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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1.05.18 08:21

동안미녀 "HAPPY! & HARUKA17"

모든 성공한 이야기는 진부하다!

 
KBS의 월화드라마 <동안미녀>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데자뷰같은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마치 어디에선가 한 번은 본 듯한 느낌?

하기는 상당히 친숙한 소재이기는 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숱한 고난을 이겨내며 마침내 성공에 이르는 주인공.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오해로 다른 사람이 되어 일을 시작한다. 다만 <동안미녀>만의 독특한 점이라면 속이는 것이 다름아닌 나이라는 점이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비상하게 볼 때마다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HAPPY!>와 야마자키 사야카의 만화 <하루카 세븐틴>이다. <HAPPY>의 경우는 김희선이 출연한 드라마 <토마토>가 표절시비에 휩싸이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고, 이후 SBS에서 <라이벌>이라는 제목으로 정식으로 판권을 사서 드라마로 제작한 바 있다. <하루카 세븐틴>은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된 인기만화다.

내용은 말한 그대로다. <HAPPY!>. 일확천금의 허황된 꿈만을 꾸며 살아가는 오빠와 단지 부양가족에 불과한 철없는 동생들, 그리고 정작 우미노 미유키 그녀가 재능을 꽃피워야 할 테니스계는 질시와 오해로 인한 원망과 증오만이 그녀를 맞이할 뿐이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어설픈 야쿠자 준지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봉황재벌의 도련님 이찌로 뿐, 그녀를 후원하는 봉황재벌의 총수 우다코나 심지어 코치인 썬더마저 단지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있다. 어째서 재목이 행복을 뜻하는 <HAPPY!>인가 싶을 정도로 불행은 첩첩이, 갈수록 오해와 어려움만 쌓여가고 있다. 차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제목 그대로, 그녀의 이름처럼 낙천적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우미노 미유키일까?

<하루카 세븐틴>의 주인공 미야마에 하루카는 원래 대학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으로 우연찮게 연예기획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무려 나이를 22살에서 17살로 5살이나 속이고 아이돌로 데뷔하게 되는 인물이다. 내용은 22살의 그래도 대학까지 졸업한 엄연한 성인여성, 그러나 명목은 이제 갓 연예계에 데뷔한 17살의 소녀. 생소한 연예계라는 환경까지 더해지며 오해가 쌓이고, 헤프닝이 벌어지고, 그리고 꿋꿋하게 버티며 인기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사랑도 하게 된다. 당연히 그녀의 나이를 오해하고 온갖 구박을 하는 나이 어린 선배들에, 그리고 그녀의 나이를 알고 위협을 가해오는 주위의 사람들에, 하기는 나이를 속인다는 자체가 나올 수 있는 이야기란 그런 정도일 것이다.

물론 베꼈다거나 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말했듯 흔히 쓰이는 소재들이다. <HAPPY!> 역시 처음 출시되었을 때 철지난 신파극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고, <하루카 세븐틴> 또한 그런 식으로 나이를 속이고 행동하는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란 없다. 어디선가는 조금씩 빌려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단 <HAPPY!>의 우미노 미유키에 비해 이소영(장나라 분)의 캐릭터는 한결 우울하고 그래서 현실에 닿아 있다. 보통 그런 어려운 지경에 놓이면 사람이 그렇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지는 못한다. 차라리 주눅들고 비루해진 이소영이 훨씬 이입이 잘 된다. <하루카 세븐틴>에 비해서도 이소영이 원래 패션디자이너를 꿈꾸었고 비록 동생의 이름을 빌리기는 했지만 다시 25살이 되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루카는 거의 우연으로 우격다짐에 의해 그 일을 하게 된 경우다.

다만 비슷하게 생각난다는 것뿐이다. 업계에서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아는, 동경의 대상이기까지 한 강윤서(김민서 분)의 캐릭터가 문득 쵸코와 겹치고, 기업 후계자라는 점에서 지승일(류진 분)의 캐릭터는 이찌로를 보는 것 같고 - 물론 이찌로에 비해 지승일은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기에 한결 독립적이고 당당하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준지에 해당하는 인물이 최진욱(최다니엘 분)일까? 최진욱은 준지와 이찌로를 나눠 가진 것 같다. 백부장의 존재는 마치 미유키를 훈련시키는 썬더 코치와 같고. 혹은 하루카가 만나게 되는 연예계 관계자들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말했듯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 나올 수 있는 캐릭터며 관계며 에피소드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드라마를 불편하게 여기면서도 매번 빼놓지 않고 보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현실이 우울하니 드라마까지 우울한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주눅들고 비루하기까지 한 이소영이 그리 보기 싫은 이유는 어딘가 나와 닮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연상되는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니 더욱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슬슬 시청율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소영이 끝내 이 어려움을 딛고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

다행히 항상 어렵고 곤란한 처지로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5월 17일 6회에서는 드디어 이소영의 디자인이 지승일에 의해 채택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조차도 주위의 질시와 오해로 말미암아 그녀를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듯 보이기는 하지만, 더구나 그녀를 어려운 처지로 내몰 라이벌의 존재가 직장상사이며 회사내 실사의 딸인데다 업계에서 인정받은 실력자인 강윤서라는 점에서 그녀가 넘어서야 할 어려움은 갈수록 더욱 커져만 갈 것 같다. 더구나 이제 나이까지 들켜 버릴 듯하니. 그래도 힘을 내서. 장나라가 해결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이대로는 드라마가 너무 무겁고 늘어진다.

<HAPPY!>에서 우미노 미유키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황을 낙천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하루카 세븐틴>에서는 전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님에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긍정하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 <동안미녀>에서의 이소영이 보여줄 것은 무엇인가. 34살이라는 나이란 그런 것들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현실적일까? 그렇다면 이소영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무언가란 과연 어떤 것일까.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부분일 것이다. 하필 <동안미녀>이고, 이소영이 주인공이며, 장나라가 이소영을 연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제작진이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과연 익숙한 다른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 드라마에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모든 성공한 이야기는 진부하다는 말도 있지만. 한 가지 지켜볼 이유가 추가되었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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