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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서문원 기자
  • 영화
  • 입력 2017.10.11 14:29

'기억의 소리' 영화로 풀어낸 문학... 이공희 감독의 거친 시선

다양성에 대한 탐구와 실험, 한국영화의 훌륭한 자산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실험영화 '기억의 소리'(감독 이공희)는 영화제에서 감상 할수 있는 문학이다. 산업 기반의 상업영화가 스크린을 독차지한 지금은 대중적인 영화가 아닌 것이다. 현재 이 작품을 감상하려면, 포탈 다운로드 외에 영화제 관람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이공희 감독처럼 사유의 본질을 탐구하는 실험영화들이 간간히 등장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염두하자면 매우 다행스럽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나, 그것을 이루는 바탕은 열악한 제작 및 상영 여건을 뚫고, 다양성에 대한 탐구와 실험을 시도하는 크고 작은 작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기억의 소리' 스틸컷 ⓒ이공희

연극적 요소와 문학을 포괄하는 '기억의 소리'

지난해 선보인 '기억의 소리'는 이공희 감독의 첫 장편(러닝타임 105분)이자, 실험영화다. 미스터리 심리 판타지 장르로 샤머니즘 적인 요소가 포함됐다. 

스토리는 자살한 언니 윤주(김수인)를 대신해 영화 주인공으로 발탁된 윤희(여민주)의 방황과 트라우마로 작품 전반을 흡수한다. 영화 배경은 21세기이지만, 주인공 윤희의 심리적 공포와 강박은 시대가 불분명한 샤머니즘에 예속된다.

영화 '기억의 소리'의 골격이나 다름없는 본질적 접근은 윤희의 악몽으로 묘사하고, 윤희의 불안감은 내면 속에서 자살한 언니 윤주를 불러내 항상 '혼자'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다중인격을 드러낸다. 영상 속 내러티브는 정적이고, 간헐적으로 역동적인 살풀이가 화면을 장식한다.

'기억의 소리'가 이루는 특징중 하나는 음악이다. 흔히 굿판을 벌일 때 볼수 있는 강렬하고 몽환주의적인 사운드가 영화 중반과 종반에 등장한다. 1970년대 글렘록 밴드 T-Rex가 연상된다. 극중 긴장감을 불어넣은 잔잔한 음악도 죄책감에 대한 불안과 강박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불필요한 몇몇 장면들이 시선을 돌린다. 가령, 투샷 화면으로 잡아주는 일부 장면은 어색한데다 거칠어 보인다. 여기에 오프닝에서 등장한 김 감독(정충구)의 내레이션은 자막으로 처리해도 문제가 없어 보이고, 대사 보다는 묵시적 액션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여담이지만, 영화를 보며 이해하기 힘들어 필사(筆寫)를 했고, 비로써 "영화가 아니라 문학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작품을 만든 이공희 감독은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문학소설을 쓴 것이다. 단지 텍스트를 영상으로 바꾸면서 일련의 과정이 순탄치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공희 감독의 장편 '기억의 소리'(2016)는 거장 테라야마 슈지의 1970년대 초기작처럼 연극과 현대무용을 가미해 텍스트를 벗어난 영상과 사운드의 해방구를 형성했고, 샤머니즘의 재해석으로 인간이 지닌 직관을 드러냈다. 

한편, 감독 이공희 감독은 문학 작가이면서 영상아티스트로 때로는 국내 실험영화 1세대 감독으로 묵묵히 주어진 길을 걸어왔다. 그녀의 이력을 보면, 지난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갇혀진 방'으로 당선된 사례가 먼저 보인다. 

물론, 첫 단편작 '또 다른 방'(1979)으로 한국청소년영화제 우수상 수상해 일찌감치 영화인으로 살았고, 1998년 단편작 '거울'로 뉴욕국제독립영화제 최우수 판타지상 수상 외 부천, 부산 국제영화제 초청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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