의 친구들 역시 그런 오유란에 배아파하며 공아정으로 인해 속상해 하는 그녀의 모습을 즐긴다. 주체로써의 그녀들 자신은 오간 데 없이 오로지 남자들만이 그들의 삶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는 그래서 드라마는 마치 윤은혜가 단독주연을 맡은 드라마인 양 철저히 공아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가는 것이다. 오로지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공아정 뿐이다. 현기준이 공아정에게 결혼하자고 말을 하는 그 순간에조차 현기준의 행동은 공아정의 의지 아래에 있다. 오유란과 그녀의 친구들은 공아정이 갖는 의지의 이유이고, 현기준은 그 대상이며, 현상희는 그 조력자다. 사실상 지금 단계에서 현상희의 드라마 안에서의 비중이 현기준보다 그다지 작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공아정의 의지가 절대적인 때문이다.

동기가 그러하니. 공아정이 굳이 현기준과 얽히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공아정의 개인사정 때문인 것이다. 공아정의 개인적 사정이 사건을 만들고 단지 현기준은 그에 휘말렸다. 그리고 그 사정이란 공아정의 여성으로서의 입장 - 여성이기에 갖게 되는 어떤 감정적인 이유들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 당사자조차 모르는. 마치 우주는 공아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듯. 실제 드라마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고.

아쉽다면 지난번에도 지적했지만 단독주연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기에는 윤은혜의 연기력이 그렇게 썩 훌륭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홀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부분들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한계도 많이 노출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윤은혜라는 배우가 갖는 매력과 존재감이 많이 그런 부분들을 커버하고 있다. 그렇다고 강지환이 그녀를 지탱해 줄 수 있는가면 아직까지는 현기준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다지 매력도 느끼지 못하겠다.

아무튼 결국 이렇게 이야기는 비로소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될 것 같은데. 오윤주도 돌아왔고, 필요에 의해 현기준 또한 공아정과의 거짓결혼에 동의하게 되었다. 다만 여기까지 오고 나면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 보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부분일 것이다. 과연 지금까지의 전개에서 앞으로 나올 새로운 이야기란 무엇이 있을까? 현상희라는 조커의 존재가 그래서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일 텐데. 중간에 조역들이 제 역할을 해 주어야 드라마에도 활력이 부여된다.

초반 열심히 달린 탓에 지금까지는 상당히 흥미롭게 잘 끌어 왔는데 과연 앞으로는 어떻겠는가? 어차피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어떻게 맛깔나게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TV앞으로 끌어들이려는가. 역시 주연을 맡은 윤은혜와 강지환, 극중 캐릭터인 공아정과 현기준의 매력도 크게 역할을 하겠지만. 장점이 보이는 만큼 한계도 크게 보인다는 점이 아직은 불안하다 하겠다.

여자들의 이야기. 여성의 입장에서의 이야기. 윤은혜의 짐이 그래서 더 무겁다 하겠다. 남성 시청자들이 보려 해도,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려 해도, 역시 윤은혜의 역할과 존재가 절대적일 것이니. 윤은혜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이 드라마는 그녀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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