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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2.09.20 10:04

착한 남자 "고마울 땐 고맙다고 말하는 거다."

착한 남자라는 제목의 역설, 인간의 악을 보여주다.

▲ 사진제공=ihq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고마울 땐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미안할 때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거고."

아마 강마루(송중기 분)가 서은기(문채원 분)에게 타이르듯 말한 이 한 마디야 말로 드라마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을 것이다. 어째서 강마루는 착한 남자인가?

고마운데도 오히려 화를 내고 마는 것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다. 미안한데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는 것은 어쩐지 상대에게 꿇리는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러나야 한다. 작아지고 추레해진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의 자신을, 아니 더 위로 더 앞으로 나가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된다. 멈추면 추락한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다.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그래서 사람은 악해진다. 고마움을 잊고. 미안함을 외면하고. 그래서 죄를 짓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실수에 불과했어도 어느 순간 그런 자신을 용서하게 된다. 남이 자기에게 베푼 한 가지를, 자기가 남에게 저지른 한 가지를, 그렇게 잊고 외면한 채 자신과 타협하게 된다. 어쩔 수 없었어.

한재희(박시연 분)가 과연 처음부터 악녀였을까? 단지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었다. 고마움을 잊도록. 미안함을 외면하도록. 상황마저 그녀를 그렇게 내몬다. 뒤늦게라도 강마루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인사를 전하려 했을 때 그때마다 주위의 사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마움은 다시 죄가 되고, 미안함은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자기변명으로 바뀐다. 이제는 멈출 수 없다. 어차피 이제와서 포기하기에는 그녀가 놓아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크다.

지키고 싶었다. 지켜야 했었다. 자기의 자리를. 자신의 존재를. 그래서 짐짓 까칠하게 대했다. 집을 나가려는 어머니에게까지 그녀는 끝까지 친절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가 자신을 시험한다. 도망칠 수 없다. 차라리 도망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때로 서은기에게도 그동안 필사적으로 억눌러왔던 여린 부분이 있었다. 그것을 강마루가 치명적으로 건드린다. 그것은 서은기가 그동안 갈구해왔던 부정의 대신이다. 강마루라면 자신을 얼마든지 이해해주고 용서해주고 그리고 지켜줄 수 있다.

초코(이유비 분)의 생모(조은숙 분)는 그런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멍만 들었지 아프지 않다. 목소리만 컸지 마음은 착하다. 20년 동안 길들여져왔다. 20년동안 그렇게 익숙해져 왔다. 어째서 그녀라고 남자의 힘으로 휘두르는 폭력이 아프지 않겠는가? 그렇게 마비되어간다. 마모되어 간다. 그녀가 놓인 각박한 현실이 한재희의 어린시절과 서은기의 현재와 대비된다. 그런 가운데 유독 강하게 자기 의지를 지키는 남자 강마루가 있다.

과연 강마루는 착한 남자인가? 물론 착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그의 모습을 보더라도 그의 안에도 악한 구석은 있다. 그는 서은기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서은기를 이용하려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은 드라마가 전개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판단할 일일 것이다. 그는 어떻게 착한 남자로서 제목에 어울리는 자신을 드러낼 것인가.

태산그룹의 수석변호사 안민영(김태훈 분)이 서회장을 배신하는 것도, 그의 유혹에 이끌려 조비서가 박준하(이상엽 분)도 결국 고마움과 미안함보다는 현실의 이익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자기가 가지고 싶은 욕망을 가장 우선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염치라면 그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 뻔뻔함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는 인간의 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주인공 강마루조차 예외는 아니다. 그가 지금 하는 일도 떳떳한 일은 아니다. 어쩌면 진짜 착한 남자란 세상 어디에도 없는지 모르겠다. 착해서가 아니라 악하지 않아서 착한 남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악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는 열쇠에 대해서도.

여전히 문채원의 대사톤이 불안불안하다. 지나치게 목소리가 긴장되어 있다. 보는 사람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반면 송중기는 대사 한 마디 없이도 단지 표정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강마루 자신이 되어 있었다. 숙제일 것이다. 문채원의 분발이 요구된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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